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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C. 그래도 다행이야 곁에 있어서

  • 승인 2021-01-08 18: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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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한다는 건 분명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다.

 

  즐거운 일들만 가득할 것 같았던 지난해 말. 틸다가 많이 아팠다. 어릴 때부터 잔병치레가 잦던 녀석이라 언니와 나는 항상 틸다의 건강을 습관처럼 살폈다. 그날도 평소와 같이 화장실을 치우며 변과 소변 상태를 체크하고 밥을 먹이고 놀아주었다. 그런데 틸다가 평소답지 않게 짜증을 내며 엉덩이 주변을 그루밍 하는 것이 아닌가. 

  모두에게 힘든 시간

  틸다가 진료를 받으러 처치실에 들어가고 우리는 대기실에 남았다. 안에서 틸다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를 때마다 심장이 떨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되었을까? 조금만 더 빨리 병원에 왔었더라면 지금보다 덜 고통스러워하지 않았을까? 그때 먹은 사료가 문제였을까? 온갖 추측으로 하다 보니 어느새 틸다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선생님에게 안겨 나오고 있었다.

  떨고 있는 틸다에게 ‘고생했어, 잘했어’라고 위로를 건네는 것도 잠시, 나는 숨 돌릴 틈도 없이 진료실로 다시 들어갔다. 검사 결과 는 전혀 힘이 되지 않는 내용이었다. 부정적이라도 검사 결과를 듣기만 하면 조금은 후련할 줄 알았는데 더 큰 복병이 남아 있었다. 바로 약이었다. 

  약이 아픈 곳을 나아지게 해주면 좋겠지만, 장이 약한 틸다는 예전부터 항생제만 먹으면 설사를 했다. 염증을 낫게 해주는 약이라도 틸다에게는 탈수나 다른 질병을 유발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한동안은 잔뜩 긴장한 상태로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다. 새벽에도 자다가 일어나 화장실을 치우고, 틸다를 씻겨야 하는 일이 많았기에 항상 잠이 모자라 피곤했다.

 

  다시 병원으로 

  일주일 뒤 틸다는 지긋지긋하던 항생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렇게 깨끗하게 나은 줄로만 알았는데 올해 초, 틸다의 투병이 다시 시작되었다. 틸다를 어릴 때부터 지겹게 괴롭히던 면역계 이상 반응이 다시 시작된 것이었다. 

  면역에 좋다는 각종 보조제를 해외에서 공수하고 틸다와 비슷하거나 같은 질병을 앓고 있는 아이가 있는지 인터넷에 검색해보았다. 뿐만 아니라 몇 년 동안 수집해온 틸다의 진료 기록들을 살펴보며, 반복되는 증상의 연관성을 찾아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틸다의 증상은 더 심해져만 갔다. 나는 결국 전보다 더 착잡한 마음으로 다시 병원을 찾았다. 그간의 기록들을 빠짐없이 선생님께 말씀드리고 의심되는 병에 대한 검사를 의뢰했다. 

  검사 결과는 생각했던 대로였다. 2020년 2월, 틸다는 ‘천포창’이라는 병을 진단받았고 평생 면역 억제제를 복용하는 것으로 치료 방향을 잡았다.

 

위기는 극복하라고 있는 것 아니겠어?

  비록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지만 다행히도 지금 틸다는 매우 건강하다. 1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하고 있는데 얼마 전 검진 결과에서 뜻밖의 긍정적인 소식을 들었다. 비만인 것만 제외하면 아주 건강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올해 틸다의 목표는 ‘건강하게 다이어트 성공하기’다. 마침 더 큰 집으로 이사 온 덕분에
틸다가 맘껏 뛰어다닐 수 있는 공간이 더욱 넓어졌다. 

  틸다는 더 건강해질 것이다. 넓은 집에서 마구 뛰어다니다 보면 자연히 살이 빠질 것이고, 요즘에는 제한 급식도 잘 따라와 주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의 나는 ‘전에는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이 사실은 참 소중한 것이구나’라는 사실을 실감 하고 있다. 위기가 다시는 찾아오지 않기를 바라지만, 커다란 위기가 찾아온다고 해도 우리는 반드시 극복해낼 것이다. 소중한 생명을 지키기 위해 강해지는 것은 당연한 거니까. 

  그러니 틸다야, 언제나 지금처럼만 편안하고 고요한 모습이길 바라!
 

글 사진  송지영
에디터  한소원

<장난감 가게의 틸대리-그래도 다행이야 곁에 있어서>
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5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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