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럽게 우리와 가족이 돼
함께 부대끼며 살고 있는 보리와 굴비.
같은 고양이 카테고리에 속해 있지만
둘은 정말 극과 극으로 다르다.
시간이 지나도 그대로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내 품에 폭 안겨 꾹꾹이를 시전하는 등 최강 적응력을 보여 준 보리와는 달리, 첫 만남 때 굴비는 이동장에 얼굴을 박고 헐떡거리다 집에 와서도 구석에 자리를 잡곤 단 한 발자국도 나오지 않았다. 이렇게 다른 두 녀석의 성격은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대로다. 보리는 낯선 사람이 집에 와도 종종종 달려나가 ‘빨리 내 엉덩이를 두드려!’ 하며 퐁실한 엉덩이를 잘도 들이밀지만, 굴비는 초인종만 울렸다 하면 몸을 낮추고 어딘가로 은둔해서 눈만 반짝 내놓고 인간들의 추이를 살필 뿐이다.
굴비가 오동통한 이유
츄르(짜먹는 간식)를 먹을 때조차 둘은 너무도 다르다. 보리는 입안으로 제때 간식이 들어오지 않으면 물어뜯어서 결국 간식 용기에 구멍을 내 버리는 반면, 굴비는 내가 천천히 츄르를 다 짜줄 때까지 끈기 있게 얌전히 기다린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도 보리는 날렵한 공중회전을 선보이며 백발백중의 사냥 성공률을 자랑한다.
허나 굴비는 어딘가에 조용히 숨어있다 장난감이 움직이지 않는 것 같다 싶으면 잽싸게 달려 나와 낚아채려 하는, 하지만 그마저도 자주 실패로 돌아가곤 하는 어설픈 사냥꾼이다. 또 굴비는 웬만하면 점프를 하지 않고, 바닥에서 손과 입으로만 장난감을 잡으려 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보리보다 굴비 몸매가 더 오동통한 걸지도 모른다.
같은 부분이 1도 없어
또 보리와 굴비는 선호하는 캣타워의 위치조차 극명히 다르다. 보리가 거의 천장에 이를 정도로 높이 설치해 놓은 캣폴 최상층에서 인간 집사들을 내려다보며 유유히 휴식을 취한다면, 굴비는 보리 아래층 푹신한 쿠션이 깔린 곳에 자리 잡고 몸을 둥글게 만 채 잠을 청한다.
밥그릇이 비었을 때면 보리는 직접 다가와 앞발로 집사를 토톡 두드리며 정중히 “이봐, 밥그릇이 비었다네!” 하고 의사를 표현하지만, 굴비는 빈 그릇에 얼굴과 코를 부비며 소리를 꽥 지른다. 그것도 ‘야옹’이 아니라 ‘끼양!!’ 하는 격한 소리로 말이다. 한 번은 밥이 없자 물그릇에 얼굴을 부비다가 물을 잔뜩 쏟아버리기도 했다. 이런 걸 보면 굴비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정말 사료뿐인 건 아닐까 싶다. (웃음)
시도 때도 없이 눈만 마주치면 꼬리를 세우고 달려와 인간에게 안겨있는 보리. 아무리 애타게 불러도 눈만 껌벅이고 절대 오지 않는 굴비. 분명 같은 고양이인데도 어쩜 이렇게도 다른지. 날마다 보는 얼굴들인데도 너무 신기하다. 이렇게 다른 두 고양이와의 행복한 생활. 내일은 또 어떤 하루가 우리를 기다릴까?
글.사진 차아람
에디터 이혜수
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7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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