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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P. 내 강아지의 ‘개취’ 존중

  • 승인 2021-01-28 12:4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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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아지를 키우는 데 필수인 사회화 교육은 보통 접종을 마친 뒤 진행된다. 가족 외의 사람들이나 다른 강아지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면서 ‘카밍시그널’을 교환하고, 그로 인해 성장한다. 바로 그 과정에서 대부분의 견주들은 어느 정도 반려견의 성격을 파악한다. 그런데 단지 그것만으로 반려견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까?

현실과 이상

  사람이 강아지에게 물리는 사고가 한창 떠오르던 때에 나는 진저를 키우게 되었다. 시바견과 관련된 사고도 있었기에 우리 부부의 마음은 더욱 무거웠다. 상황이 그렇게 되자, 진저의 첫 산책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5차 접종을 끝마치고 난 뒤, 우리는 조급해하지 않고 천천히 산책 반경을 넓혀가기로 했다. 아파트 복도를 시작으로 공동 현관, 집 앞 화단, 집 근처 동물병원까지. 진저는 처음엔 현관문 밖으로 나가면 큰일 날 것처럼 겁을 먹었지만, 얼마 안 가 재미를 붙이는 모습을 보였다.

  드디어 한시름 덜었다며 안심하는 것도 잠시, ‘이갈이’라는 또다른 걱정거리가 생겼다. 진저는 무엇이든 입으로 가져갔기에 사람의 손을 무는 일도 빈번했다. 지금은 덜하지만, 그때만 해도 시바견에 대한 인기가 대단해서 아무나 진저를 만지려고 손을 뻗곤 했다. 

  사실 그런 관심들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았다. 혹시 다른 사람들과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한동안 우리는 산책할 때 일부러 인적이 드문 곳을 위주로 다녔다. 하지만 그때의 기억 때문인지 진저에게는 낯선 사람이 말을 걸거나, 자신을 만지려고 하면 으르렁거리는 습관이 생겼다.

진저가 어떤 아이인지

  '강아지들은 사람을 좋아해, 그리고 다른 강아지 친구들과도 잘 지낼 거야.' 그렇게 생각해 온 나였기에, 진저의 심한 낯가림은 내게 굉장한 스트레스였다. 고쳐 보려고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봤으나 쉽지 않았다. 산책을 할 때에도 진저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다른 강아지들을 피하기 바빴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는 우연히 간 애견 운동장에서 훈련사 선생님을 만났다.

  “진저는 가장 가까운 소수의 친구로도 행복한 아이예요.” 진저를 유심히 관찰하시던 훈련사 선생님이 담담하게 꺼낸 이야기에 우리 부부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심지어 진저에게 애견 운동장이 맞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을 땐 뒤통수를 맞은 듯한 기분까지 들었다. 우리 부부는 그제야 진저의 심한 낯가림을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는 은연중에 진저를 소유물로 여긴 것은 아니었을까?

자식 같이 키우겠다고 말했지만,

나는 진저를 오로지 내 기준에 맞춰 키우고 있었다.

복잡하고도 섬세한

  훈련사 선생님은 진저에 대해 잘 알기 위해서는, 견종의 특성뿐만 아니라 아이의 개별적인 성향까지 파악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 후 우리 부부는 애견 운동장에 가던 발걸음을 끊었다. 대신 독채 펜션에 가거나, 좋아하는 친구들과 프라이빗 운동장에서 진저가 마음 편히 놀 수 있도록 해주었다. 

  물론 산책 방식에도 변화를 주었다. 전처럼 사회성을 기르기 위해 강아지들과 어울리는 것이 아닌 진저와의 교감에 더욱 집중하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진저가 어떤 비밀스러운 고민을 가졌는지 알기 전까지 우리 부부는 진저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진저는 우리 부부의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섬세한 아이였다. 나는 너무 당연한 사실을 잊고 있었다. 모든 생명체에게는 감정과 생각이 있다는 것을.

글. 사진 장성희
에디터  한소원

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6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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