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찌로고

Magazine C. 달달한 머랭님

  • 승인 2021-01-08 18:24:56
  •  
  • 댓글 0

 작고 소중한 머랭이를 만났는데

  "띵동”메시지 알림 소리가 유독 반가울 때가 있다수업 시간에 슬쩍 대화 창을 확인해보니 보이는 “머랭이 왔다~“라는 말이 말 한마디면 지루하던 수업도 버틸 수 있다. ‘수업 끝나면 머랭이 보러 가야지라는 부푼 기대감과 함께.

  처음 만난 아기 고양이 머랭이는 정말 머랭같았다하얗고 복슬거리고 쫀득거리는 느낌당시 유튜브에서 디저트 관련 영상을 즐겨 보던 집사는 머랭이를 보자마자 그 이름이 떠올랐다고.

  호기심 대마왕이었던 아기 머랭이는 사람을 무서워하지도 않았고우리가 그저 손만 뻗어도 얼굴을 비비며 “너도 내 집사 친구야?” 하고 인사를 건넸다그 흔한 짜먹는 간식도 없었지만 머랭이는 해맑게 우리에게 다가와 주었다넘치는 팬 서비스에 실험실 학부생인 우리는 금세 흐물흐물 녹아내렸고대학원생인 머랭이 집사님께 머랭이의 다음 예방접종 날짜는 언제인지 물어보며 머랭이가 학교에 오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 녀석 친화력이 엄청났어!

  머랭이는 우리 실험실뿐만 아니라 옆 실험실에서도학교 동물병원에서도 인기 스타였다동물병원에서 초음파 검사를 받을 때도 머랭이는 함께 모니터를 보면서 얌전히 기다려주는 프로였다예방접종 후에도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들에게 와서 야옹거리며 어서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멋진 포즈를 잡아주는 아이였다.

  마치 하악질이라는 것을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머랭이의 이 타고난 외향적인 성격은 머랭이 집사님의 가족들에게도 통했다고 한다평소 동물을 무서워하시던 집사의 어머니께서도 머랭이에게만은 애정을 갖게 되셨다고머랭이는 지금도 넘치는 애정을 주체하지 못해서 어머니께 달려들곤 한단다비록 애정의 속도는 다르지만서로를 좋아하는 마음이 분명히 보여서 함께 행복하다는 머랭이의 집사. 

  머랭이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다른 고양이에게도 굉장한 친화력을 보인다고 한다. 집사의 친구 고양이와 한 달간 함께 지냈던 적이 있는데, 그때에도 머랭이는 특유의 인싸력을 선보이며 친구네 고양이에게 끊임없이 다가갔다고 한다. 혹시라도 상대 고양이가 불편해할까 차근차근 합사를 진행했기에, 얼마 안 가 둘은 이모와 조카 같은 사이가 되었다고 한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학년이 바뀌는 동안집사가 석사 과정을 졸업하는 동안그 작고 소중했던 머랭이도 제법 늠름한 자태로 탈바꿈했다.

  포근하고 흐늘거리던 털 역시 어느새 풍성한 털로 바뀌어 있었다총총 걷던 발걸음도 위풍당당해졌고안간힘을 써야만 닿을까 말까 하던 점프도 이젠 깃털처럼 가볍고 우아해졌다호기심 어린 눈빛은 자신감으로 차 있었다순백색이었던 머랭이의 동그란 얼굴은 조금 날렵해졌고눈 주변 역시 마스카라가 번지듯 진한 갈색으로 변했다마냥 억울하게만 보였던 처진 눈매도 여느 고양이와 같이 날카로워졌다강하게 부정하고 싶지만머랭이가 어른이 되어버린 것이다.

아냐머랭이는 아직도

  매거진에 들어갈 사진을 요청하려고 오랜만에 머랭이 집사님에게 연락을 드렸다.

  머랭이는 잘 지내나요머랭이랑 잘 놀아주고 계시죠집사의 안부를 묻는 것은 뒷전으로 한 채 머랭이의 안부부터 뻔뻔하게 물어봤지만집사는 당연한 듯 머랭이 잘 지내지대학원 생활보다는 여유가 생겨서 많이 놀아주고 있어주말에는 하루 종일 붙어있다니깐?” 하고 대답했다.

  집사가 보내준 사진 속 머랭이는 여전히 쫀득쫀득 보드라운 모습이었다.

  “다 큰 줄 알았는데다시 보니 역시 아기네요.”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집사는 이렇게 대답했다.
  “머랭이는 더 클 거야내가 더 많이 놀아주고더 많이 사랑해 줄 거니까.”

새삼 부러워서 배까지 아프게 하는 둘의 사이이러다 정말 머랭이가 집사보다 커다래지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다.

글 사진  성예빈
에디터  이혜수

<예비 수의사의 일기-달달한 머랭님>
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5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
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Tag #펫찌
저작권자 ⓒ 펫찌(Petzz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0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