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을 향한 사랑 대결로는 어디에서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던 내가 처음으로 ‘이 사람 만만찮군!’ 하고 느낀 상대가 있다. 바로 오늘의 주인공 맹꽁이의 보호자! 가슴으로 낳아 지갑으로 기르고 있는 맹꽁이 누나와 ‘아니, 이 정도쯤 당연한 거 아냐?’ 하는 듯 언제나 당당한 맹꽁이를 소개한다.
내가 바로 그 맹꽁이다!
사진으로만 보던 맹꽁이를 실제로 만났다. 그리고 난 맹꽁이 누나의 말대로 맹꽁이라는 이름이 녀석과 찰떡처럼 어울린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첫 만남, 맹꽁이는 나를 향해 열심히도 짖었다. 맹꽁이 누나 말에 의하면, 집에서는 순한 천사인데 밖에만 나가면 저렇게 꼭 동네 ‘짱’을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타입이란다.
“원래는 맹꽁이가 아니라 ‘애기야~’ 하고 불렀어. 그런데 어느 날 아빠가 갑자기 ‘맹꽁이’라고 부르더라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앉아서 두 손 모으고 간식을 기다리는 모습이 맹꽁이랑 똑 닮았다나?”
그러면서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하나 들려주었다. 어느 날 맹꽁이 누나의 어머니는 쓰레기를 버리러 잠시 밖으로 나가셨는데, 글쎄 그 뒤를 맹꽁이가 졸졸 따라오고 있었던 거다. 그 사실을 알 턱이 없는 어머니는 그대로 현관문을 닫아버렸고, 맹꽁이는 그대로 문밖에 남겨지고 말았다.
다른 사람들한테는 아주 가차없는 맹꽁이지만 집에서는 순딩이 그 자체라, 맹꽁이는 그저 얌전히 엄마가 문을 열어주길 기다렸다고. 나중에 맹꽁이가 집에 없는 것을 안 어머니는 온 집안을 한참 뒤지고 뒤지다가 혹시나 싶어 현관을 열었더니 숑~ 하고 맹꽁이가 들어왔단다. 그때 일 이후로 가족들 모두 나갈 때나 들어올 때 맹꽁이가 집 안에 잘 있는지 꼭 확인하고 문을 닫게 되었다고, 아찔했던 당시의 순간을 떠올리며 맹꽁이 누나는 고개를 저었다.
누나한테도 맹꽁이가 짱이야!
맹꽁이를 향한 열렬한 사랑은 맹꽁이를 처음 데리고 온 날에도 똑같았다며, 맹꽁이 누나는 계속해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사연은 이랬다. 친구네 강아지가 새끼를 낳았는데 입양자를 찾는다는 말에 맹꽁이 누나는 냉큼 연락했고, 생후 딱 두 달째 되는 날 부모님과 함께 맹꽁이를 데리러 갔다고. 친구가 담요에 감싼 새끼 강아지를 보물을 품듯 조심스레 안고 계단을 내려오는데, 그 사랑스런 모습에 심장이 쿵쿵 뛰었단다.
그러나 엄마와 떨어진 강아지 맹꽁이는 밤새도록 낑낑 울었고, 애가 하도 우니 다시 돌려보내는 것은 어떻겠느냐는 부모님 말씀에 이번엔 맹꽁이 누나가 오열을 했다. 얼마나 울었는지, 결국 맹꽁이를 키우는 것으로 온 가족이 찬성했다고. 하지만 그때 자신은 대학 때문에 자취를 막 시작했던 참이었고, 때문에 강아지는 부모님 댁으로 가야만 했단다. 강아지를 데려와 놓고 자취를 하러 나간 자신을 부모님도 어쩌면 조금 얄미워했을지도 모르겠다며 맹꽁이 누나는 웃었다.
하지만 지금은 온 가족이 함께 모여 TV를 보고, 주말에는 맹꽁이 콧바람을 쐬어주기 위해 근처로라도 꼭 외출을 하며, 핸드폰은 맹꽁이 사진을 찍느라 손에서 떨어질 날이 없다고 한다. 심지어 아버지는 ‘곧 저 녀석, 사람 말을 할지도 몰라’ 라며 맹꽁이의 말문이 트일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계신다고.
너 없인 못 살아, 맹꽁아
이야기를 듣는 동안 맹꽁이는 수제비 같은 귀를 펄럭이며 바닥에 코를 박곤 킁킁 주변 냄새를 맡고 있었다. 내가 ‘맹꽁아~’ 하고 이름을 부르면 고개를 홱 돌리곤 까맣고 조그만 입술로 왕왕왕 짖곤 다시 쫑쫑쫑 바삐 제 길을 갔다. 무안한 마음에 맹꽁이 누나를 쳐다보았지만, 맹꽁이 누나는 이미 맹꽁이를 쫓아간 지 오래였다.
“일주일 중에 주말만 본단 말야! 나는 그래서 맹꽁이 나이의 2/7만 본 거야. 그러니까 맹꽁이는 더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아야 하는 거 아니겠어?”
어릴 적 강아지를 키우던 친구들에게 느끼던 막연한 부러움과는 달리, 새로운 가족에 대한 벅참과 책임감이 너무 크다고. 하지만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웃음이 비실비실 새어 나와서 어쩔 줄 모르겠단다. 나한테는 아르르 잘도 짖으면서 제 누나한테 가서 안기는 모습은 영락없는 누나 바라기 그 자체였다. 정말 ‘두 얼굴의 댕댕이’가 따로 없다 싶었지만, 맹꽁이를 바라보는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는 그녀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맹꽁아. 너네 누나 너 없음 못 산대. 그러니까 앞으로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누나 곁에 꼭 붙어 있어야 해, 알았지?
글.사진 성예빈
에디터 이혜수
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6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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