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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P. 사랑 받을 자격

  • 승인 2021-02-01 16:3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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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해 보면 그건 운명이었을까? 

어느 날 복날에 먹힐뻔한 개를 불쌍히 여긴 한 아저씨가 데리고 와, 
이만 오천 원에 팔고 있다는 글을 봤다. 

처음엔 급한 대로 잠깐이나마 보호해 주려는 생각이었다.

진정한 행복

  내가 녀석에게 붙여 준 이름은 ‘코리’.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코리는 내가 보이지 않으면 많이 불안해했고, 그런 코리를 다른 사람에게 보낼 생각을 하니 마음이 무겁기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바닷가 근처에서 산책을 할 때였다. 발을 담그러 물가 쪽으로 들어가니, 코리는 내가 물에 빠진 줄 알고 낑낑대기 시작했다. 그리곤 물을 극도로 무서워하면서도 나를 구하기 위해 바다로 들어오는 거였다.

  사실 당시 나는 유학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나는 유학을 포기하고 코리를 가족으로 맞았다. 주변 사람들 모두가 한숨을 내쉬었지만, 지금까지 나는 이 결정을 단 한순간도 후회해본 적이 없다. 코리 덕분에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코리가 내게 오지 않았다면 나는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그저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었겠지. 코리를 가족으로 맞고 보니 다른 유기견들에게도 눈길이 가 임시보호를 하고, 길냥이 밥을 주고 육식도 줄이기 시작했다. 말 못 하는 이 작은 아이가 나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준 것이다.

아기 같기만 하던 너

  그러던 중 ‘배꾸’를 만났다. 배꾸는 어느 시골집 마당에서 1m 쇠줄에 묶인 채 잔반으로 배를 채우며 6년을 보냈다고 했다. 임신했지만 깨끗한 물조차 제대로 마실 수 없었고, 영양결핍으로 몸의 털도 숭숭 빠져있었다. 7월의 여름, 여섯 마리의 새끼들을 출산했지만 잔인한 무더위 속에 새끼들은 모두 별이 되었다. 사연을 읽은 순간 나는 배꾸를 무작정 집에 데리고 왔다.

  6년 동안 한 번도 깎지 않은 발톱, 새끼들의 이른 죽음으로 생긴 유선염, 수많은 진드기로 인한 빈혈, 비쩍 마른 모습까지. 배꾸의 모든 게 내 마음을 아프게만 했다. 또 어릴 때부터 줄에 묶여 혼자 쓸쓸히 지냈으니 6살이라는 나이에도 모든 행동이 그저 아기 같기만 했다. 

  심지어는 거실 불을 켜는 똑딱 소리에도 깜짝 놀라 숨어버리는 등 배꾸에겐 실내 생활이 낯설기만 한 듯 했다. 홀로 방치되었던 시간이 길었던 만큼 산책 역시 제대로 하지 못했다. 도시의 온갖 소음과 길을 오가는 수많은 사람은 배꾸에겐 그저 공포 그 자체였다.

사람들은 아직도

  나를 더 서글프게 했던 것은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이었다. 물론 좋은 사람들도 많다는 걸 안다. 도시 역시 주변의 이웃이나 환경에 따라 반려견과 생활하기 적합한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점 역시 알고 있다. 하지만 산책을 나갈 때마다 코리와 배꾸를 ‘보신탕’이라 칭하는 사람들을 마주하거나 그저 가만히 앉아있었을 뿐인데 다짜고짜 욕부터 들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때를 떠올려보면 우리나라에서 젊은 여자가 중, 대형견을 데리고 길을 나선다는 건 여전히 힘든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죽하면 겪은 일화들로 단편집을 낼 수 있을 정도일까? 그러다 나는 너무 지쳐 아예 시골로 이사를 왔고 우리는 그때서야 우리를 둘러싼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편해질 수 있었다.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어요

  많은 사람이 오해하는 것처럼, 열악한 상황에서 구조된 아이라고 해서 반드시 예민한 성격을 지니고 있지는 않다. 코리와 배꾸는 학대와 방치, 고되고 아픈 기억을 품고 있음에도 꽤나 빨리 나에게 마음을 열어주었고, 그 결과 우리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행복을 충만하게 느끼고 있다. 

  그렇기에 이 짧은 글을 읽고 ‘구조된 아이를 입양하는 건 힘든 일이구나’ 하고 판단 내리지 말아 주셨음 한다. 아이들이 버려진 이유는 문제가 아이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온갖 핑계를 대며 아이들을 길바닥에 내다 버리는 양심 없는 사람들에게 있는 것이니까.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진 요즈음, 이미 강아지를 반려하는 분이라면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반려견을 마지막까지 보살피고, 만약 입양 계획이 있는 분이라면 펫샵에서 아이들을 데려오는 대신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손길을 뻗어주시기를 간절히 바란다. 세상엔 힘들고 외로운 아이들이 너무나도 많고, 그 아이들도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으니까.

글. 사진 황세희
에디터  이혜수

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6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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