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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C. TERRORISM

  • 승인 2021-01-14 16:4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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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악! 이럴 수가, 
폴리의 생일을 까먹었다! 

캣페어를 마친 직후,
이런저런 잡무를 처리하느라 
바빴던 데다가 

또 만성이 되어가는 두드러기로 
몸까지 만신창이라는 
핑계까지 더해
 까맣게 모르고
지나치고야 말았다.

 사실 냥님들이야 
생일 따위가 뭔지 
알 턱이 있으시겠느냐마는 
집사들의 맘이야

 또 그렇지가 않지!

  치명적인 옥에 티

  곧 있으면 하니 생일도 다가오니 올 상반기에는 선물(?)로 종합검진을 해줄 계획이다. 둘 다 매우 잘 놀고 잘 싸고 맘마도 잘 드시는 걸 보면 문제는 없어 보이나, 이제 폴리는 6살, 하니는 5살이 되었으니 올해를 시작으로 매년 한 번씩은 건강 체크를 하는 게 좋겠노라 작은 집사 삵 씨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고 보니 폴리, 하니와 함께 한 지 1년 반이 넘었다. 이 좁은 곳에서도 건강하고 발랄하게 잘 지내주는 고마운 우리 폴리와 하니. 외모는 물론 성격과 머리도 좋은 우리 폴리와 하니는 정말로 모든 게 완벽한 100점 만점에 100점 고양이님이시다. 

  하지만 딱 하나! 엄청난 옥에 티가 있다. 그것은 바로 무시무시 한………… 쉬 테러!

  카메라를 설치하지 않았기에, 범인은 대체 누군지 (혹은 둘 다인지) 아직도 알지 못한다. 

  티 없이 해맑고 사랑스러운 짓만 쏙쏙 골라 하는 아이들이지만 사실 전 주인과 있을 때 맘고생을 했던 시기가 좀 있다. 내가 그 공유 사무실에 들어갔을 때부터 사무실 주인이자 (구) 집사의 오랜 부재와 잦은 장소 이동, 그로 인해 밥과 물, 화장실 등 기본적인 관리를 제대로 받은 걸 본 적이 거의 없었기에 폴리와 하니는 주인과의 유대감을 비롯해 심적 안정감을 충분히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분도 뭐라 할 수 없는 나름의 사정이 있었기에 안타까움이 컸다. 특히 하니를 처음 만났을 때 이미 1살 반 정도였으니, 아마 하니 는 1살이 되기도 전부터 불안정한 생활을 시작한 것 같았다.

  그래도 예쁘고 사랑스러워
 
  아무튼 그 당시 고양이 오줌 테러가 뭔지 알 턱이 없던 나는 크게 당황했고, 그곳에서의 1년 반 동안 나는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테러와의 전쟁을 이어가야만 했다. 

  잘 오지 않는 주인을 대신해 어떻게 해서든 배변 실수를 고쳐주고자 화장실을 청소하며 관리를 했고, 나중에는 모래가 문제인가 싶어 사비까지 들여 비싼 수입 모래로 바꿔 주기도 했다. 또 날마다 고양이 오줌 테러에 관한 공부도 했다. 야단도 쳐보고, 싫어하는 향수나 냄새 제거제 등등 수없이 뿌려보았지만 역시 소용없었다. 이곳으로 와서도 이어지는 쉬 테러 때문에 내다 버린 패브릭만 몇갠지. 

  후각이 극도로 예민한 나는 오줌 냄새를 맡을 때마다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고, 냄새를 지우려고 매일같이 사투를 벌이느라 지치고 지쳤다. 물론 그래도 아이들은 너무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냄새는 미웠지만 좋다고 와서 비벼주고 애교를 부리는 이 강아지 같은 녀석들을 보고 있자면 어느새 ‘오줌쯤이야….’ 하고 스르르 마음이 녹아내렸다. 그렇게 반쯤 자포자기한 채로 1년 반의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또다시 시작된 오줌 테러

  엇! 그런데 어느새 쉬 테러가 사라졌다.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는데, 어쩌면 아이들이 나아진 건 항상 깨끗하게 유지되는 쾌적한 화장실 상태는 물론, 매일 곁을 지켜주는 집사들 덕분은 아닐까 생각한다. 

  확언할 수는 없지만, 혹시 폴리와 하니는 오랜 시간 분리불안을 겪고 있었던 건 아닐까? 캣 페어로 한창 정신없던 얼마 전, 아마 행사 마지막 날이었을 거다. 일을 마치고 돌아왔더니 또다시 바닥엔 오줌 자국이 흥건했다. 내 머릿속에서 오줌 테러가 지워진 지 꽤 되었기에, 다시 전쟁 시작인가 싶어 내심 좀 절망스럽기도 했다.

  오랜만이든 아니든 고양이 오줌 냄새는 정말로 적응이 안 된단 말이다. 어찌나 지독한지 닦아도 빨아도 남아있는, 마치 외양간에 온 것 같은 그 지독한 암모니아 냄새.

  폴리 하니, 아무 걱정 하지 마

  행사 기간이었음에도 나는 늘 폴리와 하니의 곁을 지켰다. 화장실도 깨끗하게 치워주고 밥과 물도 늘 풍족히 채워줬다.

  하지만 보채도 놀아주지 않고 하루에 딱 두 번인 좋아하는 간식 타임도 빼먹기 일쑤에, 연일 들이닥치는 커다란 택배 상자로 어수선하기 짝이 없는 작업실 분위기에 혹시 우리 폴리와 하니가 불안함을 느꼈던 걸까? 고양이들의 불리 불안이 왜 배변 실수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어쩌면 우리 아이들이 바로 그 케이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다행히 이제 쉬 테러에서 어느 정도는 해방되어서 좋다. 어쩜 이렇게 장한지. 요 작고 작은 녀석들이 집사와 환경이 바뀌는 스트레스를 오랫동안 열심히 참고 견딘 것이라고 생각하면 한편으론 코끝이 찡하다. 

  사실 이건 가설일 뿐이니, 정확한 원인은 이참에 진료를 받고 나면 알 수 있으려니 한다. ‘혹시나?’ 하는 부분없이 면밀하게 건강 체크를 해주고 폴리와 하니에게 맞는 쾌적한 환경과 편안함을 주고자 계속 노력할 생각이다. 그러면 정말로 테러가 사라지는 날이 오겠지.

폴리, 하니야, 앞으로 우리와 헤어지는 일은 절대로 없을 거야! 아무 걱정하지 마, 우리 아가들. 지금처럼 해맑고 건강하고 또 건강하게만 지내주렴.

 

글. 사진. 일러스트 OYSTER STUDIO(장보영) 
에디터  이혜수

<오이스터 스튜디오-TERRORISM>
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5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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