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러운 개딸, 제이와
처음 만났을 때를 돌이켜보면,
지금 생각해도 운명이 아닐까 합니다.
먼저 나에게 다가오는 아이를
가족으로 맞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제이가 제 마음을 읽기라도 했는지,
아니면 텔레파시라도 통한 건지
가장 먼저 가까이 와 주었지요.
온전한 제 선택이었는지,
아니면, 제이에게 간택을
당한 것인지는(?)
알 수는 없지만 말이에요.
반려동물의 권리
고작 2개월 난 아기 제이를 처음 안아 올렸을 때, 겨우 두 손 가득 들어올 정도로 작았던 녀석이 얼마나 앙증맞고 사랑스러웠는지. 혹여나 아프기라도 할까 꼬박꼬박 예방주사도 맞히러 다녔더랬죠. 그랬던 녀석이 지금은 쑥쑥 자라서 벌써 3살이 다 되어간답니다. 제이 덕분에 레이, 써니와도 가족이 되어 무려 세 개딸과 매일이 즐거운 다견 가정 수발 라이프를 즐기고 있죠.
개딸들이 누리고 있는 권리요? 푹신한 극세사 이불 속에 마음껏 쓰러져 드러눕기, 언제나 먹고 싶을 때 내 맘대로 밥 먹기, 넓은 잔디에서 미친 듯이 ‘우다다’하기, 가끔 귀찮을 땐 엄마가 불러도 모르는 척하기, 서로 자기 만져달라며 에미 손 뺏어가기 등등 셀 수도 없답니다.(웃음)
견상궁의 고민
써니는 중성화 수술을 받은 뒤 가족이 되었지만 제이와 레이의 중성화 수술은 아직도 고민하고 있는 견상궁이에요. 일반적으로 많은 분이 출산 계획이 없다면 강아지들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첫 생리를 하기 전에 중성화 수술을 시켜 주는 것이 좋다고들 이야기하십니다.
물론 영역 표시를 하는 수컷의 경우는 미리 해 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1인이에요. 마취를 해야 하는 수술이기는 하지만 개복하지 않아도 되고, 무튼 암컷의 중성화 수술과 비교했을 때 조금 수월한 것은 사실이니까요. 사실 예전에 키우던 암컷 요크셔테리어 초코 할매는 중성화 수술을 했었어요. 그런데 수술 후에 눈에 띄게 살이 찌기 시작하더라구요. 호르몬 분비에 이상이 생긴 건지 조금만 긴장하는 표정이다 싶으면 등 줄기가 서늘해졌더랬죠.
병원에도 물어봤지만, 속 시원한 답변은 듣지 못했어요. 무엇보다 수술 후 마취가 깨고 나서 고통스러워하던 초코의 모습이 너무나 마음 아팠더랍니다. 세상에 정답은 없잖아요? 앞으로 우리 개딸들이 아프지 않을 것이다 생각하고 하루하루를 즐겁게 행복하게 보내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 견상궁이에요.
굳이 먼 미래에 아플지도 모르는 가능성 때문에 지금 고통을 주는 것이 아이들을 위해 진짜 잘하는 일일까…. 제이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쭉 계속 고민하고 있지만 현재 제 마음은 아이들이 수술로 인해서 아파하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다’ 쪽에 더 가까이 있는 모양입니다.
제이와 레이의 발정주기가 달라서 거의 2~3달마다 개딸들 기저귀를 챙겨주는 일이 반복되고 있네요. 사실 귀찮기는 합니다. 솔직히 ‘아, 중성화 수술을 하면 이런 귀찮음 따위는 영영 바이바이~ 할 텐데….’ 싶을 때도 있기는 해요.
그렇지만 또 애들이 아파할 것을 생각하니 내가 조금 귀찮고 말지! 하고 생각을 바꿉니다. 그러면서 또다시 ‘이눔들 둘이 똑같이 생리하면 에미가 덜 힘들 텐데’ 하고 몇 번을 궁시렁거렸더랬죠. 근데 요 효녀들이 에미 맘을 읽었는지 이번에는 생각지도 못하게 이틀 사이에 둘 다 함께 발정기가 온 거에요. 아이고, 기특하여라! 에미 맘을 어찌 알고! 하면서 오구오구 폭풍 칭찬을 한가득 퍼부어줬더랬죠.
뭐 어쩌다 보니 맞아떨어졌을 테지만, 개따님들과 텔레파시라도 통한 것처럼 괜히 막 기분이 좋더라니까요. 여튼 하루에도 몇 번씩 기저귀를 갈아주면서 혹 어디 짓무르지는 않았나, 불편한 곳은 없는가, 기저귀가 벗겨지지는 않는가 매의 눈으로 살펴보다 보니 다른 때 보다 두 배는 더 눈과 손이 바쁘지만, 어찌 보면 생리학적인 권리를 자연스레 누리고 있는 녀석들이 계속 그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세 배, 네 배 더 쭉쭉 즐거운 마음으로 수발을 들 예정이에요.
CREDIT
글 김윤정
사진 이성훈
에디터 이혜수
해당 글은 MAGAZINE P 2019년 2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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