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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P. 강아지 둘, 토끼 하나

  • 승인 2021-04-19 09:4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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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둘, 토끼 하나와 함께 살고 있어요. 

포키, 칸나는 시추, 

그리고 까만색 아이라인이 매력적인 

요 녀석의 이름은 ‘코털이’랍니다

강아지와 토끼?

  제 이야기를 듣고 나면 모두 눈을 동그랗게 뜨시더라고요. 강아지와 토끼가 잘 지내는지를 많이 궁금해하시고, 또 가끔은 강아지들이 토끼를 해치지 않는지 염려하시는 분들도 계셨어요. 저도 코털이를 데려오기 전에 ‘서로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까?’ 고민은 해봤습니다만, 사실 칸나와 포키가 주변에서도 알아줄 만큼 워낙 순하고 착한 아이들이었기에 큰 걱정을 하지는 않았답니다. 잘 지낼 거라는 확고한 믿음이 있었지요.

  예상대로 두 천사 누나들은 어린 토끼 막냇동생을 무척 귀여워해 주었어요. 어찌나 고맙던지. 날마다 이렇게 조용하고 예쁜 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 또한 칸나와 포키의 착한 천성 덕분이 아
닐까 생각해요. 물론 강아지의 성격에 따라 결과 또한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는지라, 저 역시 무조건 종이 다른 동물을 함께 키우는 게 좋다고는 권하지 않습니다.

최강 우애 남매!

  포키도 정 많고 따스한 아이지만, 어째서인지 칸나가 코털이와 조금 더 친한데요. 가만히 지켜보면 둘이 꼭 붙어 핥아주면서 노는 날이 많더라고요. 이마와 등을 핥아주기도 하지만, 칸나는 코털이의 긴 귀가 신기하고 코털이는 칸나의 달랑거리는 짧은 귀가 신기한지 마주 보고 앉아 할짝할짝 서로의 귀를 핥아주곤 해요. 가끔은 말없이 같은 공간서 같은 자세로 쉬고 있기도 하고요.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면 종이 다른데도 서로를 이미 누나로, 동생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 고맙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답니다. 그런 아이들이 너무 귀여워 사진을 찍으면 칸나는 ‘동생이 너무 좋아요!’ 하는 눈빛으로 한껏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는데요, 어쩐지 처음 왔을 때만 해도 동글동글 작은 귤만 한 크기였던 동생 코털이가 어느새 무럭무럭 자라 튼실한 가을 무처럼 커다래진 걸 대해 뿌듯해하는 듯하달까요?

  어떤 날은 칸나가 코털이의 집에 놀러 가기도 하고요. 어떤 날은 코털이가 칸나의 공간에 놀러 오기도 해요. 물론 따로 자기도 하고요. 코털이가 옆으로 누워 자는 모습은 마치 통통한 새우튀김 같아서 앙 깨물어 주고 싶어요. 앞발이 뒷발보다 상당히 짧다 보니 옆으로 잘 때 앞발이 위로 들리는데 이 모습이 너무나 귀여워요. 가끔은 무슨 꿈을 꾸는지 그 짧은 앞발을 붕붕 휘두르곤 하는데, 그럴 때면 엄마 미소를 감출 길이 없답니다.

무지무지 소중해!

또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어요. 글쎄 칸나의 목에 걸린 나무 펜던트가 없어져 버린 거예요. 줄은 그대로인데 말이에요. 참 이상하죠? 그러다가 어느 날 코털이의 집을 청소하다가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칸나의 이름표를 발견했어요. 칸나가 안방서 쿨쿨 자고 있던 틈을 타 범행을 저지른 거죠. 

  그래도 코털이가 훔친 펜던트를 꽤나 소중하게 여겼는지 거실에 있는 자기 집에다가 고이 모셔놨더라고요. 결국 칸나에게 금속으로 된 목걸이를 새로 사 줬어요. 코털이가 금속에는 관심이 없으니 아직 펜던트는 흠집 하나 없이 번쩍번쩍 멀쩡합니다. 누가 목걸이를 끊어가도 모를 정도로 세상모르고 쿨쿨 잠들어도 이제는 목걸이가 안전해요! 반대로 요즘은 칸나와 포키가 코털이의 이갈이 장난감이 궁금한지 나뭇가지를 몰래 물고 가서 놀 때도 있어요.

산책도 함께, 토끼풀 헌터

  요즘은 산책을 함께 다니고 있는데요, 하지만 산책 취향 역시 셋 다 다르답니다. 활발하고 성격 좋은 포키는 다른 강아지 친구들을 찾아 두리번거리고, 겁이 많은 칸나는 포키나 코털이 뒤에서 조심조심 주위를 살피며 걸어요. 코털이는 맛있는 풀이 어디 있나 종종걸음으로 찾아다니고요. 특히 코털이는 오랜만에 밖에 나와 풀밭을 보니 기분이 좋았나 봐요. 토끼풀과 입맞춤도 하고요. 행복한 표정으로 냠냠. 슬슬 이제 집에 갈까? 말해주고 코털이를 이동 가방에 넣어둔 채 주변을 정리했어요. 

  그런데 문득 주변을 둘러보니 글쎄 코털이가 뿅 하고 점프해서 탈출하고는 토끼풀을 먹어 치우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그런 코털이를 붙잡아 다시 넣어두고, 그러면 코털이가 또 뿅 튀어나와서 풀을 먹어 치우고. 인기척이 없어서 눈치를 못 챘는데 행인 분이 덤앤더머 같은 이 광경을 보셨나 봐요. 크게 웃으셔서 조금 부끄러웠던 날이었습니다.

  모든 나날들의 기억들을 한마디로 표현하기가 참 힘들지만, 떠올려보면 그래도 세 아이들 덕분에 따뜻하고 몽글몽글한 추억이 온통 가득합니다. 오늘도 내일도, 칸나와 포키 그리고 코털이와 함께라면 매일매일이 폭신하고 말랑한 하루이겠지요?

글.사진 김시내
에디터  이혜수

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8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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