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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C. 스핑크스 자몽이의 수술일기

  • 승인 2020-11-24 18: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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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하던 어느 겨울날.

우리 부부는 평소와 다름없이
자몽이에게 아침밥을 주고 출근을 했다.

퇴근을 앞둔 5시 30분경,
먼저 집에 도착한 신랑에게 전화가 왔다.

자몽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으니
어서 집으로 와달라는 것이었다.

 

  한밤중서울로

  운전하는 내내 신랑과 계속해서 통화를 했다집에 도착했을 때는 침대 밑에 숨어있던 자몽이를 먼저 도착한 신랑이 막 꺼내려던 참이었다.

  전해 들은 상황은 이러했다아침에 그릇에 부어준 밥이 그대로 있었고 자몽이가 보이지 않아 신랑은 위험을 직감했다고 한다그렇게 자몽이를 찾아 집안을 뒤지던 신랑의 귀에 어디선가 작게 ‘야옹’ 하는 소리가 들려왔고안방 침대 밑 구석을 들여다보니 그곳에서 자몽이는 가만히 웅크리고 있었다고 한다우리는 점점 커져가는 두려움을 애써 붙잡고 비상등을 킨 채 퇴근길 막히는 도로를 헤쳐 동물병원을 향해 달렸다

  도착한 후 자몽이는 곧장 X-ray 촬영과 초음파 검사를 받았다. 수의사 선생님으로부터 전해들은  자몽이의 상태는 이러했다. 자몽이의 장 속에서 7x 13㎜ 정도 되는 이물질이 발견되었는데, 현재로서 가능한 첫 번째 치료 방법은 이물질이 변으로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경과를 지켜보는 것이었고 두 번째 치료 방법은 서울에 있는 24시간 대형 동물병원으로 이동해 응급 수술을 받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에는 24시간 운영하는 큰 동물병원이 없었다. 당장 수술을 받기 위해서는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우리는 곧장 서울로 향했다. 가는 도중에도 자몽이는 물 구토를 했다. 

 

  입원 생활을 시작하다
 

  자몽이의 상태가 좋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탈수가 심해 수술을 바로 할 수도 없어, 1시간 정도 수액을 맞고 나서야 자몽이는 수술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수술실에 들어간 자몽이를 기다리면서 우리는 계속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그저 수술이 잘 끝나서 자몽이를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다릴 뿐이었다.

  서울에 살고 계시는 양가 부모님께서 자몽이 소식을 듣고 곧장 병원으로 달려오셨다길게만 느껴지던 수술은 결국  끝났고다행히 소장이 유착되었거나 주변 조직에 근처에 이상한 흔적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고 하셨다그래서 소장을 작게 절개하고 이물질을 빼낸 뒤 꿰매는어렵지 않은 수술로 마무리를 지을 수 있었다.

  수술이 끝난 자몽이는 입원실로 옮겨졌다마취가 덜 풀려 흥분할 수도 있으므로 아주 짧은 시간만 얼굴을 볼 수 있다고 했다투명 유리창 너머에서는 자몽이가 가만히 누운 채 눈을 깜빡이고 있었다가녀린 몸에는 붕대가 감겨져 있었다그리고 자몽이는 그 날로부터 약 열흘간의 입원 생활을 시작했다.

  날마다 너를 만나러 갈게

  우리 부부는 거의 매일 저녁 퇴근 후 자몽이를 만나러 갔다주말에는 다행히 서울 부모님 댁에서 편하게 지낼 수 있었으나 평일마다 자몽이를 만나러 서울까지 가는 일은 확실히 체력적으로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가지 않을 수는 없었다수술 후에는 꼬박꼬박 밥을 잘 먹어야 회복도 빠른 법인데워낙 예민한 성격의 자몽이는 역시나 걸핏하면 식사를 거부했다계속 밥을 거부하면 식도에 관을 삽입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떤 집사가 병원으로 달려가지 않을 수 있을까.

  밥을 거부한다던 자몽이는 우리를 만나자마자 ‘그르릉’ 하고 기분 좋은 소리를 냈고 밥도 잘 먹었다자몽이의 상태는 날마다 나아졌다다만 네 발에 돌아가며 링겔 주삿바늘을 꼽다보니 다리에는 붕대가 가득했다.

  면회가 끝나고 간호사 선생님께 자몽이를 건네드릴 때면 자몽이는 하악질을 했다자신을 아프게 하는 사람들이 지독히도 싫었던 모양이다.

  퇴원 수속을 밟고 집에 오는 길자몽이는 집에 간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듯 흔들리는 이동장 속에서도 담요에 얼굴을 묻곤 아주 편안하게 잠을 잤다.

  집에 돌아와 살펴보니 자몽이는 그새 제대로 먹지 못해 몸집이 작아져 있었다하지만 곧 밥도 잘 먹기 시작하더니 금세 원래의 몸집으로 돌아왔고 지금은 수술 상처도 잘 아물었다대신 한 번 아팠던 탓인지 자몽이는 예전보다 더 수다스러워졌다또 우리 곁에 딱 붙어선 좀처럼 떨어지지 않으려 한다.

 
  집사라면 조금 더 세심하게

  다시는 그때와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나와 신랑은 집을 더욱 깨끗이 정리했다전에 자몽이를 아프게 하던 그 이물질은 바로 리모컨 버튼이었는데리모컨을 깨물며 놀다가 뾰족한 이빨에 말랑한 고무 버튼이 떨어지자 그대로 꿀꺽 삼킨 것 같다.

  이제 우리는 리모컨을 사용하고 나면 꼭 서랍 속에 넣어둔다또 자몽이가 삼킬 수 있을 것 같은 작은 물건들은 되도록 꺼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벌써 약 두 달이 흐른 지금 우리 집은 그 어느 때보다도 깨끗하다가끔씩은 귀찮기도 하지만 자몽이가 아팠던 그때를 생각하면 몸이 먼저 움직인다.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라면 누구나 공감하겠지만반려묘와 함께 살면서 언제나 집 안을 완벽한 상태로 유지하는 것은 사실 꽤나 어려운 일이다관련 용품만 해도 한가득이고 조금만 한눈을 팔아도 호기심 많은 녀석들 탓에 집 안은 금세 어질러진다.

  하지만 정리를 바로 하는 작은 습관 하나로 크나큰 위험을 막을 수만 있다면우리들 모두 조금씩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글.사진 김성은
에디터  이혜수


<스핑크스 자몽이-자몽이의 수술일기>
해당 글은 MAGAZINE C 2019년 3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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