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여섯 살 동갑내기
모카와 두부.
아비시니안 모카와
브리티시 숏 헤어 두부는
나이 말고는 모든 것이
다르고 또 다르다.
다르기에 더 괜찮은
활동량이 많고 호기심 가득한 모카는 한시도 가만있질 않고 늘 집안 이곳저곳을 순찰하느라 바쁘다. 집사들이 뭘 하는지 일일이 쫓아다니며 야옹야옹 잔소리는 기본이고, 음식을 할 때면 킁킁 냄새를 맡고 나도 한 입 달라며 성화다.
바깥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면 강아지처럼 으르렁대긴 하지만, 그럴 때마다 유난히 집사 옆에 꼬옥 붙어 떨어지지 않으려는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온다.
반면 두부는 하루 22시간은 자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잠이 많고 조용하다. 원래 고양이가 잠이 많다곤 하지만 두부는 깨어있는 시간이 드물 정도라, 어떨 땐 걱정이 될 정도. 심지어 코까지 드릉드릉 골며 자는 모습을 보면 혹시 며칠 밤이라도 샌 건가 싶을 때도 있다.
또 두부는 꾹꾹이를 거의 하지 않는데, 가끔 자면서 꾹꾹이를 하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애잔하기도 하다. 평소 모카에게 기가 눌려 제대로 표현을 못 하고 사는 건 아닐까 싶어 가끔 모카가 잠든 사이 두부를 슬쩍 깨워 간식을 몇 개 챙겨주기도 한다.
활발하고 솔직한 모카와 얌전하고 조용한 두부. 이렇게 전혀 다른 성향의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살다 보면 가끔은 강아지 고양이 각각 한 마리씩과 함께 사는 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 한시도 가만있지 못하는 모카는 두부를 쫓아다니며 장난치고, 두부는 그런 모카에게서 도망치느라 바쁘고.
마치 톰과 제리 같은 모양새지만 6년이란 시간을 함께 보낸 둘의 사이는 의외로(?) 각별하다. 누구라도 안 보이면 세상 서러운 목소리로 서로를 찾는데, 정작 찾고 나면 한번 스윽 보고 다시 제 할 일로 돌아가고 마는 ‘현실 자매’ 같은 모습을 보이곤 하는 것.
우린 참 많이 닮았어
가끔 고양이들과 있을 때면 흠칫흠칫 놀라는 순간들이 있다. 바로 모카와 두부에게서 내 모습이 보일 때, 또 나에게서 모카와 두부의 모습이 보일 때가 그렇다.
연인도 부부도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닮아간다고 했다. 우리 역시 함께 한 시간 동안 서로에게 조용히 스며들고 있었구나. 이렇게 가족이 돼 가고 있었구나 싶어 새삼스레 글썽이곤 한다.
호기심 많은 모카는 강아지처럼 나를 따라다니면서 사사건건 참견하는 걸 좋아한다. 내가 뭘 먹고 있으면 꼭 냄새라도 맡아봐야 하고, 자기가 직접 확인해 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가만 보면 이런 부분은 나를 꼭 닮았다. 조용한 음악을 들으며 멍 때리는 걸 좋아하는 것도 비슷하다. 내가 모카처럼 식빵을 구울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을 정도로 모카의 편안한 식빵 포즈는 무척이나 탐이 난다.
아무거나 가리지 않고 잘 먹는 식성도, 친화력 있는 성격도, 세보려니 열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로 우린 참 많이 닮아 있다.
두부는 또 어떤가. 느긋한 성격이라 평상시엔 조용하지만, 한번 불이 붙으면 모카 못지않은 날렵함과 전투력을 지닌 그녀. 모카가 자는 사이 쉴 새 없이 내게 말을 걸고 수다를 떠는 두부. 가끔 투닥거리기는 하지만, 힘든 일이 있을 때면 모카와 두부는 언제나 아무 말 없이 나를 위로해준다.
그저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존재. 우린 이렇게 서서히 서로에게 기댄 채 물들어가며, 가족이 되어 온 게 아닐까.
글 이수현
사진 최상원
에디터 이혜수
<장난감 가게의 틸대리-1교시: 틸다의 매력 탐구>
해당 글은 MAGAZINE C 2019년 3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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