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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C. 최소한의 노력

  • 승인 2021-03-31 10:4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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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인이던 시절, 나는 온종일 고양이와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을 항상 부러워했다. 간절히 바라면 결국엔 이뤄진다고 하듯이, 시간이 지나 나는 출산을 했고 그렇게 바라던 삶을 살게 됐다. 하지만 현실은 이상과 너무나 달랐다.

우리의 최선

  아기를 낳고 나면 당연히 고양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전보다 훨씬 늘어날 줄 알았다. 하지만 ‘안아줘 병’에 걸린 껌딱지 아기 덕분에, 고양이와의 시간은 전보다 더 줄어들고 말았다. 결국 나는 아기와 고양이들을 번갈아 가며 보살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한 집에서 두 집 살림살이를 차렸지만 정작 나아지는 건 없었다. 아기가 깨어 있기라도 하면 고양이들에게는 좀처럼 시간을 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사실상 직장을 다닐 때와 별반 차이가 없는 생활을 보내는 중이다. 그나마 내가 직장을 다닐 때는 고양이들과 마음껏 놀아줄 수 있었는데, 지금은 종일 같이 있어도 어떤 날은 장난감 한 번 흔들어주지 못할 정도로 정신없는 나날이 계속되고 있다. 

  그리하여 나만의 규칙을 만들었다. 이름하여, ‘하루에 한 번 골골송 듣기’. 바로 하루에 한 번이라도 고양이들이 골골송을 부를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쓰담쓰담이나 빗질 혹은 작은 놀이라도 함께하는 것. 비록 갑자기 바빠진 생활로 소홀해지더라도, 그게 내가 해야 하는 최소한의 노력이니까. 

쉼터가 되어주는

  엄청난 성장을 하고 있는 아기 집사는 요즘 유난히 내게 붙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온종일 아기 집사를 달래다 보면 몸은 물론이고 마음마저 탈탈 털리는 일이 부지기수다. 그럴 때 내가 곧바로 하는 일이 있다. 바로 아무런 근심 걱정 없이 소파 위에 널브러진 고양이들을 감상하는 것이다. 아이들의 엉뚱한 행동이나 사랑스러운 애교를 보고 있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지쳐있던 몸과 마음이 금세 충전되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고양이들이 언제나 얌전히 소파에만 있는 건 아니다. 가끔 내가 아기 집사에게 너무 집중한 나머지, 미처 고양이들에게 신경을 쓰지 못할 때는 정말 다양한 일들이 일어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집안을 기웃거리며 숨겨둔 간식을 꺼내 먹거나(심지어 뚜껑까지 연다) 소파에서 텔레비전을 보다가 배가 고파지면 알아서 밥을 챙겨 먹는 것. 그런 모습들을 보고 있자면 정말 고양이가 맞는지 의심이 들기까지 한다. 심지어 얼마 전에 처음으로 새 영상을 본 단비는 그 이후로 텔레비전에 빠진 건지 그 주변에서 아예 살고 있다. 요즘에는 새 영상으로도 모자라, 나와 함께한 얼마 전까지 유행했던 드라마인 ‘부부의 세계’까지 볼 정도이다.

사람들은 종종 걱정 어린 말투로 내게 묻는다.

‘육아 육묘 힘들지 않아요?’

공동 육아의 위력

  집안일을 할 때는 자연스럽게 아기 집사를 고양이들에게 부탁하고 있다. 아주 잠깐이지만 자기들끼리 금세 잘 어울리고 있는 모습을 보면 절로 웃음이 날 때가 많다. 가끔 SNS에서 7마리 고양이와 아기와 함께 사는 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육아 육묘 힘들지 않아요?’라던가, ‘저라면 못 했을 텐데, 정말 대단하세요’ 같은 말들. 하지만 내게는 사람보다도 든든한 7마리의 지원군들이 다른 어떤 것보다도 큰 힘이 되어준다. 그러므로 내 대답은 항상 정해져 있다.

아니요, 혼자가 아니라서 괜찮아요.

글.사진 황류리아
에디터  한소원

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7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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