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스위스는
참 심심하고 조용한 곳이다.
창문 밖 풍경은 언제나
그림처럼 아름답지만,
솔직히 마음 한구석에선
한국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참 컸다.
그러나 스위스에서
노아와 폼폼을 만나고서부터,
내 생각은 조금 바뀌었다.
스위스, 그리워지다
집사들은 반려묘 걱정이 되어 장기 여행을 쉽게 떠나지 못한다고들 하는데, 스위스에 사는 나는 어쩔 수 없이 일 년에 두 번 정도 한 달가량 한국에 다녀오곤 한다. 다행히 내가 한국에 갈 때면 남편이 집에 남아있기 때문에 노아와 폼폼을 돌보는 것에 대한 걱정은 크게 없었다. 노아와 폼폼을 입양하기 전에는 한국에 머무르는 시간이 마냥 좋았고 스위스로 돌아갈 때가 다가오면 괜히 우울해지곤 했다.
그런데 최근 내 모습은 예전과는 달랐다. 한국에 오기 전 노아와 폼폼을 살펴보기 위해 집 안에 설치한 웹캠(Web-camera)에 자꾸만 접속하는 내가 있었다.
웹캠에 달린 스피커를 통해 노아와 폼폼을 부르면 카메라로 다가와 기웃거리는 아이들을 스크린 너머로 바라보며 언제 스위스에 다시 돌아가는지 날짜를 헤아리기 시작했다. 스위스 집에서 노아와 폼폼을 껴안고, 쓰다듬고, 아이들의 고소한 향기를 맡으며 심적으로 평안함을 느끼던 순간들이 그리워졌다.
노아와 폼폼을 위한 길
매일 남편에게 노아와 폼폼은 잘 있는지, 사냥 놀이는 충분히 잘해 주는지 등등 아이들의 소식을 물어보았다. 심지어 귀국 날짜를 앞당길 수는 없는지 방법을 찾아보기도 했다.
그 와중에 한국에서만 구할 수 있는 고양이 장난감을 잔뜩 구매하며 귀국 선물을 준비했고, 아이들이 새 장난감과 함께 신나게 뛰어놀 것을 상상하면 그저 흐뭇해졌다. 한국에 돌아가고 싶었던 나였는데, 도리어 스위스에 다시 가고 싶어지는 이 아이러니.
현실적으로 한국행이 노아와 폼폼에게도 좋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해보기 시작했다.
지금 아이들에게 주고 있는 성분 좋은 사료는 한국에서는 판매하지 않는 제품이라 문득 걱정이 됐다. 아파트 주민들도 고양이를 키우는 데 매우 우호적이고, 집을 비울 때면 기꺼이 아침저녁으로 들러 아이들과 놀아주고 보살펴주는 친절한 이웃까지 있다. 우리가 만약 마당이 있는 주택으로 이사한다면, 노아와 폼폼이 원할 시 자유로이 마당에 외출시켜도 안전한 곳이다. 학대당하거나 굶주린 불쌍한 길 고양이들도 스위스에서는 보기가 힘들다.
지금 이 자리에서
주거지를 옮긴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여러 가지 요소를 생각해 봐야 하는 문제임이 분명하다. 그전까지는 우리 부부에게 가장 좋은 방향이란 무엇일지 고민했었는데, 노아와 폼폼이 함께한 이후로는 아이들에게도 좋은 결정이 무엇일까를 고려하기 시작했다. 그만큼 노아와 폼폼은 우리 부부에게 너무나 중요한 존재이고, 가족으로서 함께 행복하고 싶기 때문이다.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현재로써는 지금 이곳에 사는 장점을 누리며 노아와 폼폼에게 행복한 스위스의 일상을 선물해 주자는 것이 우리의 결론이다.
글.사진 이지혜
에디터 이혜수
<스위스에 사는 고양이-스위스와 한국, 어디에서 살 것인가>
해당 글은 MAGAZINE C 2019년 3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
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