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눈이 흩날리던 지난해 1월,
지인의 사무실에서 꼬물이 4남매를 마주쳤다.
모두 유기견이라 했다.
#1
그중 유독 눈에 밟힌 두 꼬물이가 있었다.
하나는 혼자 다른 황토빛의 털을 입고 활발하게 뛰어놀던 녀석,
또 형제들에게 치여 밥도 힘차게 먹지 못하고 기가 잔뜩 죽어있던 깜장 강아지까지.
#2
집에 돌아오는 내내 그 아이들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아마도 난 바로 그 순간 ‘엄마’가 되기로 결심했던 것 같다.
#3
그 아이들을 집에 들인 뒤, 갈색 강아지에게는 아롱이,
검정 강아지에게는 다롱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진돗개인 엄마와 이름 모를 아빠 밑에서 나온 두 꼬물이는
하루가 다르게 귀도 쫑긋, 키도 쑥쑥 크더니 이젠 둘 다 롱다리가 되어버렸다.
#4
쏜살같이 흘러간 100일.
너희에게 온기를 전해주고 싶어 데려온 나지만
이제는 오히려 너희가 내게 살아갈 힘을 주고 있다는 걸
아롱아, 다롱아, 알고 있니?
우리에게 와 줘서 정말 고마워.
앞으로도 쭈욱 함께, 더 많은 세상을 만나러 가자꾸나.
아이들을 쓰다듬으며 오늘도 조용히 속삭여본다.
글. 사진 정미선
에디터 이혜수
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6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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