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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2-26 09:4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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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말의 힘을 굳게 믿는 나. 

  요즘 우리 부부는 오래전부터 꿈꿔왔던 ‘우리만의 집 짓기’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사실 그동안 우리는 일주일에 하루씩은 시간을 내어 꾸준히 집을 보러 다녔었다. 어딜 가든 내가 우선순위로 생각했던 것은 오직 한 가지였다. ‘이곳에서 고양이와 함께 어울려 산다면 어떨까?’

말하는 대로

  처음 단독 주택을 보러 다닐 때마다 나는 항상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아무래도 사람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집이다 보니 고양이와 아기가 함께 살 집을 찾는 우리에게 일반적인 단독 주택은 항상 2%씩 부족하게 느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 가족에게 꼭 맞는 집을 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곧바로 땅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다. 원하는 부지를 찾아다니던 와중에 드디어 마음에 쏙 드는 자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순간부터 내 머릿속에는 온통 집 설계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찼다. 

  그렇게 고양이들과 사람이 함께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가장 좋은 공간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던 중 아주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다. 바로 키가 큰 소나무가 우뚝 솟은 중정 주택이었다. (중정이란 집 한가운데에 별도로 지어지는 야외 공간을 의미한다) 방충망을 통과한 바람이 아니라, 나뭇잎 사이를 지나며 초록 향기를 가득 머금은 상쾌한 바람이 집안 곳곳 불어온다면 어떨까? 싱그러운 바람에 행복이 꼬리가 살랑거릴 생각을 하니 절로 흐뭇해졌다.

오직 우리만의 집

  젊은 부부가 이렇게 집을 보러 다니면 여유롭게 산다고 오해를 받는데, 오히려 나는 ‘소’자 앞에 소를 열 번은 더 붙여도 될 소상공인 중 한 명이다. 그저 말하는 대로 이루어지길 꿈꾸며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일단 무작정 시작해보는 그런 사람이 바로 나다. 집 짓기 계획도 그렇게 시작됐다. ‘우리 가족을 위한, 세상 단 하나뿐인 집을 짓고 말거야’라고 말하고 또 말하다보면 언젠가는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지을 수 있지 않을까?

  한곳에 자리를 잡기보다는 새로운 환경을 마주하는 걸 좋아하는 우리 부부는 이사를 꽤 자주 다녔다. 사실 여러 차례 이사를 다니며 참 서러운 일을 많이 겪었다. 집을 보러 다닐 때는 고양이를 키운다고 거절당하고 정든 집을 떠나올 때는 생활의 작은 흔적들마저 고양이 탓이 되고, 그렇게 억울한 일이 쌓여 서러움이 폭발한 적도 많았다. 더군다나 이제 걸음마를 막 떼기 시작한 3살 남자아이를 둔 엄마는 항상 아랫집 이웃에게 죄인이다. 이러니 우리만의 쉼터가 더더욱 간절하지 않겠는가?

상상해보자.

눈부신 햇살이 새하얀 용복이 털에

듬뿍 내려앉는 모습을.

모순적인 마음

  용복이와 또복이는 원래 둘도 없는 형제 사이였다. 칠 남매 중에서도 둘은 유독 사이가 좋았다. 그러나 3살이 되었을 무렵, 둘 사이는 조금씩 멀어졌고 이젠 조금은 어색한 사이가 되어버렸다. 예전처럼 둘의 붙어있는 모습이 그리웠던 나는 욕심을 부려 용복이와 또복이를 더 불편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제는 그런 둘의 사이를 존중해 주는 엄마가 되어야지, 다짐하지만 그래도 역시 아쉬움은 숨길 수가 없다.

  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 아이가 하루가 다르게 크면서 고양이들도 함께 나이를 먹어간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우리만의 집을 찾고 있다. 우리가 이제부터 살아갈 시간 속에서 최대한 행복하기 위해. 


글.사진 강은영
에디터  한소원

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7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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