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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P. 그냥, 점례

  • 승인 2021-04-14 10: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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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끝을 스치는 달콤 고소한 냄새. 알맞게 구워진 쿠키를 베어 물었을 때 입안 가득 퍼지는 달콤함. 생일 케이크를 마주했을 때의 두근거림. 이처럼 손수 만든 과자와 케이크에는 언제나 몽글몽글한 기억이 가득하다. 그리고 지금 여기, 사람뿐 아니라 반려동물에게도 소중한 추억을 선물해 주는 특별한 상점이 있다. 창문 너머 설렘의 향기가 솔솔 풍겨오는 「그냥, 점례」를 소개한다.

  Q. 반려동물을 위한 수제 간식들은 참 많은데 수제 ‘과자점’이라니, 어쩐지 특별한 느낌이 드는데요. 반려동물을 위한 과자를 굽게 된 계기나 이유가 있으신가요?

  A. 반려견 ‘점례’에게 맛있고 건강한 과자를 먹이고 싶은 마음으로 차근차근 공부를 시작했던 게 계기였다고 생각해요. 누구에게나 한 번쯤 삶에 위기가 찾아오듯 저에게도 힘든 시기가 있었거든요. 점례는 그때 제 곁에 찾아온 선물 같은 아이랍니다. 처음에는 무거운 책임감에 반대하기를 세 차례, 하지만 결국 동생의 보챔에 마지못해 키우기로 했죠. 

  그런데 막상 같이 살다 보니 오히려 제가 강아지에 미쳐 점례를 위한 공부를 시작하게 된 거 있죠? 가장 건강한 재료로 정성껏 과자와 빵을 만들어 소중한 내 반려견과 함께 먹는 즐거움이 얼마나 컸던지, 어느새 저도 행복과 건강을 되찾을 수 있었어요. 주변의 다른 아픈 강아지들을 위해 건강한 레시피로 빵과 과자를 구워 행복을 전하기도 하고요.

  Q. 어떤 마음으로 과자와 케이크를 굽고 계시는지요?

   A. 사실 너무 오래전의 일이라 처음 케이크를 구울 때의 기억은 지금에 와선 조금 멀게 느껴지기는 해요. 하지만 분명히 기억나는 건요, 그땐 하나하나 어찌나 지극정성으로 케이크를 구웠는지 모르겠다는 거예요. 너무 정성을 들인 나머지 상품이라기보다는 작품에 가까울 정도였으니까요.

  몇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감사하게도 「그냥, 점례」의 케이크들은 온·오프라인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음, 그때의 순수했던 초심에 변화가 있다면…. 솔직히 밀린 주문량에 ‘휴우, 언제 이걸 다 만들지?’ 하고 작은 한숨이 나올 때도 있답니다. (웃음)

  하지만 디자인 작업에 들어가면 저도 모르게 완전히 몰입하게 돼버려요. 보내주신 사진 속 반려견 아이들을 꼼꼼히 관찰하고, 그 사랑스러움에 저도 모르게 미소 지으며 기도하죠. ‘기쁜 날, 내가 그리는 이 작은 케이크로 모두가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길, 오래오래 건강하게 주인과 함께하길’. 그렇게 작업을 마무리하면 얼마나 뿌듯하고 개운한 지 몰라요. 또 신기하게도 케이크에 담긴 제 마음이 주문해 주신 손님들께도 고스란히 전달이 되는 것 같아요. 그 가치를 알아주시고 함께 좋아해 주시거든요.

  Q. 「그냥, 점례」를 운영하면서 겪은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최근에는 생일이나 기념일처럼 특별하게 기쁜 날에만 과자나 케이크를 만들진 않아요. 먼저
하늘나라에 간 반려동물의 마지막을 행복하게 보내주고 싶다는 보호자님들의 연락도 종종 받습니다. 그런 과자와 케이크를 만들 때는 저도 심적으로 동화되어 만드는 내내 마음이 아프고 조금은 슬퍼져요. 

  그렇게 정성껏 만든 케이크를 전달하던 날, 애써 눈물을 꾸욱 참고 있었는데, 손님과 눈이 마주쳐버리는 바람에 그만 둘 다 그 자리에서 소리 없이 눈물을 가득 쏟았지 뭐예요. 한참 뒤 손님은 케이크와 함께 강아지의 마지막을 함께 지켜준 다른 멍멍이 친구들을 위한 선물도 한 아름 들고 가셨어요. 그 뒷모습이 아직도 선명해요.

  그날 이후로 ‘아, 내가 울어선 안 되겠구나’ 하는 다짐을 했어요. 물론 함께 울어드릴 수 있지만, 제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성숙한 위로를 건네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도 여전히 그런 주문을 받을 때면 눈물이 핑 도는 건 어쩔 수 없나 봐요.

  Q. 앞으로의 계획이나 하고 싶으신 일이 있다면요?

  A. 다양한 레시피를 개발하기 위해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또 반려동물 영양학을 소개하는 클래스도 준비하고 있어요. 최근 우리 둘째, 방실이가 많이 아팠던 일이 동기부여가 많이 됐거든요. 단순 원데이클래스가 아닌 심화된 영양학 수업과 레시피로 찾아뵙기 위해 여러모로 준비 중입니다.

  또 마지막으로 과자점을 벗어나 점례, 방실이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그간 상점을 꾸리며 미뤄두었던 시간을 아이들과 함께 쓰고 싶습니다. 여행도 가고요. 등산도 바다도, 카페도 모두 다 같이 다닐 거예요. 한 몸처럼. 

  Q. 그 밖에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반려동물 과자점 「그냥, 점례」는 처음엔 저의 개인 작업 공간의 이름이었습니다. 그 공간이 큰 사랑을 받아 과자점이 되고, 상점이 되었지요. 추후 다시 작업실이 필요해 둘째 반려견의 이름을 따 강아지 디저트 숍&카페 「그냥, 방실」을 꾸리게 되었어요. 반려동물과 함께 편히 맛있는 과자와 빵, 음료를 나누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에요. 「그냥, 방실」에서는 여러 클래스가 열리고, 반려동물 관련 영화 관람이나 독서 등 취미 모임이 열리곤 해요.

  반려동물을 키우다 보면 아이가 아파서, 말썽을 부려서 등 화나고 속상하고 마음 아픈 날도 있기 마련이잖아요? 정말 나 혼자만의 힘으론 되지 않는 것이 반려생활 같아요. 우리 가족이 운영하는 「그냥, 점례」, 「그냥, 방실」 이 작은 공간들이 반려인과 반려동물 모두에게 일상 속 작은 위로가 되길 바라요. 날마다 건강한 식재료와 레시피, 그리고 정성 어린 마음으로 찾아뵙겠습니다.

Instagram@ just.jumrae, @just.bangsil

에디터  이혜수 조문주 

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8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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