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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P. 여름의 한가운데

  • 승인 2021-04-23 10:5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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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아, 우리 여행 갈까?

  여느 때와 같은 산책길. 한참을 걷다 이름을 부르면 아이들은 어김없이 나를 돌아본다. 산책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는데도 밤바 요다의 발걸음은 조금씩 느려지고, 입에서는 헥헥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여름. 어느새 그런 계절이 와버렸다. 

  낮 동안엔 뜨거운 아스팔트 열기에 혹시나 발바닥이 다치지는 않을까 걱정돼 우리는 해가 뉘엿뉘엿한 늦은 오후에 산책을 나가게 됐고, 그러다 보니 해가 떠 있는 한낮엔 집안에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허무한 표정으로 창밖만 바라보고 있는 반려견들이 우리 눈에는 무척이나 안타까워 보였다.

  사실 나는 여름을 싫어한다. 내가 태어난 계절이 겨울이어서 그런가? 얼굴에 더운 바람이 닿으면 어쩐지 숨 쉬는 게 어렵고, 시야가 파랗게 물들어 머리가 핑 돌기도 하다. 그래서 여름엔 시원한 에어컨 앞에 앉아 푹 쉬는 걸 좋아하는데, 뜨거운 여름의 열기도 밤바 요다를 막을 수는 없나 보다. 뜨거운 태양이 쨍쨍 내리쬐고 있어도 자꾸만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한다. 도심의 아스팔트 열기는 내가 못 버티고 아이들 발바닥에도 안 좋으니 대신 합의를 하기로 했다. 도심을 벗어나 보기로.

우리, 바다로 가 보자!

  여름 하면 생각나는 계곡, 그리고 바다! 어딜 가볼까 고민하며 우선 여행 갈 준비를 했다. 텐트를 챙기고, 먹을 것을 챙겼다. 한두 번 가 본 여행이 아니라서 그런지 밤바 요다는 분주한 우리의 손놀림에 집 안 이리저리를 헤집으며 온몸으로 기쁨을 표현했다.

  “지금 시기에 계곡이나 산 쪽으로 가면 벌레가 많으니까, 바다로 가자!”

  바다이든 산이든 상관없을 것이다. 이미 텐트를 꺼내 든 순간 밤바 요다의 얼굴엔 행복함이 가득했으니까. 그렇게 흥겨운 표정으로 아이들은 차에 올라탔고, 우리는 시원한 바다를 찾아 떠났다.

조금씩 조금씩

  내비게이션에는 ‘한국의 나폴리’라고 불리는 장호항을 입력하고 떠났지만, 그곳은 유명한 만큼 사람이 무척이나 많았다. 푸르른 물을 보고 흥분한 밤바와 요다가 관광객들에게 예상치 못한 놀라움이나 불쾌함을 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우리는 해안가를 천천히 달리며 근처 한가한 해변을 찾아보기로 했다. 

  근처에는 작은 해변이 많았고, 다행히도 그중 캠핑하기에도 괜찮은 곳을 찾을 수 있었다. 한가한 바다에서 우리는 도시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자유로움을 느끼고, 뜨거운 해가 떠 있는 낮에 바닷물에 몸을 담그며 시원함을 한껏 즐겼다.

  도심에서는 마냥 싫기만 하던 여름이었는데, 아이들과 함께하다 보니 자연스레 높이 뻗은 나무가 만들어주는 그늘이 얼마나 고마운지, 나뭇잎 새로 살랑거리는 바람은 또 어찌나 시원한지를 알게 됐다. 또 푸른 파도가 넘실거리는 바다를 너희와 함께 바라볼 수 있어서, 이렇게 온몸으로 바다를 느낄 수 있어서 이제 조금씩 여름이라는 계절이 맘에 들려 한다.

글.사진 최소희
에디터  이혜수

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8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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