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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C. BLOOMING

  • 승인 2020-12-29 11:5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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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끝자락. 
바깥공기는 아직 
박하사탕처럼 알싸하고,

때늦은 눈이 얕게 
땅 위를 덮었던 바로 그 무렵, 

창밖을 보며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틈새의 빛

  하늘에 흩뿌려진 구름 사이로 밝은 해가 얼굴을 내밀 때까지 걸린 시간은 꽤나 오래인 듯 느껴졌지만, 그 찬란한 빛이 마음에 와 닿을 때의 황홀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빛은 곧 커다란 아쉬움을 남기며 서둘러 사라졌다. 아주 잠시, 찰나의 순간. 구름의 커다란 그림자가 바다 위로 드리울 때, 구름이 채 가리지 못한 물 위의 영역들은 햇빛을 받아 영롱하게 반짝였다. 그 모습이 마치 마음속 묵은 때마저 시원하게 씻겨 주는 것만 같았다.

   ‘하늘에 봄꽃이 핀다면 바로 이런 모습일 거야.’ 그리고 곧이어 조니와 데비가 떠올랐다. 내 일상에 끝없는 충만함을 선사하는, 마치 봄과 같은 따스하고 소중한 존재.

  저마다의 이유

  늦은 아침, 조니와 데비는 배가 고픈 듯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부스스 일어나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캔을 따 준 뒤, 맛있게 먹는 조니 데비의 모습을 기분 좋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따뜻한 메밀차를 끓여 좋아하는 컵에 담아 거실 소파 위를 파고들었다. 

  구수한 향과 따뜻함. 그리고 집안을 가득 메운 정오의 거대한 햇살. 이제 정말 봄이 왔다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금 졸음이 쏟아졌다. 밥을 다 먹은 조니와 데비는 소파와 완전히 하나가 되어 누운 내 위로 풀썩 올라와 한자리씩 차지한 뒤 함께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내 마음은 

아이들과 함께 보낼
따스한 봄에 대한 
기대로 가득 부풀었다.

  나에게 피는 꽃

  아이들과 함께 부비적거리다 보니, 어느새 정오가 지나 분홍빛 석양이 예쁘게 물들기 직전의 오후가 되었다. 

  창문 너머 탁 트인 파란 바다를 아이들과 함께 바라보며 남편을 기다리는 일은 일과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 중 하나다. 수평선 위로 가장 밝게 빛나는 한 줄기 빛은 물 위로 궤적을 그리다 점차로 옅어졌다.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는 그렇게 한참 동안 이어지다 오른 쪽 너머로 훌쩍 넘어가 버렸다. 

  이 멋진 광경을 다시 보려면 또 하루를 꼬박 기다려야 하겠지.

  평소 나는 내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의 기준에 부합하는 세상의 많은 것들이 사실 나와는 굉장히 동떨어져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그런 내 생각은 조니와 데비를 만나고 나서 완전히 바뀌었다. 가장 반짝거리고 아름다운 빛은 사실 나와 가장 가까운 데 있다는 사실을 조니와 데비는 내게 일깨워줬다. 

  구름 틈새로 비치는 빛과 같은, 나만의 작은 두 송이의 꽃 조니와 데비. 창문 너머의 눈부신 석양을 하루 꼬박 기다려 너희와 함께 또 보고 싶은 내 마음을 너희는 알까? 이토록 빛나는 아이들의 내일은, 다음 계절은 또 어떤 모습일까?

  하루하루의 작은 순간, 이렇듯 기분 좋은 설렘과 함께, 어느새 따스한 봄은 이미 도담도담 하우스의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글 사진 김보미
에디터  에디터

<도담도담 하우스-BLOOMING>
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5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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