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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P. 슬기로운 산책 생활

  • 승인 2021-02-24 09:4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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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 보도에 따르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동물들에게 끼치는 위험은 다행히도 그렇게 크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에게서 바이러스를 옮는 반려동물의 사례가 반복해 나오면서 우리 아이들도 어쩔 수 없이 나와 함께 집에 갇히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동수단계의 대세, 따릉이

  나 때문에 봄을 만끽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안쓰러워 산책을 나갔지만 인적이 드문 곳을 위주로 다니다 보니 영 시원치 않게 집으로 돌아오는 일이 잦았다. 벚꽃 구경조차 마음대로 못하는 아이들을 보며 나는 결국 뭐라도 찾아보자는 결정을 내렸다. 그렇게 온갖 산책 방식을 물색한 끝에, 우리는 몇 달 만에 들뜬 마음으로 산책을 나설 수 있었다.

  지하철, 버스, 택시 등의 사람이 몰리는 대중교통을 피해 공유 자전거인 따릉이(서울 기준)나 개인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강아지들과 자전거 여행을 곧잘 다니고 종종 강아지와 킥보드를 타는 나만 봐도 그렇다. 하지만 반려동물과 함께 자전거를 타는 일은 쉽지 않다. 다치지 않고 함께 자전거를 타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견주들은 잘 알 것이다. 이런 고민의 무게를 덜어줄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하
다. 바로, 어부바 가방이다. 아이를 내 등에 태운 채로 어디든 편하게 다닐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나 또한 자주 이용한다.
 

저질 체력을 위한 안성 맞춤형 자전거

  아이를 태워 자전거를 타고 다니다 보면 체력이 훅 하고 떨어질 때가 있는데, 그게 바로 오르막길 구간이다. 이런 지옥의 구간도 쉽게 오르게 해주는 전기 자전거 체험 전시장이 양재동에 있다 하여 주말을 맞이해 아이들과 한 번 방문해 보았다.

  내가 방문한 곳은 ‘스위스 전기 자전거 플라이어 상설 전시장’ 이었다. 전화 예약만으로 간편하게 사전 체험을 신청할 수 있었다. 우리가 방문한 날은 일요일이었는데 마침 사무실에 계시던 플라이어 대표님께서 직접 맞이해 주셨다. 전기 자전거의 조작법은 간단했다. 그렇게 설명을 듣고 난 뒤 아이들과 나는 곧장 전기 자전거를 타고 본격적으로 산책하기에 나섰다. 

  양재시민의 숲과 연결된 전시장 주변에는 이미 우리처럼 반려견과 함께 나온 사람들이 꽤 있었다. 많은 사람들로 붐비지 않고 잔디 관리도 잘 되어 있어서 사진을 찍기에도 좋은 곳이었다. 오랜만에 맞는 시원한 바람이 좋았는지 아이들은 연신 내 귀 옆에서 ‘킁킁킁’ 거리며 냄새를 맡았다. 답답한 곳에서 벗어나 예전처럼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순간이었다.

어딜 가든 불어오는 이 바람이

너희를 더 넓은 세상으로 밀어주었으면.

함께 하는 라이딩의 맛

  아이들은 늘 걷는다. 하지만 늘 걷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 나는 좀 더 아이들의 오감을 자극할 수 있을 만한 방식을 고민했다. 그렇게 나는 처음으로 아이들을 등에 업고 무작정 한강으로 향했다. 집 앞에서 벗어나 먼 거리를 산책하는 것이 익숙해졌을 땐 하남까지 라이딩을 갔었다.

  라이딩을 하며 한 시간 넘는 거리도 거뜬히 버틸 수 있게 된 아이들은 이제 내가 가방만 들면 눈치를 채고 어서 가자며 보챈다. 열심히 자전거 페달을 밟는 내 귀에 아이들의 킁킁거리는 콧소리가 들릴 때면, 어부바를 하고 한강에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매번 같은 방식으로 재미없게 산책하기보다 아이와 함께 바람을 느끼며 좀 더 멀리, 색다르게 산책하다 보면 자연스레 아이도 알게 될 것이다. 세상이 자신이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넓다는 것을 말이다. 

글.사진 신채민
에디터  한소원

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6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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