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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P. 우리 사이에 비밀이란 없다

  • 승인 2021-02-22 09:4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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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 빵 먹기 대작전

  모두가 잠든 시각. 온 집안엔 적막만이 감돌았다. 그 적막을 깬 건 다름 아니라 나의 못된 야식 본능. 분명 이 작은 빵 봉지를 집기 전 재차 확인을 한 터였다. 녀석들은 산책을 다녀온 뒤 지친 나머지 코를 드렁드렁 골며 깊게 잠들어 있었다. 그래도 조심조심 최소한의 동작으로 빵 봉지를 집어 들었는데 이게 웬걸. ‘바스락’ 하는 작은 소리에 녀석들은 졸린 눈을 어렵사리 뜨고는 내 옆에 앉아 코를 벌름거리며 나를 툭툭 쳤다. 그 날 새벽, 그렇게 ‘혼자 비밀스레 빵 먹기 대작전’은 우습게도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엄마 혼자 몰래 먹는 건 나빠.”

  꼭 밤바 요다가 이렇게 말하는 것만 같았다. 내 딴엔 아이들을 깨우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행동한 것이지마는 워낙 귀가 밝은 아이들에겐 뻔하디뻔한 행동이었나 보다. 나는 괜히 머쓱하게 웃곤 아이들을 쳐다보며 빵을 입에 물었다.

“너희도 가끔 그러잖아.”

봄날의 트레킹

  얼마 전, 추운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기운이 가득할 때였다. 보통 매년 그맘때쯤이면 모두들 꽃구경을 하러 한 손에는 피크닉 가방, 또 한 손에는 사랑하는 이의 손을 잡고 하하 호호 길을 떠났겠지만, 안타깝게도 이번 봄에는 다들 맘 편히 그럴 수만은 없었을 것이다. 이처럼 코로나19에 대한 걱정으로 인적이 많은 곳에 나가는 일이 꺼려지는 시기였으나, 문틈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봄 냄새에 아이들은 사정도 모르고 내게 왕왕거리며 불만을 토해냈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고민 끝에 인적이 드문 곳을 찾아 나름대로 봄을 한껏 맞이하러 떠나보기로 했다.

  서울 근교에 위치한 집 근처 트레킹 코스에 도착했다. 하지만 그곳엔 생각보다 사람들이 좀 있었는데, 알고 보니 작년부터 꽤나 유행한 모 드라마 촬영지라고 했다. 뜻밖의 인파에 조심스럽긴 했지만 다행히 많은 분이 멀리에서나마 ‘귀엽다~’며 밤바요다를 반겨주셨고, 아이들 역시 그 목소리에 부응하듯 힘차게 걸어나갔다. 

  얼마나 걸었을까? 우리 앞에 난관이 찾아왔다. 트레킹 코스 도중에 흔들다리가 있었던 것이다. 밑을 내
려다보니 높이가 꽤나 아찔했다. 워낙 겁쟁이로 소문난 녀석들이라, 밤바 요다는 다리 앞에서 두리번두리번 주변을 살피며 걸음을 내딛길 주저했다.

  “강아지야, 파이팅!”

  주저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본 관광객들은 힘을 내라며, 저마다 응원의 한마디씩을 보탰다. 그 목소리에 아이들 역시 힘을 얻었는지 조금씩 조금씩 다리 반대편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 물론 그 큰 결심은 다리 반도 못 가서 좌절되고야 말았지만, 겁쟁이 둘이 그 높은 다리에 발을 붙이고 서 있었다는 사실만으
로도 대견하고 또 기특했다. 결국 다리가 완전히 풀린 아이들은 다리 중간쯤에서 우리 품에 꼬옥 안겨서야 무사히 다리를 건널 수 있었다.

  푸드트럭에서 시원하고 맛있는 생과일주스를 마시면서 쉬고 있는데, 아까 다리 입구에서 만난 관광객 몇이 우리를 발견하고 다가왔다. 무서웠을 텐데 잘 건너왔다며 칭찬을 해주는 그들에게 시침 뚝 떼고 칭찬을 온몸으로 즐기는 밤바 요다. 피식 웃으며 나는 아이들의 귓가에 조용히 소곤댔다.

  “무서워했던 건 비밀로 해줄게.”

  산책을 가고, 산과 들 그리고 바다로 여행을 가고, 이런 사소한 일상이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아무런 걱정 없이 아이들과 함께 뛰놀 수 있는 시간이 다시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글.사진 최소희
에디터  이혜수

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6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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