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면 우리는 처음부터 많이 달랐다.
발걸음이 느린 나와 달리 세상이 너무 궁금해서 여기저기 활개치고 다니던 너는 발걸음이 너무 빨랐다.
활동적인 것에 관심이 없어 집에만 있던 나와 달리 너는 새로운 공간을 가면 너무 즐거워했다. ‘먹는 것은 살려고 먹는 거지’ 하며, 하루에 한끼 정도만 겨우 챙겨 먹는 나와 달리 너는 간식 냄새가 풍기는 곳 어디라도 가서 꼬리를 흔들며 해맑게 웃었다.
이렇게 첫 단추부터 다른 너와 잘 지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가득 안고 우리는 그렇게 같이 지내기 시작했다.
현실과 마주하다
처음에는 매우 간단한 일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간단한 일이라는 건 생각보다 어려웠다. 어떤 밥을 먹여야 하는지부터 막막했다.
다들 좋다고 해서 구입한 사료들을 먹고 설사와 구토를 해서 지금까지 바꾼 사료만 해도 20~30종은 되는 것 같다. 안 먹으면 왜 안 먹는지 왜 별로인지 말해주면 참 좋을 텐데, 사료 한번 보고 내 얼굴 한번 보며 갸우뚱만 하니 참 답답할 노릇이었다.
그뿐 아니라 덩치가 점점 커지는 녀석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훈련들을 공부하고 실천하기 위한 행동이 필요했다. 미디어에서 보는 것처럼 쉬운 반려견 기초 훈련 영상이 현실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는 걸 느끼며, 기초 훈련 하는 기간 동안 내 가슴속에 참을 인(忍) 자만 만 번 정도는 새겨 넣은 것 같다.
거기에 중대형견을 키우면서 생각보다 많이 소모되는 용품을 사기 위해 나는 평온한 일상에서 복귀해 다시 일을 시작해야만 했다.
일을 하면서 “그래, 일하면서 여유 돈이 생기면 나도 좋지 뭐, 여가활동도 하고 사고 싶은 제품도 사고…“라며 생각했던 내 꿈은 생각보다 비싼 반려동물 용품과 병원비에 무참히 깨져버렸다.
사람은 감기가 걸리면 일단 약국 약을 먹고 심하면 병원을 가는데, 반려견들은 그런 간단한 처치로 해결되지 않았다. 기운이 없거나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이면 우선 나는 울면서 반려견을 들쳐업고 동물병원으로 뛰어갔다. 피검사, 엑스레이 검사 뭐 검사 등등등 이것저것 하다 보면 돈 1~20만원은 기본이며 이 외에도 병원에 주기적으로 접종, 검진까지 하면 1년에 1~200만원은 쉽게 나가 버린다.
밥은 또 어찌나 많이 먹는지 소형견이 몇 달 먹는 사료를 우리 집 아이들은 보름, 한달 내에 다 먹어버리고, 배변패드는 어찌나 많이 쓰는지, 가끔은 참 씁쓸하다. 그렇게 나의 반려견에게 쓰는 비용을 빼고 나니 나에게 남는 비용은 생각보다 얼마 없었다.
어렵지만 행복한 시작
지금의 나는 나의 반려견과 함께 성장하며, 서로를 배워가고 있다.
가끔 통제 안되는 리드 줄에 손이 쓸려 피범벅이 되거나, 다른 반려견과의 싸움을 말리다 몸에 구멍이 뚫린 적도 있었다. 하지만 내 반려견과 함께 한 기억들을 모두 한 조각 한 조각 맞춰가다 보면 모든 기억들이 결국엔 행복한 기억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 순간 반려견과 함께 하고 있는 많은 분들의 생활이 나와 같이 행복한 기억으로 가득하길 바란다.
글.사진 최소희
에디터 이혜수
<워너비 밤요남매-기억의 조각>
해당 글은 MAGAZINE P 2019년 2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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