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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C. CAPTAIN JACK

  • 승인 2021-03-22 09:4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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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소개할 남집사의 집에는 선장님이 있다. 온 가족의 서열을 파악하고 있으며 자신이 원하는 간식을 위해서는 적절한 순간에 애교를 부리기도 하고, 때로는 집사를 도도하게 지나칠 줄도 아는 선장님. 오늘도 잭은 사자 갈기 같은 털을 휘날리며 초롱초롱한 아몬드 모양 눈으로 부하들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부하가 되는 법

  잭은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에 등장했던 ‘잭 스패로우’와 닮았다는 의미에서 지은 이름이다. 잭 선장님은 의기양양하고 쿨한 성격을 가졌다. 남집사가 캔을 따려는 기미가 보이면 잭 선장은 그 귀여운 얼굴로 곁에서 얌전히 기다린다. 그렇게 원하는 걸 다 얻고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자신의 위치로 돌아가 그루밍을 한다. 부하들이 아무리 불러도 눈길 한번 주지 않고 도도한 자태를 유지한다는 잭 선장님. 부하들은 그 시크함에 또 한 번 반한다고. 남집사는 끝없이 잭 선장의 자랑을 늘어놓았다. 마치 잭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그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보는 사람까지 그냥 웃게 만드는 모습이었달까(웃음).
 

두 가지 얼굴

  많은 부하를 거느리고 있는 잭 선장은 가끔 종잡을 수 없을 만큼 신중한 모습을 보여주곤 한다. 예를 들면 잭 선장이 사냥하는 모습이 그렇다. 잭 선장은 가구 뒤에 몸을 숨긴 채로 때를 기다리다가, 이때다 싶을 때 날아올라 장난감의 숨통을 끊어 놓는다. 그렇게 성공적인 사냥을 마친 뒤에는 ‘이게 바로 선장의 집중력이고 기품이다’라는 듯이 유유히 제자리로 돌아간다.

  하지만 시크한 잭 선장은 반전 매력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사실 잭 선장은 엄마 앞에서 영락없는 아기가 된다. 엄마가 침대에 누우면, 잭 선장도 곧바로 침대 위로 따라 올라간다. 그뿐만이 아니다. 엄마의 말이라면 아무리 간식이 코앞에 있어도 무조건 기다리는 데다가, ‘우유 먹을까?’라는 질문에는 ‘아앙~!’ 하고 대답도 한단다. 우리의 잭 선장님은 이렇게 애교도, 어리광도, 재주도 모두 원하는 집사에게만 신중하게 보여주는 고양이다. 

위엄 있는 선장의 약점

  잭 선장이 어린 시절부터 유독 좋아하는 물건이 있다. 바로 비닐! 어린 시절 지칠 때까지 비닐과 놀던 잭 선장은 급기야 자신의 몸통보다 큰 비닐을 메고 돌아다녔다고 한다. 잭 선장은 지금도 비닐 잠자리 장난감만 보면, 잡기 위해 일단 뛰어오르고 본다. 그럴 때는 평소의 신중함과 기품은 온데간데없이 마냥 천방지축 고양이처럼 보인다. 

  그런 잭 선장의 약점이 또 있는데, 바로 목욕이다. 여느 주인님들과 마찬가지로 목욕이라면 질색을 한다는 선장님. 남자 집사 두 명이 선장님의 털과 비눗물로 만신창이가 되어야 끝낼 수 있다는 목욕 시간이 다가오면, 잭 선장은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사라진단다. 남집사는 이럴 때 보면 정말 영리한 고양이임이 틀림없다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선장님의 큰 계획

  잭 선장은 아들 둘만 있는 집 안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 가족 모두가 잭 선장의 별거 아닌 몸짓에도 크게 반응하며 웃는 일이 많아졌다고. 그뿐만 아니라, 잭 선장 덕분에 남집사의 가족 모두가 동물 문제들에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었고, 그 덕에 유기묘를 구조해서 임시 보호한 끝에 무사히 새로운 입양자를 찾아주기도 했다. 잭을 만난 뒤 남집사는 세상을 따스하게 바라보고 사랑을 나누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아마 잭 선장님은 이 모든 걸 처음부터 다 계획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선장님 없이는 항해 불가!

  한 번은 실수로 대문이 살짝 열려 있었는데 잭이 그 틈 사이로 밖에 나갔던 일이 있었단다. 결국엔 찾았지만 그 뒤로 남집사에게는 잭의 위치를 수시로 확인하고 대문을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잭이 없어
졌던 그 짧은 순간을 잊을 수가 없었던 온 가족은 ‘선장님 없이는 항해 불가!’라는 중요한 결론을 얻었다고 한다. 앞으로도 영리한 잭 선장님의 지휘 아래, 온 가족이 오래오래 함께 행복한 항해를 즐기길 바
라본다.


글.사진 성예빈
에디터  한소원

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7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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