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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P. 제주도, 베스트 산책 스팟을 찾아서

  • 승인 2021-02-04 10:3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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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 작성된 글입니다)

‘제주 라이프를 시작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생활 터전 자체를 옮기는 일이다 보니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었어요.

그럼에도 이주에 대한 마음을 굳힐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그동안 도시에 살던 개딸들이 제주에서는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뛰놀 수 있으리라는 확신 때문이었어요.

전원 생활의 꿈

  그래서 지금은 어떠냐구요? 도시개 시절에는 느끼지 못했던 여유로운 일상을 한껏 누릴 수 있어 아주 아주 대만족이에요.(웃음) 하지만 이전엔 미처 생각지 못했던 또다른 난관들이 곳곳에 있더라구요. 사실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는 본디 사냥개 출신이라 눈앞에 움직이는 사냥감을 잡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는 습
성을 가지고 있죠. 

  슬프게도 평소 느리게 걷는 편인 견상궁과의 산책 조합은 전혀 맞지 않아요. 때문에 목줄을 맨 채 함께 산책하는 것은 아이들에게는 뭔가 시원한 한 방이 없을 것 같다는 느낌적인 느낌? 물론 그저 제 착각이나 상상일 수도 있겠지만, 신나게 뛰놀 수 있는 환경을 마음껏 제공해 줄 수 없다는 점에서 마음의 짐이 조금은 남아있더라구요. 사실 아직 이주 초기인데다, 아파트 생활의 편리함을 쉽게 버리지 못하고 있는 1인이에요. 마당 넓은 집에 대한 로망은 있지만 듣도 보도 못한 벌레들과의 동거는 영 자신이 없어서… 여전히 본의 아니게 산책 노마드 신세네요.

어디로 가야하나

사실 길 한복판에서 목줄을 하지 않은 낯선 강아지와 마주한다는 것은 썩 유쾌하지 않는 일입니다. “우리 개는 안 물어요.”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말이죠? 하지만 생전 처음 보는 목줄 풀린 개를 마주하는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전혀 이해되지 않는, 불쾌한 말일 수밖에요. 이처럼 견주의 입장에서는 자유롭게 산책을 시켜주고 싶지만, 언제 어디서 어떤 사람과 마주할지 모르기 때문에 산책 에티켓을 필수적으로 지켜야 하죠. 

  그 점을 모르는 바는 아니므로 늘 고민이 많답니다. 그래서 나름 타협안으로 생각해 낸 것이 바로 사람들이 오다니지 않는 새벽에 일찍 산책을 다녀오는 것! 처음엔 힘들었지만 이젠 새벽이면 자연스레 눈이 떠지고, 개순이들과 함께 아무도 없는 공터에서 잠시 스피디한 순간을 즐기고 돌아오면 기분도 상쾌하답니다.

산책 노마드

  사실 산책을 즐기는 데 있어 가장 걱정되는 건 따로 있죠. 바로 자동차입니다. 특히 도심에서는 어디를 가도 도로가 아닌 곳이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에 늘 조심해야 했어요. 정도는 덜해졌지만, 그런 사정은 제주도 마찬가지입니다. 거기다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들개 무리들을 만나기라도 하는 순간엔 등골이 어찌나 오싹해지는지…. 물론 우리 다리 긴 개순이들은 우다다 잘 도망가겠지만 말예요.(웃음) 

  그런데 요즘 산책 장소 떠돌이 2년 차에 드디어 파라다이스를 발견했다는 사실! 바로 바로 자동차도 없고, 떠돌이 들개들도 없는 ‘비양도(飛揚島)’예요. 한림항에서 배를 타고 10여 분이면 도착하는 비양도는 그야말로 개순이들 천국이랍니다. 물론 비양도에도 오가는 주민분과 여행객들이 많기 때문에 목줄과 배변 봉투는 필수죠. 대신 둘레길을 한 바퀴 빙 산책하는 동안에 잠시 보이는 공터에서 신나게 뛰뛰타임도 잠깐씩 맘 놓고 즐기곤 한답니다. 

  아름다운 자연 속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아 산책노마드 생활은 당분간 쭉 이어질 것 같네요. 다음엔 또 어디에 가면 좋을까? 어디에 가면 아이들이 좋아할까? 두근대는 마음으로 오늘도 개순이들과 제주의 구석구석을 또 둘러봅니다.

글. 사진 김윤정
에디터  이혜수

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6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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