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방학과 요즘 유행하는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어린이집 개학이 미뤄졌다.
그렇게 요즘 때때와 고양이들은
하루의 모든 시간을 함께하며
소소한 추억을 쌓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 말은
때때의 신생아 시절 이후로
마지막인 줄 알았던
육아 육묘 생활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덕분에 고양이들과 아기집사 때때는
한층 가까워졌고
엄마인 나는 두 층,
아니 세 층은 늙어버렸다.
서로가 서로를 위하는 마음으로
온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자 예상치 못한 긍정적인 변화가 생겼다. 바로 아기집사 때 때가 고양이들의 기피 대상 목록에서 제외된 것이다.
‘살살 만지는 거야, 살살!’ 이라는 말을 하루에도 수십 번 반복한 결과, 때때는 전보다 훨씬 부드러운 손길로 고양이를 쓰다듬을 수 있게 됐다. 고양이의 입장을 헤아릴 수 있게 된 때때를 보며, ‘조금씩 진정한 집사로 거듭나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괜히 자랑스럽고 기특한 마음이 든다. 아기와 함께 지낸 지 2년이 되어가는 용또행을 보고 있으면 생각나는 동요가 있다.
여기서 가사를 기차는 아기로, 아기는 고양이로 수정하면 우리 집 상황과 딱 들어맞는다.
힘이 넘치는 사내아이와 2년만 함께 지내면 아무리 예민하고 겁 많은 고양이라고 하더라도 웬 만한 소란스러움에는 깨지 않고 곤히 잘 수 있게 된다. 때때의 방해에도 개의치 않고 잠드는 경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인내의 시간을 보낸 용또행을 보고 있으면 항상 짠하고 고마울 뿐 이다.
단짝친구, 금복이와 때때
금복이는 때때만큼이나 에너지가 넘치는 왈가닥 아가씨다. 그 래서인지 둘의 놀이 수준은 딱 들어맞는다.
때때가 기차놀이를 하면, 금복이가 다가와 기차를 톡톡 밀어낸다. 때때는 그런 금 복이가 귀찮으면서도 또 방해해 주기를 은근히 기다린다. 다시 금복이가 나타나면 까르르하며 금복이를 쫓아간다.
그러다 때때가 바닥에 쿵 하고 넘어지고 와아앙 울음을 터뜨리면 어느 새 놀이는 끝이 난다. 그런 때때에게 호~ 하며 위로해주고 있 으면 어느새 금복이가 내 옆에 살을 맞대고 누워있다. 이런 식의 놀이를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하면 어느새 저녁이 찾아온다.
울었다 웃었다, 우다다다 쿵쾅쿵쾅 정신없고 활기찬 하루가 잘도 흘러간다. 고양이 중 가장 어린 금복이와 때때가 둘이서 잘 놀다 보니 나에게도 약간의 여유 시간이 생겼다. 금복이 덕분에 에너자이저 때때가 집에만 있어도 답답하거나 지루해하지 않는다.
사냥 놀이를 많이 못 해주는 나를 대신해 때 때가 놀아주니 고양이들도 활동량이 많이 늘었다. 게다가 집사 역할을 자처하는 때때 덕분에 의도치 않게 도움을 받기도 한 다. 워낙 할 일이 많은 육아 육묘라 체력적으로 힘들 때가 많았 는데 아주 아주 조금씩이나마 편해지고 있는 요즘이다
콩 한 쪽도 나눠 먹어요
때때는 간식을 먹다가도 맛있는 게 있으면 용복이에게 다가가 건네주고, 보물 1호 소방차 장난감을 또복이에게 양보한다.
고양이들에게는 먹지도, 가지고 놀지도 못하는 무용지물이겠지만 때때는 언제나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나눠주고 또 함께 하고 싶어한다. 그 소중한 마음을 아는지 용또행금(용복이, 또 복이, 행복이, 금복이)이는 때때의 애정 공세가 귀찮아도 참고 받아준다.
때때는 저도 아직 기저귀도 못 뗀 23개월이면서 벌써 고양이 화장실을 치워주려고 한다. 모래 놀이에 더 가깝기는 하지만, 어쨌든 마음가짐만은 프로 집사 못지않다.
때때는 이런 사실을 알까? 자신이 여러 사람뿐만 아니라 고양이들의 사랑과 이해 속에서 크고 있다는 걸. 지금은 네 마리의 고양이들이 때때 를 돌봐주고 있지만 머지않아 때때가 고양이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기를 상상해본다
글 사진 강은영
에디터 한소원
<baby&cat-23개월 생의 체험, 집사의 현장>
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5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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