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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P. 함께한 첫 해, 함께 할 평생

  • 승인 2020-11-24 18: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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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컸다, 우리 아가들!
내가 이 말을 하게 될 줄이야.

  1년이 지난 지금

  세 마리인 줄 알았던 아가들이 실은 아홉 마리였던 것은 그렇다 치고원래 있던 강아지들만으로도 다사다난했던 우리 집이기에 혹시나 아이들이 싸우진 않을까원래 있던 아이들 스트레스가 크진 않을까좋은 곳에 입양을 가서 사랑을 독차지하는 게 아이들에게 더 좋지는 않을까?’ 하는 물음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올랐다.
 
  그리고 
2019
 3 30한 가족이 된 이후우리는 새로 태어난 강아지 아홉을 모두 가족으로 품기로 결정했다그리고 지금까지 우리는 집 안의 강아지 모두가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쏟고 있다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덧 1년이라는 시간이 쥐도 새도 모르게 지나가 버렸다돌이켜보면 모두 소중한 순간들이지만당시에는 뭐 그리 바쁘고 치열했는지.

 

  막 태어난 아가들이 언제쯤 눈을 뜰까조마조마하며 설레던 날들아홉 마리 분의 분유를 세 시간에 한 번씩 꼬박꼬박 먹이던 날들처음 귀가 열리던 날아이들 하나하나 붙잡고 이름을 불러줬던 것드디어 사랑한다는 내 말을 너희가 들을 수 있어서 얼마나 감격스러웠었는지….

  잘 걷지도 못하는 아가들을 두세 마리씩 품에 안고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했었는데그땐 그마저도 전혀 힘들지 않았나 보다혹시라도 아가들이 어찌 될까 봐 목줄에 일일이 전화번호와 이름주소까지 다 적어두고 졸졸 쫒아다니던 걸 생각하면그땐 나도 완전 초짜였구나새삼 느낀다.

  함께여서 다행이야

  종종 비즐라 아가들을 데리고 산책을 하면우리를 알아봐 주시는 고마운 분들이 계신다유튜브를 통해서또는 매거진P를 통해서 우리의 이야기를 접한 분들이시다.

아이들의 유명세가 그리 중요하지는 않지만많은 분께 우리 가족의 이야기가 사랑받고 있다는 것은 매 순간 정말 신기하고 또 감사하다지난번 동물병원에 방문했을 때는 병원 안의 거의 모든 분께서 우리를 알아봐 주신 적도 있었다덕분에 비즐라들 사회화도 더 잘 되는 느낌이랄까.(웃음)

  그중 어떤 분은 혹시 비즐라들 중 입양을 보낸 아이가 있는지 궁금해하시기도 한다역시 아가들이 아홉 마리나 되니까 자연스러운 궁금증일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사실 처음엔 우리 가족 역시 입양을 보내야 하나?’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렵게 꺼낸 물음에 날아오는 대답은 어떻게 수입했어요?’, ‘한 마리당 얼마에요?’, ‘족보가 어떻게 되나요제가 펜션을 운영하는데갖다 놓으면 모양이 살겠네요’ 와도 같은 무식하기 짝이 없는 것들뿐그렇게 입양처를 모두 거르고 나니 우리끼리 똘똘 뭉쳐 책임을 다해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굳히게 됐다.

  그래서 이제 나는 쑥스럽지만 뿌듯한 마음으로 말한다. “아니요우리 가족 다 같이 살기로 했어요” 라고그러면 곧이어 이런 대답이 날아온다. “어머힘드시겠어요.

  그럼 나는 다시 웃으며 대답한다. “아니요함께여서 얼마나 다행인데요!”

  눈코 뜰 새 없지만행복해

  아이들도 요새는 다 컸는지점점 생활리듬이 규칙적으로 잡혀가고 있다아침 9시면 다들 슬슬 일어나서 엄마를 깨우기 시작한다마당으로 나가는 문을 열어주면 알아서들 놀다가 아침밥을 먹는데요새는 노즈워크를 하면서 마당에서 식사하는 것을 좋아한다.

  밥을 먹고 한 30분쯤 있으면 하나 둘씩 주방 앞으로 모여 오순도순 낮잠을 잔다어려서부터 다 같이 함께 자는 게 익숙해서인지아직도 아이들은 거대한 골뱅이처럼 몸을 동그랗게 만 채 쿨쿨 잠을 청한다

  한두 시간쯤 뒤잠에서 깬 아이들은1층과 2층을 헐레벌떡 뛰어다니기도 하고마당에 나가서 터그놀이나 공놀이도 하고산책을 하러 나가기도 한다이렇게 투닥투닥 놀기만 해도 벌써 여섯 시가 가까워진다.

  다섯 시쯤 되면 엄마가 강아지 방 청소를 시작하시는데그러면 또 지하 강아지 방 (원래는 사람 거실이었지만에 다들 슬금슬금 똬리를 틀고 2차 낮잠을 주무신다청소가 끝나면 얼추 또 저녁 먹을 시간이 된다저녁을 먹고 또 신나게 노시다가 사람 가족이 저녁 식사를 시작할 때 쯤또 발치에 모여서 어찌도 잘 자는지….

  그렇게 해가 저물고 아이들이 곤히 자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새삼스레 행복감이 밀려온다내가 더 많이 배워서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행복한 삶을 살게 해 주어야지 하는 다짐을 마지막으로나의 하루도 마무리된다.

 
  비즐라 꼬물이 아홉 남매에게

  안녕베리루카디올미니룰루호야노아럭스라라야누나(언니)너희의 첫 생일이 다가오고 있다니 정말 믿기지가 않아물론 내게 너희들은 아직도 아기지만불과 몇 달 사이에 훌쩍 자라준 것 같아서 새로워.

  사실 너희가 처음 태어났을 때기쁨보다는 걱정이 많이 앞섰단다막막하고 두려워 피하고 싶었던 적도 있었어그런데 지금은 그때의 내가 정말 어리석었었다고 느껴.

  그간 우리에게 잊지 못할 여러 일이 있었지처음으로 사료를 먹던 날처음 목욕을 한 날비를 같이 맞은 날처음으로 땅을 파본 날첫눈을 먹어본 날그리고 하루하루 따스해지는 햇볕을 받으며 누워있는 요즘까지.

  너희와 쉴 새 없이 달려온 첫 사계절이 드디어 지나고 있네너희의 첫해는 어땠을지전부 다 듣고 싶고 알고 싶어이제 다가오는 두 번째 봄에는 꽃구경도 하고 (제발 먹지는 말고), 여름에는 첫 수영도 하고 놀자이렇게 예쁘고 멋있게 자라준 너희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할게.

앞으로도 잘 부탁해우리 아홉 꼬물이들 

글.사진  김주리
에디터  이혜수


<헝가리안 비즐라-함께한 첫 해, 함께 할 평생>
해당 글은 MAGAZINE P 2019년 2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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