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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P. 후회없이 사랑하세요

  • 승인 2021-04-12 10:5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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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없이 표현하세요

  평소 나는 표현에 참 인색한 사람이다. ‘미안해, 좋아해, 사랑해’라는 말을 입 밖으로 표현하는 게 어쩐지 어렵다. 하지만 정말 이상하게도, 우리 집 강아지들에게만은 다르다. ‘사랑해’라는 말 이외에 내 마음을 달리 표현할 방법이 있다면 모두 다 끌어모아 쏟아붓고 싶을 정도로 표현이 헤픈 사람이 된다.

  “퍼디, 치즈 사랑해! 너무 예뻐! 내가 사랑하는 거 알지?”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도 못하면서, 내게 달려들어 얼굴을 핥는 우리 집 사랑둥이들. 그렇게 퍼디, 치즈와 함께 한 지 벌써 삼 년이 지났다. 둘 다 세 살이 넘었고 나는 서른 살을 넘겼다. 어쩐지 개들과 함께 늙어가는 건 별로 위로가 되지 않는다. 사람과 비교하면 턱없이 짧은 생을 사는 아이들이라 그런가. 뭐, 그래도 우린 아직 한창이긴 하지만 말이다.

후회 없이 기록하세요

  ‘후회 없이 기록하기’. 지금의 내 좌우명이다. 글이든 사진이든, 아이들과의 일상을 하루에 꼭 단 한 줄의 문장으로라도, 한 장의 사진으로라도 꼭 남기기. 그 덕에 카메라는 연애를 하던 시절보다 배로 바빠졌다. 128GB의 용량을 자랑하는 내 휴대폰 메모리는 이미 녀석들의 사진으로 빈틈없이 꽉꽉 채워진 지 오래다. 그러다 보니 휴대폰 용량이 모자란다는 말을 푸념처럼 내뱉곤 하는데, 그럼 이런 대답이 종종 들려온다. “얘들 사진을 좀 지우면 되지 않아?”

  물론 남들이 보기에 그 사진이 그 사진 같아 보일지 모르겠지만, 내겐 사진마다 담긴 아이들의 눈빛이, 빛에 비친 털의 색과 결이 다르다. 그래서 난 단 한 장의 사진도 허투루 지울 수가 없다. 결국 나는 결국 몇 장 되지도 않는 내 사진을 골라 삭제 버튼을 누른다. 아무리 열심히 사진을 찍고 휴대폰이 터져라 저장한들, 개의 평생은 고작 내 삶의 일부밖에 되지 못한다. 너무 슬프고 화나는 현실이지만, 내가 어떻게 해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의 작은 눈짓, 발짓 전부 놓치지 않고 기록하겠다는 마음으로 매일을 산다.

생명의 무게

  함께하는 일상을 SNS에 기록하면서 우리를 지켜봐 주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어쩐지 멋쩍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다. 남 집 개를 이렇게나 좋아해 주고 진심으로 아껴주다니. 우리 집 개들은 정말 사랑스럽고 귀엽다. 확실히 그렇다. 그럴 수밖에 없다. 나는 온 마음을 다해 아이들을 사랑하고 있고, 퍼디와 치즈도 그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사진과 영상 속 예쁘고 행복한 모습은 아이들의 아주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완벽해 보이는 TV 속 연예인에게도 말 못 할 가정사가 숨겨져 있곤 하듯이, 우리에게도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수많은 오프 더 레코드들이 존재한다. 그저 개를 키우며 겪는 크고 작은 수고로움 따위를 구구절절 늘어놓지 않을 뿐이다.

  그래서 사실 조금 걱정이 된다. 퍼디와 치즈의 사랑스러운 모습만을 보고 섣불리 반려견 입양을 결정하는 이가 있지는 않을까 하고 말이다. 그래서 나는 이곳을 빌려 이 한마디를 꼭 전하고 싶다. “한 생명을 책임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에요. 한 단면만 보고 생명의 무게를 가벼이 여기지 말아 주세요.”

글.사진 오슬기
에디터  이혜수

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8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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