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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C. 서로의 위안이 되어

  • 승인 2021-04-02 10: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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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겨울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를 거쳐 전 세계를 덮쳤다. 

평화롭기 그지없던 스위스 또한 코로나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창살 없는 감옥

  850만 가량의 인구가 살고 있는 작은 나라 스위스의 확진자 수가 가파르게 치솟았다. 코로나의 도래에 국경을 넘나들기 쉬운 유럽 국가들은 혼돈 그 자체였다. 결국 스위스는 3월 중순 국경을 닫고, 필수 시설을 제외한 모든 학교와 상점을 닫는 ‘셧다운(폐쇄)’ 정책을 실시했다. 약국마다 손 소독제가 품절이었고 마스크는 구할 수조차 없었다. 자연스레 사람들은 바깥출입을 꺼리게 됐다.

  장을 보러 갔더니 사재기로 인해 식료품 칸이 텅텅 비어 있었다. 스위스에 살면서 처음 보는 풍경이었다.
나 또한 당시 듣고 있던 프랑스어 수업이 잠정 중지되며 학교 역시 휴교에 들어갔다. 남편도 재택근무를 시작했다. 내 의지로 집에 머무르는 것과 강제로 밖에 나갈 수 없게 된 것은 천지차이였다. 얼마나 답답하면 오백 번 저어 만드는 달고나 커피 레시피가 한국을 넘어 전 세계를 강타했을까. 창살 없는 감옥에 갇힌 기분이었다.

곁을 지켜준 너희들

  그런 내게 위로가 되어준 건 언제나 말없이 곁을 지켜준 노아와 폼폼이었다. 평소 가족도 친구도 없이 낯선 외국에 살면서 노아와 폼폼이 내게 준 마음의 안정감이 참 컸는데, 이번 코로나 사태까지 겪으면서 정말이지 아이들이 없었다면 하루하루 버티는 것이 정말 힘들었겠구나 싶었다.

  노아와 폼폼도 나와 남편이 하루 종일 집에 있어서 훨씬 좋았을 것이다. 일반적인 오해와는 달리 고양이들도 외로움을 느낀다. 한국에 다녀오느라 몇 주 동안 집을 비웠다 돌아온 날이면 평소보다 더 반겨주고 애교를 부리는 노아와 폼폼. 그런데 우리가 하루 종일 집에서 때맞춰 밥 챙겨주고, 틈틈이 놀아주고, 침대에 누워 함께 낮잠도 자는 생활이 이어졌으니 아이들 기분이 얼마나 좋고 들떴을까. 

조금 더 가깝고 선명하게

  나 또한 노아와 폼폼과 함께하는 그 시간이 참 좋았다. 바쁘게 살다 보면 아이들과 교감하는 데 소홀해질 수 있는데, 셧다운 기간 동안은 온전히 노아와 폼폼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 경계심이 강하고 겁이 많은 성격의 폼폼은 원래 사람의 손길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편이었다. 초인종 소리만 들려도 화들짝 놀라 안방으로 도망가는 아이인데, 이 시기를 함께 보내면서 나와 남편에게 이전보다 더 큰 친밀감을 느끼는 듯하다. 어느 날부터 손을 내밀면 스스로 다가와 힘껏 박치기를 하며 애교를 부리는 폼폼의 모습에 우
리는 그저 감격할 수밖에 없었다.

  원체 성격이 순한 노아 또한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내가 침대 위에 누워 있으면 어느새 노아가 내 곁에 스르르 다가온다. 노아의 까맣고 부드러운 털을 가만히 쓰다듬어 주면 노아는 기분이 좋아진 듯 골골송을 부르며 이리 뒹굴 저리 뒹굴 애교를 부리다가 스르르 잠에 들곤 했다. 부드럽고 따스한 고양이와 함께하는 한낮의 오후는 사람의 심신을 평안하게 만들어준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시대가 종식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혹자는 더 이상 코로나 이전의 세상은 오지 않는다고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일상을 살아가야 한다. 코로나로 인해 겪는 모든 불편함과 우울함 속에서 천진난만한 노아와 폼폼의 눈망울은 우리에게 큰 힘이 되어 준다. 존재만으로도 사랑스러운 노아와 폼폼이 우리 곁에 있어서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글.사진 이지혜
에디터  이혜수

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7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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