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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C. 거울 비추기

  • 승인 2021-03-24 09:4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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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이 주인을 닮아간다는 속설은 

바로 우리 자매와 폴리 하니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놀랍게도 폴리는 큰 집사와, 

하니는 작은 집사와 

아주 

판. 박. 이. 다!

누가 봐도, 가족

  이번 7월 호에는 원래 글을 싣던 오이스터 스튜디오의 디자이너인 큰 집사를 대신해, 친동생인 작은 집사가 썼다. 간단한 소개부터 하자면 큰 집사는 삼 남매 중 장녀, 작은 집사는 차녀를 맡고 있다. 같은 배에서 나온 자매지만 큰 집사와 작은 집사는 외모부터 성격까지 완전히 정반대이다. 뭔가 항상 느긋하고 뱃속 편해 보이는 자유로운 영혼의 통통이 큰 집사, 매사에 ‘빨리빨리’를 외치는 예민하고 꼼꼼한 말라깽이 작은 집사.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뭐든 혼자 힘으로 뚝딱뚝딱 해치워버리는 큰 집사, 혼자보다는 누군가와 함께할 때 더욱 활력 넘치는 작은 집사. 우리 자매는 이렇게나 많이 다르다.

‘그런데 말입니다.’ 

  사실 우리 폴리 하니는 이런 집사들을 쏙 빼닮았다. 심지어 ‘느낌적인 느낌’으로 외모까지 닮았다. 소오름

거울

  닮은 구석이 거의 없는 폴리와 하니는 그만큼 각자의 개성이 강하다. 예를 들자면, 폴리는 느긋하다. 걸을 때도, 캣타워에서 내려올 때도, 맘마를 먹을 때도 느릿느릿. 웬만한 움직임은 흔들림 없이 온전히 카메라에 담을 수 있을 정도이다. 또 폴리는 과묵하다. 놀아 달라거나 간식을 달라며 보채지 않는다. 원하는 게 있으면 큰 집사처럼 알아서 척척 해내고 만다. 굳이 집사들이 신경 쓸 일이 없다. 이렇게 보면 마냥 든든해 보이지만 폴리는 사실 집사 말을 안 듣는고집쟁이다. (웃음) 

  반면 하니는 영민하다. 걸을 때도 요조숙녀처럼 ‘총총’ 걷고, 뛸 때는 보는 사람 심장이 떨어질 것처럼 엄청난 추진력을 발휘한다. 밥 먹을 때는 누가 쫓아오는 것도 아닌데 그 작은 입으로 거의 씹지도 않고 삼키듯이 먹는다. 또 하니는 폴리와 달리 원하는 것이 있으면 언제나 집사들에게 요구한다. 그것도 눈을 빤히 쳐다보며 아주 세세하게! ‘집사야, 손에 든 그거 뭐야. 우유야? 하니 줘’라던가, ‘하니 심심해. 놀아줘. 카샤카샤 격하게 흔들어줘’라던가, ‘하니 턱밑 쓸어줘. 시원하게~’라고 말이다. 

  가끔은 의사소통이 너무 잘 돼서 하니 몸속에 사람이 들어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렇게 확연하게 다른 폴리 하니를 보고 있자면 마치 우리 자매를 거울로 비춰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누군가 우리 자매를 볼 때도 이렇게 재미있을까?’ 싶은 생각에 절로 웃음이 난다.

아무렴 어떤가,

서로가 달라 오히려 합이 맞고 즐거운 것을!

마성의 늪

  게다가 하니는 품행이 방정하다. 그루밍도 구석구석 깨끗하게 하는 데다가, 식빵을 굽거나 잘 때는 꼭 앞발에 꼬리를 사악~ 감고 단정한 자태를 유지한다. 그런 하니의 모습은 흠잡을 데 없이 우아하다. 간식을 주면 그릇이 빛날 정도로 남김없이 먹고, 화장실에서 볼 일을 다 본 후에는 모래가 화장실 밖으로 사방팔방 튈 때까지 맛동산을 덮고, 곧바로 중요 부위를 그루밍하는 에티켓까지! 정말이지 완벽하다. 놀든, 먹든, 자든 뭐 하나 대충하는 법 없이 하니는 매사를 열심히 한다. 큰 집사는 하니를 보면 왠지 반성하게 된다고 한다. ‘고양이도 저렇게 열심히 사는데, 인간인 나는 과연 하니만큼 열심히 살고 있는 걸까….’ 하고 말이다.

  이런 요조숙녀 하니가 바른 생활의 표본을 보여주는 고양이라면, 폴리는 의외로 오두방정의 표본이다. 아까까지 분명히 그루밍을 하고 있었는데 잠시 후에 다시 보면 어디서 난 건지 모를 비닐봉지를 몸에 감고 있는 모습이 바로 그렇다. 거기에 한술 더 떠서 식빵을 구울 때마다 신체 부위 한 곳은 꼭 빼놓는 허술함과 화장실을 다녀온 후 에도 절대 모래를 덮지 않는 대범함, 게다가 중요 부위 그루밍을 하지 않는 막무가내까지! 하지만 이런 무심한 폴리를 보고 있자면 흐뭇하지 않을 수가 없다. 작은 집사는 룰 브레이커 폴리 덕분에 왠지 모를 해방감과 자유로움을 느낀다. 아마 누구나 폴리와 하니가 가진 매력의 늪에 빠진다면 절대 헤어 나오지 못할 것이다.

나날이 닮아가는 이유

  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는 ‘복세편살’ 폴리와 사람도 반성하게 하는 군자 하니. 같은 뱃속에서 나왔지만 다른 우리 자매처럼, 뱅갈 자매인 폴리와 하니도 이렇게나 다르다. 폴리와 하니를 보다 보면, 새삼스레 우리가 너무 다른 동시에 너무 닮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어쩌면 우리는 모르는 사이에 서로에게 스며들듯이 닮아가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너무 사랑한 나머지 상대방에게서 내게 없었던 새로운 모습을 배우는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서로 정반대인 네 여인으로 북적이는 오이스터 스튜디오는, 좌충우돌 정신없지만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있다.

글.사진 장보영 장지영
에디터  한소원

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7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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