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찌로고

MAGAZINE C. 곁을 내어주는 삶

  • 승인 2021-03-15 09:2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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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를 하던 중, 

어떤 글 하나가 문득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고양이는 영적으로 순수한 동물이라 

함께 사는 인간의 감정을 

똑같이 느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기분 좋은 일만 가득했으면

  그 글을 본 이후로 한동안 긍정적인 생각, 건강한 생각을 하려 노력했다. 혹여 내가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이 틸다에게 스며들까 봐. 자세히 살펴보니, 역시나 그 말대로 틸다는 나의 숨소리, 목소리, 눈빛 등을 관찰하며 그때 그때 다른 행동을 보여주었다. 내게서 평온한 분위기가 느껴질 때는 스르르 다가와 박치기를 하거나, 꾹! 하는 소리를 내며 발라당 뒤집어 누웠고, 반대로 내가 스트레스를 잔뜩 받고 있을 때는 조용히 집에 들어가 잠을 자는 시간이 많아졌다.

  직업 특성상 집에서 일하는 시간이 대부분이라, 처리할 업무가 많을 때는 틸다와 온종일 같이 있어도 시간을 보내기가 어렵다. 그때마다 틸다는 엄청난 방해꾼이 되어 시선을 돌리려 애를 쓰거나 떼쓰다 지쳐 잠이 들곤 한다. 지금도 스마트폰 보는 시간을 줄이고 틸다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늘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늘 실천은 말처럼 쉽지가 않다. 고양이들은 이 네모난 기계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뭔지 몰라도 이미 많은 고양이의 미움을 사고 있을 것 같다.

틸다가 좋아하는 것

  산책하다 마주치는 강아지들의 표정은 언제나 한결같다. 모두다 ‘나 지금 행복해! 엄청나게 신나!’ 하는 얼굴들이다. 그러다 이런 물음표가 생겼다. 우리 고양이는 뭘 할 때 행복하고 신이 날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좋아하는 간식을 줄 때, 기대에 가득 찬 눈빛으로 틸다가 날 바라보던 일이 떠올랐다. 또 틸다는
볼일을 다 보고 화장실에서 나올 때면 시원하다는 듯 가벼운 발걸음으로 통통 뛰어다니곤 한다. 

  그 외에도 이마를 긁어줄 때, 콧잔등을 쓰다듬어줄 때, 발라당 누운 자세로 배를 조물조물 만져줄 때, 창문 사이로 흘러들어오는 바깥공기를 킁킁 맡을 때, 장난감 사냥에 성공했을 때, 뜨끈하게 달궈진 노트북 위를 덮을 때 등등… 나열해보니 틸다는 꽤 많은 것을 좋아하고 있었구나. 

넌 어떻게 생각하니?

  틸다가 말을 할 수 있다면 묻고 싶다. 인간과 함께 살면서,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함으로 다가오진 않는지. 익숙해져서 오히려 편안함을 느끼는지, 아니면 또 다른 생각이 있는지 말이다. 영역 동물인 고양이에게는 정확한 일과를 지켜주는 것이 무척이나 중요하다고 하는데, 인간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날마다 똑같은 하루가 반복된다면 그렇게 썩 반갑지는 않을 테니까 말이다.

  그러고 보니 사실 사람 사는 것도 고양이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보다 넓은 세상을 살아간다고 해서 행복한 일이나 유쾌한 일이 그에 비례하지는 않으니까. 각자의 세계 속에서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기쁘고, 슬프고, 행복하고, 우울하고,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그 간극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것이 건강한 삶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인간보다 더 단순하고 명료한 삶을 사는 고양이들은 우리들보다는 훨씬 건강한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너와 나, 그리고 나와 너

  우리는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 외에도 참 많은 것을 공유하며 살고 있다. 이 공간, 공간에 흐르는 기류, 슬쩍 나누는 눈빛, 그리고 기분까지도. 말은 통하지 않지만, 언제나 서로를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고 싶어 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같다(가끔 나는 틸다의 말을 진짜 알아들었다고 생각할 때도 있다). 약간은 독립적이면서도 서로가 없으면 안되는 사이인 점 역시 썩 마음에 든다.

  나는 틸다를 언제나 나의 위로이자 나의 사랑이라고 이야기한다. 집안의 막내로 자란 나는 사랑을 받는 것에는 익숙했지만, 주는 것에는 서투른 편이었다. 하지만 틸다를 만난 덕분에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 한결 자연스러워졌다. 부모님이 들으면 조금 서운해하실지 모르겠지만, 틸다를 통해 ‘사랑’이라는 뭉뚱그레했던 이미지가 조금은 확실해진 느낌이랄까. 

  그래선지 틸다는 틸다, 나는 나, 가 아닌 ‘너와 나’, ‘나와 너’라는 표현이 더 적절한 것 같다. 작지만 큰 나의 위로, 그리고 나의 사랑 틸다에게 어제보다 한 가지라도 더 즐거운 오늘을 선물해야지.

글.사진 송지영
에디터  이혜수

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7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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