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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P. 따스한 사랑과 응원으로

  • 승인 2021-04-07 13:2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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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킹 찰스 스패니얼’(King Charles Spaniel). 영국에서 유래되었으며, 17세기 찰스 2세의 이름을 딴 견종이다공격성이 낮고애교가 많으며이해력이 좋아 어린아이와 함께 가정에서 키우기에 적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우리 찰스는 '킹 찰스 스패니얼'보다 
키는 더 크고입은 조금 더 긴 '카발리에 킹 찰스 스패니얼'이란 말씀!

똥꼬발랄 찰스 왕자님

  찰스는 파양된 아이라고 했다눈은 사시였고발등에는 링거를 맞은 것으로 추정되는 주사 자국이 있었다이유를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상처가 있는 아이인 것은 분명했다하지만 그런 과거가 무색하게 찰스의 성격은 아주 밝았고사람을 무척이나 잘 따랐다어쩐지 나는 찰스가 남은 견생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도록 가족이 되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그렇게 찰스는 조심스럽지만 분명히 내 마음속 문을 두드렸고그렇게 나는 결국 찰스와 만난 지 고작 3일 만에 입양을 결정했다.

  사랑스러운 찰스의 모습을 오래오래 간직하고자 개인 SNS 계정도 만들었다이국적이고 빼어난 미모(?) 덕분인지 모델 제안도 꽤나 많이 받고 있다또 팬들이 선물도 종종 보내주곤 하신다덕분에 찰스는 좋은 간식좋은 환경 속에서 천방지축눈치 제로의 똥꼬발랄한 견생을 살아가고 있다.

임시보호를 시작하다

  찰스를 가족으로 맞아들인 뒤자연스레 유기견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게 됐다그래서 한 달에 두 번 주말에는 유기견 봉사활동을 다니기 시작했다최근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잠시 활동을 쉬고는 있지만상황이 좋아지면 언제라도 다시 봉사를 지원할 생각이다.

  그러던 중 한 사건이 있었다건대입구역 부근에서 구조된 웰시코기 한 마리의 보호소 안락사 날짜가 다가오고 있어 급히 임시보호처가 필요하다는 소식이었다버려진 것도 마음 아픈데 안락사라니… 나는 당장에 전화를 걸었다찰스는 사회성이 아주 좋고활발한 아이였기에 누가 오든 잘 지내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사랑이 가득한 가정으로

  나는 거실을 모두 찰스와 감자에게 내어 주었다감자의 평생을 사랑으로 책임져 줄 좋은 보호자님이 나타날 때까지 감자를 돌봐주기로 다짐했다또 함께 보내는 행복한 하루하루의 일상도 찰스의 SNS를 통해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좋은 사료를 주고좋은 옷을 입히고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넓은 공간을 찾아다니다 보니 감자의 의기소침했던 성격은 어느새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3개월 동안 네 곳의 가정으로부터 연락이 왔다단짝인 찰스와 감자가 종종 만날 수 있도록 비교적 가까운 곳에 거주하고시간적 여유가 있는 가정으로 입양을 보냈다감자는 그렇게 ‘연두라는 새 이름을 얻었다연두도 지금은 찰스처럼 SNS 계정도 생겼고 좋은 가정에서 사랑을 듬뿍 받으며 그 누구보다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손을 내밀어 주세요

  찰스와 함께하기 전에는 몰랐다반려견과 함께하는 삶이 이렇게나 충만하고 기쁨이 넘치리라는 것을보고 또 봐도 찰스는 어찌나 귀엽고 멋지고 예쁜지하루하루가 새롭다하지만 내가 마주한 진실은 마냥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어릴 적 귀엽고 사랑스러운 외모에 반해 강아지를 데려왔다가 감정이 식고 나면 귀찮은 애물단지 취급을 한다그러다가 아이들을 누군가에게 줘 버리고심하면 유기해버리기까지 하는 무책임한 사람들도 세상엔 너무도 많다.

  ‘파양’, ‘유기견이라는 말을 들으면사람들은 종종 동정 어린 눈빛을 보낸다그 시선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하지만 한 번 거절당한 경험이 있는 아이들에겐 어쩐지 과거의 상처가 남아있을 것 같고보통 개들보다는 예민할 것 같고그래서 섣불리 가족으로 맞아들이기는 힘들 것 같은 편견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경험한 찰스는감자는 그렇지 않았다찰스는 세상 그 어떤 강아지들보다 명랑하고 사랑스러웠고처음엔 다소 의기소침했던 감자조차 우리 가족과 찰스의 사랑 덕에 180도 바뀔 수 있었다한 번 버림받은 아이들 또한 그저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어 하고 맛있는 간식을 좋아하는보통의 강아지인 것이다그래서 나는 이 기회를 통해 사람들에게 부탁하고 싶다응원과 사랑이 담긴 눈빛으로 그 아이들을 바라봐 주시기를그리고 기회가 닿는다면 따뜻한 사랑으로 품어 주시기를하고 말이다.

글. 사진 홍지훈
에디터  이혜수

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8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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