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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C. 고양이와 나, 서로를 지탱하며

  • 승인 2021-03-03 09:5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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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와 함께하는 삶에서 귀여움이 차지하는 비중은 정말 딱 한 줌 정도. 반면 책임감, 금전적 부담, 그 밖에 반려인이 짊어져야 할 짐은 한 아름. 그래도 우리는 가족이므로 그런 수고로움을 마다치 않고 살아간다. 하지만 그것은 비단 우리 반려인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생각보다 더, 우리 사람들은 고양이에게 커다란 신세를 지고 살고 있다.

고양이들의 위로란

사소하면서도 특별하다.

여섯 마리 털북숭이들

  최근 나는 감정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든 시기를 겪었다. 결혼 3년 차에 새로운 가족 구성원을 맞이하는 것은 어떨지 내내 고민했고, 임신 소식을 접한 그날부터 나는 출산 후 고양이와 함께하는 삶에 대해 궁금해하며 고양이들에게 절대 소홀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행복한 육아 육묘를 꿈꾸던 것도 잠시, 불현듯 찾아온 극심한 복통에 정신을 잃어 응급실을 찾았다. 

  그리고 그날 새벽 나는 유산 판정과 함께 난소에 커다란 기형종이 있어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아기를 잃고, 생각지도 못했던 수술까지. 몸조리하는 동안 나는 애써 아무렇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가족들이 돌아가며 나를 위로해 주고 돌봐주었지만 결국 나의 마음속 빈 공간을 꽉 채워준 존재는 바로 따뜻한 여섯 마리 털북숭이들이었다.

고양이들의 온기

  고양이들과 떨어져 있던 입원 기간. 나는 큰 우울감에 빠져 있었다. 코로나로 인해 가족 면회까지 금지되면서 오롯이 나 혼자 그 시간을 버텨내야만 했다. 얼마나 지옥 같았는지. 새벽 내내 진통제를 맞으며 병실 천장을 보고 있자니 알 수 없는 서러움이 밀려와 숨죽여 울기도 했다. 나의 고양이들이 너무나도 그립고 또 보고 싶었다. 손끝에 누구의 체온도 닿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렇게 힘들 줄이야. 설상가상 작년에 수유 임시보호를 하다 떠나보낸 젖먹이 고양이들까지 떠올라 회복은커녕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한 채 우울한 상태로 입원 기간을 보냈다.

  수많은 감정이 복잡하게 얽혀 이루어 말할 수 없는 상실감을 짊어진 채로 잠들고 일어나는 날들이 반복되었다. 퇴원 후 고양이들의 온기로 가득 찬 집에 도착했다. 그래 나에겐 너희가 있었지. 내 고양이들이 있었어. 돌아온 나를 종종걸음으로 나와 반겨준 고양이들을 쓰다듬으니 ‘아, 내가 집에 왔구나’라는 안도감과 함께 그동안 우울했던 기분도 날아가 버렸다. 어디 갔다 이제 왔느냐는 듯이 웅냥거리는 녀석, 원래 같
이 있었다는 듯 익숙하게 눈인사를 하는 녀석까지. 

  고양이에게는 그런 힘이 있다. 막 사랑에 빠진 연인들처럼,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모든 것이 특별하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그런 힘. 고양이들의 위로란 사소하면서도 특별하다. 평범한 집, 평범한 침대에 누워있는 순간조차 고양이와 함께 라면 절대 평범하지 않다. 낮게 골골거리는 소리와 함께 부빗거리는 작은 머리를 쓰다듬고 있노라면 창문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 한 줄기에도 나는 벅찬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사랑하며 보듬는 존재

  서른 중반의 나이에도 나는 매 순간 다시 태어나고 태어난다. 처음 겪는 상황 그리고 감정.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던 일련의 사건들 앞에서 무너져 내릴 때면 나를 붙잡아주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나의 고양이들이었다. 감정적으로 충만하게 위로를 해주는 생명체가 옆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특별하고 소중한 일인지 반려인들은 잊지 말아야 한다.

  사료를 챙겨주고 아프면 병원에 데려가 주는 정도로 우리는 반려동물들에게 감히 ‘주인’이라는 말을 쉽게 쓰고는 한다. 나는 그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그저 내 고양이들의 ‘반려인’이자 서로의 돌봄을 받는 가족일 뿐, 고양이와 나는 수평적인 관계로써 서로를 사랑하며 보듬고 있다.

  때로는 의문이 들곤 한다. 어떻게 이런 관계가 가능할 수 있을까. 부모와 자식 간에도 서로 감정이 상하고 상처 주고 소홀해지는 일이 허다한데, 우리는 어쩌면 이렇게도 서로에게 질리지 않고 잔잔한 사랑을 오래도록 퍼부을 수 있는 것일까. 나의 작고 사소한 사랑이 쌓여 내 고양이들에게 단단하고 변함없는 버팀목이 되기를 나는 간절히 희망한다. 그리고 우리가 이렇게 서로를 지탱하며 사랑하는 날들이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나는 바라고 또 바란다.

글.사진 장경아
에디터  조문주

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7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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