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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C. I LEON YOU

  • 승인 2020-10-21 18: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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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월, 
추운 겨울 어느 날,
동생에게서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누군가 곧 우리 집에 올 거라는 이야기.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그게
 고양이일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렇게 나는 동생 방에서 레옹이와 처음 마주했다. 동생은 “내 방에서만 키우면 돼”라며 호기롭게 말했지만, 과연 나는 이 일을 언제까지 부모님께 비밀로 할 수 있을까 전전긍긍해 하고 있었다. 

  레옹이는 그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치 처음부터 우리 집에 살고 있던 녀석처럼 폴짝폴짝 뛰어다니며 동생 방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결국 우리는 1시간도 못 가 부모님께 들켜버리고 말았다. 동생이 방에서 레옹이 사진을 찍곤 눈치 없이 대놓고 SNS에 올려버렸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아빠께서 “절대 안 돼”라고 하실 줄 알았는데 조그마한 레옹이를 보시곤 어이가 없으시다는 듯이 허허 웃으셨다. 

  “우리가 안 키우면, 그럼 이 추운 날 얘를 내보내?”라는 말씀과 함께. 
그렇게 레옹이는 우리 가족이 되었다.

  비록 동생은 그로부터 2주 뒤 군대에 갔지만 말이다.
 

  나와 부모님은 평소 고양이에 대한 오해하고 있었다. ‘고양이’ 라고 하면 애교가 없고 날카로운 데다가, 왠지 새침하게 내 손등을 홱 할퀼 것만 같았달까.

  하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레옹이는 애교가 철철 넘쳐흘렀다. 가족 중 누군가가 집에 돌아오면 어딘가 숨어있다가도 앙증맞게 뛰쳐나오며 반겨주는 건 기본. 거실이 아닌 방에서 누군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면 본인도 꼭 함께여야 한다는 듯 조용히 다가와 우리의 이야기를 경청하곤 했다. 

  편견이 사라지자 레옹이의 살가운 행동 하나하나가 더욱더 크게 다가왔다. 

  요즘 엄마는 지나가다 새끼 고양이를 보셨다며 너무 귀여워 데리고 오고 싶다고 하시고, 아빠도 오늘은 노란 고양이를 마주쳤다며 산책하러 나가실 때마다 사료도 조금씩 챙겨 나가신다. 

  그럼에도 역시 레옹이가 최고라며 장 보실 때마다 레옹이 간식을 가장 먼저 챙기시는 아빠. 내 간식은 순위 밖으로 밀려난 지 오래지만, 나는 조금도 서운하지 않고 되레 그런 변화가 신기할 뿐이다.

 

  레옹이의 스케일링
 
  한 가지 에피소드를 더 소개하려고 한다. 바로 레옹이의 스케일링. 레옹이의 입안을 살펴보던 중, 예전보다 치석이 많이 쌓여 있는 게 한눈에 보였다. 레옹이가 중성화 수술을 받던 날에도, 심지어는 예방 접종하던 날조차도 나는 온갖 걱정으로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었다. 

  역시나 유난 대마왕 집사답게, 내 머릿속은 온통 레옹이 치아 검진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찼다. 의사 선생님은 레옹이를 살펴보시더니 “당장 급한 건 아니지만, 스케일링을 한 번 정도는 받는 게 좋겠네요”라고 하셨고, 나는 그 자리에서 바로 스케일링 일정까지 잡아버렸다.

  다행히도 그 외에 건강상 이상은 없었지만 내 걱정은 사그라들 줄 몰랐다.

  만에 하나라도 레옹이가 잘못되면 어떡하지? 스케일링 전날까지 나는 회사 직원들에게 걱정을 쏟아내었고, 당일엔 퇴근하자마자 쿵쿵 뛰는 심장을 부여잡고 한달음에 병원으로 향했다.

  레옹이는 얌전히 수액을 맞으며 집에서 가져온 담요를 덮고 쉬고 있었다. 아파서 수술한 것도 아닌데 왜 그리 마음이 아프던지. 양치질을 잘 못 해준 게 너무도 후회됐다. 그 이후로 정신이 바짝 든 나는 매일매일 밤마다 꼬박꼬박 레옹이 양치질을 해주고 있다.

 

  사실 동생이 고양이를 몰래 데려온 데에는 사연이 있었다. 어릴 때 토끼를 기른 적이 있었는데, 그때 나와 내 동생은 심한 피부병을 겪었었다. 

  지금이야 이상이 없지만 앞으로 털이 있는 동물은 집에 들일 수 없다고 아빠는 말씀하셨다. 그 뒤로 반려동물이 있는 삶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는데, 동생의 독단적인 행동 덕분에 지금 이렇게 우리 가족은 레옹이와 함께 소중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확실히 레옹이가 우리 집에 온 뒤로 우리 가족은 전보다 훨씬 웃음이 많아졌다. 밥을 먹는 우리 가족 옆에서 쫑알쫑알 수다를 떠는 레옹이를 보며 아빠는 “쟤도 우리한테 뭐라고 말하긴 하는 건데, 정말 궁금하단 말이지”라고 하신다.

  또 간식 달라고 야옹야옹 애타게 울던 이야기, 화장실에서 맛동산을 캔 이야기, 코 고는 소리가 어찌나 우렁차던지 어이가 없더라는 이야기 등등. 

  레옹이가 우리에게 온 지도 어느덧 5년째. 글을 쓰는 지금도 아빠와 엄마는 번갈아가며 나에게 “레옹이 어디서 자? 안 보여~” 하고 묻고 계신다. 레옹이는 내 방 구석 숨숨집에서 곤히 자고 있다. 그리고 그런 물음을 듣는 지금 이 순간, 나는 최고로 행복하다.

 

 

글.사진 이예진
에디터  이혜수


<MY LITTLE CAT-I LEON YOU>
해당 글은 MAGAZINE C 2019년 3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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