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찌로고

Magazine C. 세르와 알퐁이에 대한 정의

  • 승인 2020-10-21 18:01:55
  •  
  • 댓글 0

세르게이와 알퐁스

  수의학과를 다니다 보니주변에는 강아지와 고양이는 물론 햄스터와 토끼 등 다양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이 꽤 많다그리고 그들 대부분은 반려동물 SNS 계정을 적어도 하나씩은 운영하고 있다.

오늘은 SNS를 통해 만난 다른 대학의 수의학과 친구의 고양이이름이 유독 럭셔리한 미묘 남매누나 세르와 남동생 알퐁이를 소개하려고 한다.

 

  세르의 풀 네임은 세르게이알퐁이는 알퐁스이다하지만 풀 네임으로 잘 안 부른다고. ‘이름을 만들어주는 것은 어쩐지 어려운 일 같아서 세르를 처음에는 그저 야옹이라고 불렀지만 다른 수많은 야옹이들과 구별하기 위해 이름을 짓기로 결심했단다.

   꽤 정성껏 여러 이름을 추천 받은 끝에 세르게이가 뽑혔다. 더할 나위 없이 찰떡인 이름이다. 알퐁스라는 이름은 처음 만난 알퐁이를 보고 왠지 파란 눈을 지닌 고귀한 왕자님(?) 이 떠올라 붙여 준 이름이다.

   
둘 다 꽤나 럭셔리한 외국 이름들인데, 사실 그녀의 마음대로 변형에서 부른다. 세르게이는 세르, 알퐁이는 퐁이, 알가야(알퐁이+아가) 등등.  

삼색이는 전부 미묘

  고양이와 함께하는 삶은 오래 전부터 집사의 로망이었다고 한다그러다 2년하고도 몇 개월 전아직 새끼이던 세르게이를 만나게 되었을 때 비로소 확신이 섰다고세르는 삼색 고양이인데 귀가 세모 모양으로 큰 편이고눈은 평소에는 노란색이나햇빛을 받으면 초록색으로 변한다.

  자신을 쳐다보는 또렷한 앞모습도 예쁘고 졸고 있는 동그란 뒤통수도 귀엽단다삼색 고양이 중에선 미묘가 아닌 녀석이 없다고 집사는 덧붙였다나 역시 그 말에 동의한다적어도 아직까지 내가 본 삼색냥은 모두 미묘였으니까세르를 포함해서.

 
  세르괜한 걱정이었다

    세르의 엄마는 길냥이이자 반() ‘마당냥이었다자꾸만 문틈을 비집고 침입해대는 녀석에게 주인 부부는 아예 한 켠에 고양이 집을 마련해 주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집 안과 밖을 자유로이 드나들며 생활하던 고양이는 홀연히 모습을 감췄다시간이 흘러한밤 중에 문을 긁는 소리에 밖으로 향한 집 주인 앞에 나타난 것은 배가 한껏 부른 그 고양이였다고집 주인은 즉시 녀석을 안으로 들여보냈고그날 새벽 고양이는 새끼 고양이 6마리를 낳았다.

  그 새끼 고양이들 중 하나가 바로 세르다엄마 고양이가 입질이 심한 편이라 들어 세르도 그렇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이 안 무는 고양이로 잘 컸다며 그녀는 웃었다.

 
알퐁이는 가족이 될 운명이었다

   세르는 다른 동물들에게 다정한 고양이로 자랐다본가에 있는 강아지를 만나서도 잘 지냈고친구 고양이를 잠깐 맡아주었을 때도 텃세 한번 부리지 않았단다.
 
  하지만 집사인 그녀에게 한 가지 걱정이 있었는데바로 자신에 대한 세르의 의존도가 점점 심해진다는 점이었다그녀가 생각해낸 해결책은 바로 다른 고양이였다그녀는 고양이를 더 키울 준비가 된 집사였고세르도 친구를 원하고 있었다.

   그렇게 만난 3개월 차 아깽이 알퐁이는 겁도 많고 애교도 많은 고양이였다고재미있는 사실은 세르가 알퐁이를 친구가 아닌 자신의 아기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알퐁이는 거의 한 살이 될 때까지 엄마에게 하듯 세르에게 쭙쭙이를 했고또 세르는 순순히 배를 내어준 걸 보면 서로 조금은 특별한 관계인 게 확실하다.

 
캣닢 가루와 화분은 다르다

  하루는 그녀가 캣닢 화분을 학교에서 사온 적이 있었다전에 캣닢 가루를 주었을 때는 시큰둥했기에기대는 크게 하지 않았다고.

  러나 이번에는 달랐단다현관으로 마중을 나온 세르는 화분을 발견하자마자 킁킁 냄새를 맡으면서 캣닢에 코를 박곤 꿈쩍도 않았고나중에는 바닥을 뒹굴뒹굴 굴러다니며 기쁨을 표하기도 했다소심쟁이 알퐁이도 뒤늦게 나와 캣닢 냄새를 맡아보고는 충격 받은 표정을 짓더니마치 이 세상에는 나와 캣닢밖에는 존재하지 않아!’라는 듯 열광적으로 부비고냄새를 맡고먹었단다.

  그날부터 그녀는 신기한 것이나 새로운 장난감이 있으면 두근대며 사 간다좋아할 주인님들을 생각하면서.

 
  가족이 되어가는 중

  지난 방학 동안 그녀는 세르와 알퐁이와 함께 본가에 내려와 있었다고 한다밤이 되면 열심히 우다다’ 전력 질주를 하는 두 마리의 고양이그리고 낮에는 산책을 즐기는 강아지 한 마리와 함께 알찬 방학을 지냈다고.

  지루할 틈 없는날마다 새로운 날을 맞으며 그렇게 그녀와 그녀의 반려동물들은 서로에게 더욱 애틋한진정한 의미의 가족이 되어가고 있다.




 

 

글.사진 성예빈
에디터  이혜수


<예비 수의사의 일기-세르와 알퐁이에 대한 정의>
해당 글은 MAGAZINE C 2019년 3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
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Tag #펫찌
저작권자 ⓒ 펫찌(Petzz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0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