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찌로고

Magazine P. 제2의 견생을 응원하며

  • 승인 2020-12-08 18:36:33
  •  
  • 댓글 0

  이렇게 비싼 개도 버려요?

  생명의 우선순위가 가격으로 측정되어서는 절대 안 되는 일이지만아직도 유기견 차우차우의 입양처를 구할 때마다 어김없이 듣는 질문이다.

  “차우차우면 비싼 개 아니에요어머 세상에이런 비싼 개도 버려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질문이지만뜻밖에 자주 들을 수 있다하긴 자본주의 사회에서 유명한 견종의 아이를 데려오려면 그만큼의 값을 지불해야 하고그 값을 지불할 수 있다면 그만큼의 능력과 책임감을 겸비한 사람일 가능성이 높을 테니 질문을 하는 사람의 의도도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그저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반려동물의 삶이 마음이 아프기만 할 뿐.

 
  보호자 사망으로 갈 곳이 없는 군부대 아이들

  차우차우 구찌를 반려하며차우차우 동호회 분들과 자주 소통하면서 유기견 보호소에 후원도 하고 봉사활동도 시작하게 되었다.

  그러다 한 군부대에 차우차우 두 마리가 방치된 채로 살아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때마침 그때는 차우차우에겐 가장 위험한 계절인 여름그것도 폭염주의보가 연일 뉴스를 통해 흘러나오던 때였다아이들의 사연을 들어보니 보호자가 사망하여 현재 부대 내에서도 돌보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다.

  아이들의 이름은 다산이와 다순이. (이름도 참 마음에 안 든다보호자가 없다 보니 도움을 요청하신 분이 그 부대에 발령받기 전까지는 사료 대신 잔반으로 끼니를 해결했으며 수북하게 엉킨 털과 쇠 목줄그리고 그늘 하나 없는 고무 개집 두 개가 반경 5m 안의 전부였다.

 
  임시 보호처가 결정될 때까지 근처의 애견훈련소 소장님의 도움을 받아 아이들 목욕과 미용을 했다그 사이에 부대에는 그늘막이 설치되었다다산이와 다순이는 잘 이야기가 되어 권리 포기 각서를 받고 데리고 나올 수 있게 되었는데대형견의 임시 보호처를 찾는 일은 너무나도 어려웠다구조는 할 수 있는데 데리고 갈 곳이 없다니개인 구조자들이 가장 많이 부딪히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게다가 실외에 방치되어 살아가던 아이들이라건강검진 결과 두 마리 모두 심장사상충 2기라는 소견이 나왔다하루라도 빨리 아이들이 임시 보호처를 찾아 치료를 시작해야 하건만 초조하기만 했다동호회 분들 모두 가족부터 친척친구 집까지 알아봤지만대형견의 임시 보호처를 찾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다 평소에도 유기견 보호 활동에 관심이 많으셨던 한남동 소재의 동물병원 원장님께서 아이들을 도와주실 수 있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 들었고그렇게 아이들의 치료와 임시 보호가 시작되었다.

  

  식용견이 될 뻔한 차우차우

  동물 학대 구조로 열심히 활동 중인 한 동물권 단체의 도움을 받아 식용견 농장에서 번식까지 하던 차우차우 어미를 만났다아이의 사진을 보자마자 하염없이 눈물이 나왔다어쩌다 그 무서운 곳까지 가게 된 것인지잔뜩 녹슬어 버린 철창 사이로 물 한 방울 없이 이미 썩어버린 음식물 쓰레기로 겨우 목숨만을 연명하고 있던 차우차우 어미는 다행히도 구조될 수 있었다그리고 동물권 단체의 도움을 받아 위탁 보호소 시설에서 심장사상충 치료와 임시보호를 진행하게 되었다.

  대형견이고 이미 성견이다 보니 입양이 쉽지 않을뿐더러차우차우라는 견종의 특징 또한 입양의 어려움에 한몫했다관상용으로 데려가려는 사람사람 아이의 정서적 치료제로 데려가려는 사람집 지키는 용도로 데려가려는 사람 등 데려가고자 하는 사람들은 많았지만한번 상처받은 아이들을 우선으로 돌봐주고 아이들의 상처까지 따뜻하게 보듬어 줄 가족을 꼭 찾아주겠다 약속했다.

  입양 신청이 들어오면 우선 서류를 꼼꼼하게 확인 후 가정 방문을 한다가정 방문뿐만 아니라입양 전 같이 애견카페나 애견운동장에 함께 가기도 하고산책도 하면서 충분히 입양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제 2의 견생을 응원할게

  지금 아이들은 모두 새로운 가족을 만났다짧으면 2-3길면 6개월 이상 아이들은 임시 보호자의 보살핌을 받으며 진짜 가족을 만나기를 기다렸다임시 보호 기간이 너무 길어지다 입양되면 또 버려졌다고 생각할까 봐 미안한 마음도 많았지만앞으로 10년 이상 남은 견생을 위해서는 쉽게 입양처를 결정할 수는 없었다.

  이제 이 아이들에게 더는 옛날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보호자들은 최선을 다해 아이가 행복한 견생을 살 수 있도록 교감하고 노력하고 있다세상의 모든 개를 구할 수는 없어도조금만 노력하면 한 마리의 견생은 바꿔줄 수 있다많은 사람이 길 위의 지친 아이들을 위해 따뜻한 관심을 두었으면 좋겠다.


CREDIT
글.사진 전소영
에디터 이혜수

Tag #펫찌
저작권자 ⓒ 펫찌(Petzz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0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