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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P. 초롱이의 마을 나들이

  • 승인 2021-05-03 10:3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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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롱아 언니 갔다 올게. 엄마랑 사과 먹고 있으면 언니 금방 올게!” 

  사과 공주 초롱이는 언니의 말을 알아들었다는 듯 눈을 반짝거린다. 꼭 ‘사과’라는 단어가 기분 좋다는 듯이. 초롱이의 보호자는 ‘아마 분명 저 눈빛을 못 견디고 오늘도 엄마가 사과를 깎아주겠지. 저 눈빛을 누가 이겨~’라는 생각에 웃으며 기분 좋게 출근을 한단다.

초롱초롱 초롱이

  학교 선생님인 초롱이의 언니. 학생들이 하교한 후에는 온종일 ‘혹시 우리 초롱이가 심심하진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한다. ‘빨리 일을 마무리해야 초롱이와 놀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마무리를 서두른다는 그녀. 언니의 그런 마음을 알아서인지, 아니면 가족 중 가장 많은 함께 시간을 보냈기 때문인지, 아니면 함께하는 새 서로를 닮아간 것인지 초롱이도 가족 중에 언니를 가장 좋아한단다.

  “초롱이는 사실 아빠 직장 동료분의 강아지였어요. 그 집에서 10년을 같이 산 다른 강아지가 강아지 별로 떠나자, 그 슬픔으로 더 이상 다른 강아지들을 직접 키우지 못하겠다고 하셨고, 그렇게 초롱이는 우리 집에 오게 되었어요. 마침 제가 쉬고 있을 때라 초롱이와 온종일 꼭 붙어있었죠. 저도 처음으로 집 안에서 강아지를 키우게 돼서 그랬는지, 모든 시간과 돈을 다 들여서 애지중지 돌봤던 것 같아요.”

  초롱이는 조금 늦게 만난 강아지였지만, 이제는 그 누구보다 소중한 존재라는 초롱이의 언니. 초롱이도 늦게 만난 언니를 가장 좋아하는 건 아마 둘의 마음이 통해서인가 보다.

골목대장 최초롱

  초롱이와 언니, 그리고 가족들은 작은 마을에서 함께 살고 있다. 그래서 초롱이도 동네 길은 속속들이 다 알고 있는지, 가끔은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기라도 한 듯 동네 마실을 나간다고. 그런 초롱이의 뒤를 따라나선 언니가 “최초롱~” 하고 부르면 마을 입구에서부터 뛰어와 언니의 차에 쏙 들어온 뒤 예쁜 웃음을 보여준단다. 

  아마 초롱이는 혼자 마을 산책을 하며 새로운 풀들은 잘 자라고 있는지, 다른 강아지들이 왔다가 갔는지 확인하는 시간을 보내는 것 같다. 이렇듯 초롱이는 이 작은 마을을 사랑하는 진정한 1등 주민이다.

  또, 동네 사람들에게 예쁨 받는 것도 좋아한단다. “마을에서 가장 예쁜 강아지는 무조건 나, 최초롱이야!”라는 자신감으로 가득하다는 초롱이. 가끔 처음 보는 모르는 사람을 마주칠 때면, 자신을 예뻐해 줄 때까지 졸졸 따라가기도 했다고. 워낙 눈망울이 예쁘고 순한 강아지라 대부분 귀여워해 주시지만,
뒤따르는 민망함은 언니의 몫이다.

  반면 다른 강아지들은 싫어한단다. 사랑을 나누어 받는 데 있어서는 세상 둘도 없는 질투쟁이라는 초롱이. 그래서 뒷집 10살 요크셔테리어 ‘아리’가 왕왕 짖을 때면 초롱이도 소리 높여 짖는다고. 둘이 누가 이기는지 내기하는 건 동네 사람들이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래도 다들 귀여워해 주셔서 초롱이 언니는 그저 감사할 따름이란다. 

오구오구 우리 초롱이

  초롱이의 하늘 높은 자신감의 원천은 어디일까. 아마도 타고난 성격에 가족의 사랑이 더해진 결과물일 것이다. 초롱이에게 수명의 반절도 나눠줄 수 있다는 가족들. 언니는 초롱이가 살아가면서 자신을 ‘안전기지’로 삼았으면 좋겠단다.

  “초롱이한테 ‘권위주의적인 보호자’가 아니라 ‘권위적인 보호자’가 되고 싶어요. 권위적인 훈육자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하잖아요. 초롱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다 경험하게 해주면서, 적당한 선과 예절을 지킬 수 있도록, 초롱이가 건강하고 안전하게 행복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하는 든든한 보호자 말이에요.”

  모처럼 진지하게 다짐을 얘기하는 언니. 그것도 잠깐, 바로 “우리 초롱이 엉덩이에 하얀색 하트가 있는데, 털이 적당히 길면 되게 예쁜데, 지금 털을 밀어서 너무 못생겨 보이면 어떡하지? 아, 그리고 초롱이 옆얼굴이 진짜 예쁜데, 이거 사진을 좀 더 많이 찍어둘걸. 아효, 괜히 미용했나?”라며 안절부절 안타까워하는 그녀 모습은 그저 고슴도치 엄마였다. 

  초롱아, 넌 좋겠다! 작은 마을에서 온 동네 사람들의 예쁨을 받고, 또 가족들도 초롱이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니까 말야. 앞으로도 새침하고 당차게, 가끔은 동네 순찰도 하면서, 가족들과 함께하는 거야. 알았지?

글.사진 성예빈
에디터  이혜수

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8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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