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찌로고

Magazine P. He'll be loved

  • 승인 2021-02-08 10:09:32
  •  
  • 댓글 0
2020년 2월, 양재동의 한 축사. 

물그릇 하나 없는 개 집 안에는 
제대로 먹지 못해 젖이 나오지 않는 어미 개 한 마리, 
그리고 생후 일주일 남짓 된 강아지들이
웅크리고 있었다. 

근처를 지나던 아주머니가 우연히 현장을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까?

너를 만나기까지

  어느 날, 내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평소 한 반려견 커뮤니티를 통해 알게 된 지인이었다.
  “열악한 환경에서 어미 개와 새끼 강아지들을 구조했는데요, 지금 아이들이 갈 곳이 없어서요…. 혹시 임시 보호가 가능하실까요?”
  지인이 들려준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어미 개가 젖이 나오지 않자 본 주인이던 할아버지는 새끼와 어미를 한꺼번에 묻어버리겠다고 했단다. 다행히 근처를 지나던 한 아주머니의 우연한 도움으로 아이들은 모두 구조될 수 있었다고 했다. 사실 나는 이전에 약 두 달간 장애견 한 마리를 임시 보호해 본 경험이 있다.

  물론 지금 그 아이는 좋은 가정에서 사랑을 듬뿍 받고 있지만, 이별의 순간 아무것도 모른 채 날 올려다보던 아이의 눈빛은 지금까지도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그때 나는 생각했었다. 다시는 임시보호를 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꼭 일년이 지난 3월, 다시 한 번 도움이 필요한 아이가 있다는 휴대폰 너머의 말에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나는 이렇게 대답해버리고 말았다.
  “아, 안 그래도 슬슬 임시 보호를 준비중이었거든요.”
  대체 무슨 기사도 정신이었던 걸까?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던 처음과는 달리, 반드시 좋은 가족을 만나게 해줄 것이란 각오를 마음 속에 깊이 새기며 본격적으로 아이를 맞이할 준비를 시작했다.

어서와, 임시 보호는 처음이지?

  2주 뒤, 어느덧 아이를 만나기로 한 당일이 되었다. 그리고 녀석을 마주한 나는 귀여움으로 완전무장한 그 모습에 어쩔 줄을 몰랐다. 왠지 모르게 졸려 보이는 눈, 흰 바탕에 절묘한 갈색 무늬, 초코 쉬폰 케이크 같은 코, 열악한 환경에서 구조되었음에도 잃지 않은 야무진 성격까지! 태어나서 처음으로 예쁜 이름을 지어주고 싶어 그 작은 꼬물이를 ‘다찌’라고 부르기로 했다. 발바닥은 어찌나 또 작고 핑크빛인지! 마치 걸을 때마다 ‘뽀짝뽀짝’ 소리라도 날 것 같았다. 식욕도 왕성해 매 시간 우유를 먹일 때마다 온 힘을 다해 젖병을 빨아댔다. 그런 다찌를 보며 생각했다. ‘반드시 널 끝까지 책임지고 사랑해 줄 수 있는 좋은 주인을 찾아줄게.’ 

  사실 아직 말하지 않은 것이 있는데, 나는 현재 고양이 세 마리와 동거 중이다. 또한 친한 지인의 강아지 두 마리 역시 자주 놀러 오곤 한다. 고양이 세 마리와 강아지 두 마리라니, 분내 폴폴 나는 새끼 강아지 다찌가 과연 큰 엉아들 사이에서 잘 적응 할 수 있을까? 하지만 걱정도 잠시, 다찌는 우리 집에 온 첫날부터 이불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더니 내 팔에 씩씩하게 쭙쭙이를 하며 잠들어버렸다.(웃음) 다찌는 빠르게 우리 집에 적응했다. 고양이들이 옆을 지나갈 때면 먼저 살짝 비켜설 줄도 알고, 자기 밥그릇이 아니면 사료를 먹으려 달려들지도 않았다. 단언컨대 다찌는 내가 만나본 모든 강아지 중에 가장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사랑 받고 있어요

  다찌와 함께한 지 한 달 하고도 반이 지났다. 이제 슬슬 다찌의 새로운 가족을 찾아주어야 할 때다. 사랑스러운 외모 탓일까? 입양글을 올린 지 하루도 되지 않아 입양 문의가 쇄도했다. 이번에 임시 보호를 하면서 절실하게 느낀 게 하나 있다. 바로 세상에는 별의별 사람이 다 있다는 것이다. 다찌를 꼭 입양하고 싶다고 구구절절 사연을 보내놓고선 잠수를 타는 사람, 몇 시간 만에 입양을 취소하는 사람, 다음 날 다른 강아지를 입양했다며 말을 바꾸는 사람 등. 강아지는 물건이 아니건만 입양과 파양을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기분이 좋아졌다 나빠졌다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새 가족이고 뭐고 그냥 다 놓아버리고 그냥 이대로 함께 사는 건 어떨까? 싶다가도,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런 다찌를 나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자라게 해 주고 싶은 마음에 꾹 참고 다시 신청서를 한 장 한 장 더욱 꼼꼼히 확인하는 요즘이다.

  이별의 순간은 참 가혹하다. 처음 맞는 이별도 아니건만 가슴이 쓰리다. 아무렴 어떤가! 다찌가 좋은 가정에서 행복하게 남은 견생을 살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해줄 수 있다. 다만 나는 오늘이 다찌와 함께하는 마지막 날인 것처럼, 내가 줄 수 있는 최고치의 사랑을 선물해 주고 웃게 해 줄 것이다. 그리고 어떤 결정이든 간에 다찌의 행복을 위한 최선의, 최고의 결정을 내릴 것이다. 그러니까 아무 걱정 하지 마, 다찌야.

글 글월문
사진 조문주

에디터  이혜수

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6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
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Tag #펫찌
저작권자 ⓒ 펫찌(Petzz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0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