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찌로고

MAGAZINE C. STAND BY YOU

  • 승인 2021-03-17 10:10:52
  •  
  • 댓글 0

  나는 흔히들 말하는 ‘다묘 집사’. 생김새도, 성격도, 취향도 모두 다른 네 마리의 고양이님들과 동거 중이다. 집사라면 누구나 제 새끼가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법이겠지만, 우리 아이들 역시 품고 있는 사연이 어찌나 다양한지 얇은 책 한 권은 충분히 나올 것 같다. 하여 오늘은 우리 요미, 두부, 꼬미, 까미를 만나게 된 사연을 소개하려고 한다.

FIRST

  먼저 우리 집 서열 1위이자 첫째 요미. 내가 고양이에 대해 정말 아무것도 모르던 2018년에 가족이 됐다. 몸이 약해 어미가 버리고 간 새끼 고양이였는데, 너무 작아서 잘못 만지면 부서져 버릴 것만 같아 안절부절못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중성화 수술 후 살이 무섭게 찌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9kg에 달하는 거묘(!)가 되어버렸다. 평소 요미의 성격은 둥글둥글 곰 같은데, 다른 녀석들에게 요리 치이고 조리 치이는 모습을 볼 때면 웃기면서도 슬프다. 하지만 그러다가도 선을 넘었다는 생각이 들면 초대형 망고스틴 같은 앞발로 사정없이 냥냥 펀치를 날리는 요미. 

SECOND

  둘째이자 서열 2위인 두부도 역시 길 위에서 구조됐다. 두부를 생각하면 먼저 링웜으로 고생했던 일이 기억난다. 링웜은 병변부위에 털이 뭉텅이로 빠지고 딱지가 앉는 병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별것 아니었는데, 당시엔 눈물이 날 만큼 힘들었다. 목욕을 주에 두 번은 시켜야 했고, 딱지가 앉으면 소독약으로 문질러 상처 부위를 깨끗하게 해줘야 했으며, 넥카라를 씌워 상처 부위를 핥지 못하게 해야 했다. 

  두부도 모든 게 싫고 아플 텐데 꾹 참는 모습에 더 마음이 아팠다. 전염성이 높은 질병이라서 꽤 애를 먹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행히 다 나았고, 상처 부위엔 희고 부드러운 털이 풍성히 자랐다. 두부는 높은 곳을 좋아하고 간식에 미치는, 참 고양이다운 아이다. 가끔 자기보다 작은 아이들에게 발차기를 하는 등 못된 짓을 할 때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요미가 육중한 몸무게로 누르기 기술을 선보이는 덕에 우리 가족은 언제나 웃음을 터뜨린다.

THIRD

  셋째는 우리 집의 유일한 여아인 꼬미다. 몸집이 너무 작아 ‘쪼꼬미’라고 부르던 것이 ‘꼬미’가 됐다. 1년 반이 지난 지금도 꼬미는 고작 3kg 정도밖에 나가지 않는데, 내가 이름을 꼬미라고 지어 그렇게 된 건가 싶어 괜히 미안하다. 

  꼬미는 엄마 젖도 제대로 못 먹고 혼자 남겨져 꾹꾹이 하는 법조차 배우지 못했다. 그래도 지금은 두부와 부부처럼 알콩달콩 잘 지내고 있는 걸 보니 참 다행이다 싶다. 특이하게도 꼬미는 ‘궁디팡팡’ 대신 ‘궁디 긁어주기’를 참 좋아하는데, 내가 눕기만 하면 ‘어이, 집사, 자지 말고 어디 한 번 시원하게 긁어봐!’ 하는 듯 슬쩍 다가와 엉덩이를 들이미는 게 얼마나 웃기고 귀여운지 모른다.

FOURTH

  마지막 넷째는 우리 까미. 청계천에서 구조되자마자 우리 집으로 왔는데, 사실 여기엔 웃지 못할 사연이 있다. 바로 구조자분이 주변에 어미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해보지도 않고 혼자 남겨진 까미를 덜컥 데려왔다는 거다. 그리고는 하루 만에 ‘남편이 갖다 버리라고 한다’며 입양 글을 올렸는데, 솔직히 말해서 정말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코숏인 까미를 데려가고 싶다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고, 그대로 두었다가는 다시 길바닥에 버려지지 않을까 싶어 고심 끝에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함께 산 지 1년 반, 까미는 여전히 사람에 대한 경계가 심하다. 그런 까미에게 섭섭하다가도 하루아침에 엄마와 떨어져 버렸으니 까미의 마음도 이해가 간다. 정답은 내가 까미에게 더 큰 사랑을 주는 것밖에는 없겠지.

I’LL ALWAYS

  안다.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어쩌면 내가 너무 많은 아이를 품은 것일 수도 있다는 걸. 합사 과정에서 아이들이 느꼈을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모두 다 내 잘못이라는 생각에 잠 못 이루던 날도 많았다. 하지만 냉혹한 길 위에서 제대로 된 밥을 먹지도 못하고 쓸쓸한 죽음을 맞이하는 고양이들을 생각하면, 비록 100% 완벽한 환경은 아닐지라도 나와 함께 건강한 모습으로 지낼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이 글을 쓰면서 나는 두 가지 다짐을 했다. 첫 번째는 모두의 행복을 위해 이제 정말 더 이상의 입양은 없다는 것, 두 번째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끝까지 지금 내 곁의 아이들을 책임지겠다는 다짐이다. 해가 뜨기 직전, 어슴푸레한 새벽이면 우리 집의 네 발 달린 친구들은 옹기종기 내 주위로 모여든다. 

경계심 많은 까미는 내 머리맡에, 탐스런 꼬미 엉덩이는 내 오른팔 아래, 요미는 발치에, 두부만은 조금 떨어져 있지만 두 눈만은 나를 지그시 향해 있다. 따뜻하고 폭신폭신한 고양이들에게 둘러싸여 맞는 아침이라니, 이보다 더 큰 행복이 있을까. 

  아이들이 내게 주는 행복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나 역시 아이들에게 하루하루 작은 행복이나마 줄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을 다짐하며 글을 마친다.

글.사진 김서연
에디터  이혜수

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7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
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Tag #펫찌
저작권자 ⓒ 펫찌(Petzz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0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