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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C. 마음을 나누는 일

  • 승인 2021-01-08 18:2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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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옆에 있어 주는 것뿐인데
그 뭉클한 위로가 
내 마음에 쿵 하고 와 닿는다.

 

마음을 나누는 일

  모카와 두부, 고양이 두 마리와 생활하다 보니 한 마리 한 마리에게 골고루 애정을 쏟아주지 못하고 있다고 느낄 때가 있다. 더 활발하고 적극적인 모카에게만 마음이 기우는 것은 아닐까, 혹시 소극적인 성격의 두부가 서운해하진 않을까, 간혹 마음이 쓰인다. 

  그럴 땐 모카가 낮잠 자는 틈에 몰래 두부에게 간식을 챙겨주곤 한다. 모카가 깰까 봐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두부가 좋아하는 간식을 몰래몰래 챙겨 줄 때면 괜히 미안하기도, 고 양이의 눈치를 보고 있는 지금 상황이 퍽 우습기도 하다. 

  허겁지겁 비밀스런 간식을 먹고 나면 두부도 고맙다는 듯 ‘야옹’ 하고 나에게 사랑스런 인사를 남긴다. 몰래 먹는 간식 맛을 알았는지, 한동안 모카가 잠들 때마다 자꾸 나에게 와서 간식을 달라고 애교를 부리던 두부를 외면하느라 혼났지만 말이다. 간식도 가끔 먹어야 맛있단다, 얘야.

두부는 모카에 비해 소극적인 성격인 데다 치아 상태가 별로 좋지 않다. 그래서 간식 양을 모카와 똑같이 줘도, 느리게 먹는 탓에 늘 남기곤 한다. 심지어 입맛도 까다로워 새로운 간식을 시도할 때면 킁킁 냄새만 맡고 떠나버리기 일쑤. 

  이러니 늘 마음이 쓰일 수밖에 없다. 어쩌다 두부의 입에 맞는 간식을 발 견하면 너무 기뻐서 많은 양을 쟁여놓기도 한다. 나는 대충 밥을 챙겨 먹으면서 고양이들의 사료나 간식은 친환경, 엄선한 재료, 홀리스틱 등 여러 가지를 꼼꼼하게 따진다. 이런 게 바로 엄마 마음인가, 피식 웃음이 나온다.

  고양이에게 받는 무심한 위로

  살다 보면 예상치 못한 일들이 예상치 못한 순간에 빵빵 터질 때가 있다. 다리에 힘이 풀리고 멍하니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 공허한 상태.

  지친 몸을 이끌고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풀썩 침대에 기대앉아 후우 한숨을 쉬고 있자면 슬그머니 나의 고양이들이 ‘야옹’ 하고 다가온다. 작고 반짝이는 눈망울로 꼭 내 맘을 안다는 듯이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며 내 옆에 자리를 잡고 식빵을 굽는다. 

  참으로 고양이스럽고 무심한 곁이지만, 지금 내겐 가장 필요한 위로처럼 느껴진다. 그 어떤 위로의 말보다도 그저 곁을 지켜주는 것, 그래도 내 편이 하나쯤은 있구나. 따스한 존재감에 속상했던 마음도 사르르 녹아내린다.

  너에게 위로가 되고 싶어

  너무 바쁜 날 집을 오래 비워야 할 때, 정작 고양이들은 아무렇지 않은데 내가 괜히 미안해서 구구절절 미안한 이야기를 쏟아내며 외출하곤 한다. 

  이러저러해서 어쩔 수가 없어, 그래도 최대한 빨리 들어올게. 같은 공간에 있어도 각자의 일을 하는 우리지만, 그래도 같이 있는 것과 떨어져 있는 건 너무도 다르다. 그럴 때면 서둘러 바깥일을 보곤 종종걸음으로 집으로 돌아온다. 나를 기다리는 작고 따스한 생명체들을 떠올리며.

  어떤 날, 괜스레 의자 밑이나 테이블 아래로 쏙 들어가서 그대로 식빵 자세를 취할 때. 이유 없이 토라지면 ‘혹시 나 때문인가?’ 싶어서 괜히 찔리고 미안한 날. 

  내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위로는 널 보드랍게 쓰다듬어 주는 것. 그저 그 뿐이지만 그래도 내 옆에 있어 줘서 고마워.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게, 건강하게 오래오래 함께하자. 오늘도 서로 눈으로 말했다.


글 이수현
사진  최상원
에디터  한소원

<냥이의 숲-마음을 나누는 일>
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5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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