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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C. 하루, 그리고 또 하루

  • 승인 2021-05-07 10:3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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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 아침. 잠에서 채 깨기도 전, 어디선가 아이들이 웅얼대는 소리가 들린다. ‘엄마, 일어날 시간이야’ 하고 나를 부르는 소리. 조니와 데비는 이내 침대 위로 올라와 내 얼굴 위에 발을 올린다. 그러다 내 배 위로 풀썩 올라타 본격적으로 나를 깨우기 시작한다. 그 무게에 조금 숨이 막혀 깊은 한숨을 뱉는다. 나의 하루는, 그렇게 시작된다.

Morning

  나는 글을 쓰고, 물건을 만들고, 그림을 그린다. 그러느라 아이들과 놀아주는 시간은 하루 중 얼마 채 되지 않는다. 그 사실이 언제나 마음이 쓰이면서도, 아이들의 하루 속에, 그리고 나의 하루 속에 서로가 존재가 우뚝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한 위안이 된다.

  조니와 데비에겐 엄마를 깨우고 움직이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하루 일과 중 하나인 듯하다. 그렇게 생각하면 피식 웃음이 난다. 그리고 동시에 드는 생각이 있다. 조니와 데비는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황당한 일로, 귀여운 일로, 엉뚱한 일로 나를 웃게 만드는 존재라는 것. 이 조그만 아이들이 없었다면 나의 하루는 어땠을지 쉽사리 상상되지 않는다.

  물을 한 모금씩 홀짝거리며 이런저런 생각을 한다. 창문 너머 드넓게 펼쳐진 바다를 한참 동안 바라보다 ‘읏차!’ 하는 소리와 함께 몸을 일으킨다. 그리곤 아이들이 좋아하는 캔을 하나씩 따준 뒤, 맛있게 먹는 조니와 데비를 또 멍하니 바라본다. 우리의 느릿느릿 소소한 아침의 시작이 나는 참 좋다.
 

Afternoon

  해가 머리 위로 완전히 떠오르면, 나는 모든 잠 부스러기들을 옷자락에서 훌훌 털어버리고 제법 생기를 되찾는다. 반면 같은 시각 우리 집 꼬맹이들의 눈꺼풀은 무척이나 무거워진다. 조니와 데비는 곧 편안하게 한 자리씩 차지하고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해 보이는 얼굴로 낮잠을 잔다.

  어느새 봄은 완전히 가고, 공기 중엔 습한 기운이 가득하다. 뜨거운 햇빛이 창문 안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하지만 창밖을 가득 채운 하늘과 바다가 너무 예뻐, 나는 커튼을 칠 생각을 차마 하지 못한다. 그다음엔 일하다가도 수십 번이고 조니와 데비에게 다가가 얼굴을 비비고, 입을 맞추고, 쓰다듬고를 반복한다. 천사 같은 얼굴을 하고선 곤히 잠든 아이들을 볼 때면 도저히 가만 놔둘 수가 없다.

  얼마의 시간이 지난 뒤, 부스스 아이들이 몸을 일으킨다. 간식을 먹을 시간이 되었다는 뜻이다. 간식을 꺼내자 아이들이 주변으로 옹기종기 모여든다. 데비는 한입이라도 더 먹으려 내 머리 위까지 기어오를 기세고, 순둥이 조니는 엄마가 줄 때까지 꼿꼿하게 앉아 기다린다. 

  특별할 것 없는 하루지만 아이들이 주는 행복은 엄청나다. 큰 웃음, 작은 웃음, 귀여움에 몸이 간질간질한 기분. 꼭 조니와 데비가 날마다 새로운 선물 꾸러미를 내 품에 한 아름 안겨주는 것 같다.

Every Seconds

  사람들은 저녁을 더러 하루의 끝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조니와 데비에게 저녁 시간은 이제 막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다는 뜻과 같다. ‘고양이들은 아무래도 야행성이라서 그런 거겠지?’ 싶다가도, ‘아닌데, 내가 잠자리에 들 때는 함께 자고, 곧 조용해지는데?’라는 의심이 들었다. 그럼 어째서 그렇게까지 한껏 신이 나 하는 걸까 곰곰이 생각해봤다. 

  작업을 하다 보면 시간은 새벽 3, 4시를 훌쩍 넘는다. 어쩌면 아이들은 늦은 시간까지 엄마가 깨어 있다는 사실이 그저 좋았던 것은 아닐까. 설령 말은 통하지 않더라도 마음만은 서로 통하는 우리들이니까 말이다. 

  내일은 또 어떤 행복을 아이들은 내게 맛보여 줄까? 얼른 일어나 또 아이들 등에 얼굴을 비비고, 코를 맞대고, 이야기를 나눠야지. 그런 기분 좋은 생각을 하며 나는 스르르 잠에 든다. 하루 온종일 변함없이 아이들을 쓰다듬어 줄 수 있음에, 그리고 조니와 데비가 언제나 내 곁에 있음에 마음 깊이 감사한다. 도담도담 하우스는 매일, 매시간, 매 순간이 행복으로 가득하다.

글.사진 김보미
에디터  이혜수

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9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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