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 찰스 스패니얼’(King Charles Spaniel). 영국에서 유래되었으며, 17세기 찰스 2세의 이름을 딴 견종이다. 공격성이 낮고, 애교가 많으며, 이해력이 좋아 어린아이와 함께 가정에서 키우기에 적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우리 찰스는 '킹 찰스 스패니얼'보다 키는 더 크고, 입은 조금 더 긴 '카발리에 킹 찰스 스패니얼'이란 말씀!
똥꼬발랄 찰스 왕자님
찰스는 파양된 아이라고 했다. 눈은 사시였고, 발등에는 링거를 맞은 것으로 추정되는 주사 자국이 있었다. 이유를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상처가 있는 아이인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그런 과거가 무색하게 찰스의 성격은 아주 밝았고, 사람을 무척이나 잘 따랐다. 어쩐지 나는 찰스가 남은 견생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도록 가족이 되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찰스는 조심스럽지만 분명히 내 마음속 문을 두드렸고, 그렇게 나는 결국 찰스와 만난 지 고작 3일 만에 입양을 결정했다.
사랑스러운 찰스의 모습을 오래오래 간직하고자 개인 SNS 계정도 만들었다. 이국적이고 빼어난 미모(?) 덕분인지 모델 제안도 꽤나 많이 받고 있다. 또 팬들이 선물도 종종 보내주곤 하신다. 덕분에 찰스는 좋은 간식, 좋은 환경 속에서 천방지축, 눈치 제로의 똥꼬발랄한 견생을 살아가고 있다.
임시보호를 시작하다
찰스를 가족으로 맞아들인 뒤, 자연스레 유기견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게 됐다. 그래서 한 달에 두 번 주말에는 유기견 봉사활동을 다니기 시작했다. 최근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잠시 활동을 쉬고는 있지만, 상황이 좋아지면 언제라도 다시 봉사를 지원할 생각이다.
그러던 중 한 사건이 있었다. 건대입구역 부근에서 구조된 웰시코기 한 마리의 보호소 안락사 날짜가 다가오고 있어 급히 임시보호처가 필요하다는 소식이었다. 버려진 것도 마음 아픈데 안락사라니… 나는 당장에 전화를 걸었다. 찰스는 사회성이 아주 좋고, 활발한 아이였기에 누가 오든 잘 지내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사랑이 가득한 가정으로
나는 거실을 모두 찰스와 감자에게 내어 주었다. 감자의 평생을 사랑으로 책임져 줄 좋은 보호자님이 나타날 때까지 감자를 돌봐주기로 다짐했다. 또 함께 보내는 행복한 하루하루의 일상도 찰스의 SNS를 통해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 좋은 사료를 주고, 좋은 옷을 입히고,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넓은 공간을 찾아다니다 보니 감자의 의기소침했던 성격은 어느새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약 3개월 동안 네 곳의 가정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단짝인 찰스와 감자가 종종 만날 수 있도록 비교적 가까운 곳에 거주하고, 시간적 여유가 있는 가정으로 입양을 보냈다. 감자는 그렇게 ‘연두’라는 새 이름을 얻었다. 연두도 지금은 찰스처럼 SNS 계정도 생겼고 좋은 가정에서 사랑을 듬뿍 받으며 그 누구보다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손을 내밀어 주세요
찰스와 함께하기 전에는 몰랐다. 반려견과 함께하는 삶이 이렇게나 충만하고 기쁨이 넘치리라는 것을. 보고 또 봐도 찰스는 어찌나 귀엽고 멋지고 예쁜지, 하루하루가 새롭다. 하지만 내가 마주한 진실은 마냥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어릴 적 귀엽고 사랑스러운 외모에 반해 강아지를 데려왔다가 감정이 식고 나면 귀찮은 애물단지 취급을 한다. 그러다가 아이들을 누군가에게 줘 버리고, 심하면 유기해버리기까지 하는 무책임한 사람들도 세상엔 너무도 많다.
‘파양’, ‘유기견’이라는 말을 들으면, 사람들은 종종 동정 어린 눈빛을 보낸다. 그 시선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 번 거절당한 경험이 있는 아이들에겐 어쩐지 과거의 상처가 남아있을 것 같고, 보통 개들보다는 예민할 것 같고, 그래서 섣불리 가족으로 맞아들이기는 힘들 것 같은 편견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경험한 찰스는, 감자는 그렇지 않았다. 찰스는 세상 그 어떤 강아지들보다 명랑하고 사랑스러웠고, 처음엔 다소 의기소침했던 감자조차 우리 가족과 찰스의 사랑 덕에 180도 바뀔 수 있었다. 한 번 버림받은 아이들 또한 그저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어 하고 맛있는 간식을 좋아하는, 보통의 강아지인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기회를 통해 사람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응원과 사랑이 담긴 눈빛으로 그 아이들을 바라봐 주시기를, 그리고 기회가 닿는다면 따뜻한 사랑으로 품어 주시기를, 하고 말이다.
글. 사진 홍지훈
에디터 이혜수
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8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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