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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C. 상냥한 탐험가

  • 승인 2021-01-22 09:3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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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에 있는 우리 집은 아파트 이웃들 사이에서 

고양이 하우스’로 알려져 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노아와 폼폼을 위한
물건들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현관문을 열면 보이는 큰 거실은
온전히 우리 집 고양이 노아와 폼폼을 위한 장소처럼 보인다.

콜럼버스 못지않은 집안 점령기

  거실 입구에는 스위스 샬레 스타일로 지어진 고양이 전용 별장 하우스가 그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이 범람하는 세상에서 ‘스위스 메이드’인 특별한 별장이다. 그 옆에 놓인 텔레비전 수납장 또한 원래는 게임기 등을 수납하려고 했지만 겁 많은 폼폼이 낯선 손님이 오거나 바람이 많이 불어 무서울 때마다 숨는 장소가 되어버렸다. 나와 남편은 이제 텔레비전 수납장을 ‘폼폼 전용 별장’이라고 부른다. 

  뿐만 아니라 집 안에서만 머무르는 고양이들에게는 수직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들었다. 그래서 천장까지 닿는 대형 캣타워를 구매했다. 대형 캣타워에는 보드라운 천으로 덧대어진 공간이 있어 밤이면 노아와 폼폼이 각자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잠에 들곤 한다. 작은 크기의 2단 캣타워는 노아와 폼폼이 바깥 풍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거실 창문 바로 앞에 놓아두었다. 작은 캣타워에서 식빵을 구우며 멋진 스위스 풍경을 감상하는 노아와 폼폼을 볼 때면 뿌듯하기 그지없다. 

  스위스 풍경 속에 있는 귀여운 고양이들을 감상하는 집사의 삶은 꽤나 만족스럽다. 거실 마루 위 또한 고양이들 물품으로 점령되었다. 박스를 좋아하는 고양이들의 습성을 위해 남편이 직접 만든 고양이 하우스, 스크래처, 사냥놀이를 할 때 인기 폭발인 터널, 각종 고양이 장난감들이 즐비하다. 한국에서 사 온 장난 감도 있겠다, 사냥놀이를 하며 실컷 뛰어놀 수 있는 넓은 거실도 있겠다, 이만하면 노아와 폼폼의 삶은 상당히 풍요로운 삶이 아닐까?

우리만의 방식으로 지켜주고 싶어

  한국의 고양이 집사님들을 보면 원목 캣타워에 캣 휠, 스크래처 등 수많은 고양이 물품들로 집 안을 채우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하지만 스위스에서는 그렇지 않다. 이곳에서 만난 스위스 집사들의 경우 대체로 넓은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이 있어 외출 냥이로 키우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굳이 아이들을 위해 실내에 캣휠이나 캣타워 등등 고양이를 위한 환경을 따로 만들어 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외출 냥이들은 바깥에서 천연 스크래쳐인 나무에 손톱을 긁고, 천연 캣타워인 나무에 오르고, 진짜 사냥을 즐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집은 고층 아파트이기 때문에 외출냥이로 키우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살다 온 나는 실내 고양이로 키우는 것이 100%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스위스의 외부 환경이 외출 냥이들에게 안전한 편이라고 해도, 가족 같은 노아와 폼폼이 실수로 길을 잃어 영영 집에 돌아오지 못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우리 마음은 전부 너희의 것

  동네에서 자주 외출 냥이들을 볼 때면 노아와 폼폼도 집 안에서 즐거움을 찾았으면 하는 마음에 고양이를 위한 물품들을 하나둘씩 사 모으게 되었고, 지금의 고양이 하우스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우리 집을 방문한 스위스 손님들의 눈에는 우리 집의 풍경이 굉장히 인상 깊은 모양이다. 어떤 이들은 “이 집은 사람이 아니라 고양이를 위한 집 같아!”라는 감상평을 남기기도 했다. 아무렴 어떤가, 노아와 폼폼이 행복하다면, 그것이 바로 집사의 행복인 것을.

글. 사진 이지혜
에디터  한소원

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5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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