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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C. 마음을 여는 과정 (2)

  • 승인 2021-05-20 10: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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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에 이어)

  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바로 자두가 우리 가족에게 지나치게 의지하게 됐다는 것이다. 경계심이 너무 심해 걱정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런 날이 오다니.

자두의 두 번째 출산

  어느 날, 하우스에서 새끼들이 발견되었다. 자두의 두 번째 출산이었다. 태어난 지 만 하루도 안 된 아가들이 엄마를 얼마나 찾아다녔는지 여기저기 다 흩어져 있었다. 급한 대로 한 마리씩 찾아서 모아 보니 총 6마리였다. 그때 알아봤어야 했다. 자두가 우리에게 육아를 떠넘길(?) 심산이라는 것을.

  첫 번째 출산 때에는 무더운 여름이었음에도 하우스에서 밥만 먹고 새끼들 곁을 지켰던 자두다. 또 자두는 하우스 안으로 새끼들을 옮긴 후에도, 경계심을 풀지 않고 우리 가족의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새끼들을 옮겼었다. 새끼들이 자라 꼬물거리며 돌아다니자 불안해진 자두는 다시 이사를 했다. 그렇게 자두는 혼자서도 야무지게 새끼들을 보살폈기에, 끼니때 먹을 것을 챙겨주는 것 말곤 딱히 우리가 도와줄 일이 없었다.

그런 뜻은 아니었는데

  두 번째라고 여유가 넘친 것일까, 아니면 집사들을 너무 믿은 탓일까? 자두는 도통 아이들을 돌보지 않았다. 아가들이 배고프다고 우는데도 자두는 산실 밖에서 심드렁하게 누워있을 뿐이었다. 겨울이어서 그런지 몇 아이들에게서 허피스 기가 살짝 보였는데, 어미가 그루밍을 해주지 않아 눈이 다 붙어버렸었다. 

  너무 놀란 나는 급하게 물티슈로 살살 눈가를 닦아주었다. 그러자 눈곱이 떨어졌고 아이들이 눈을 떴다. 놀란 새끼들이 우앵우앵 우니까 그때서야 자두가 한번 슬쩍 우리 쪽을 들여다보러 다가왔다. 그러더니 ‘아무 일없네’ 하는 듯 다시 멀찍이 떨어져 누워버리는 거였다. 그 모습이 너무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어서 실소가 터졌다. 그러고 보니 고양이는 공동육아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혹시 지금 자두는 우리와 공동육아를 하길 원하는 건가?

믿는 구석이 있는 고양이

  젖 먹일 때를 제외하고 두 번째 육아는 집사와 자두의 첫 번째 새끼들, 그러니까 형·누나 고양이들이 도맡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집사는 아이들의 허피스 치료와 관리를 맡았고, 형·누나들은 어미처럼 아이들을 핥아주고 지켜주며 든든하게 어른 고양이 역할을 해주었다. 자두가 아이들을 너무 안 돌봐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그 빈자리를 형·누나들이 부족함 없이 채워주었다. 

  혹시라도 동생들을 못 알아보거나 괴롭히면 어떡하나 싶기도 했다. 그러나 첫째들은 이제 막 태어난 동생들을 조심스럽게 관찰하고, 귀찮게 굴어도 짜증 한 번 내지 않았다. 사실 형·누나들 역시 덩치만 컸지 아직 6~7개월밖에 안 된 아기들인데, 누가 가르쳐 준 것 마냥 동생들을 살뜰히 챙기는 모습이 감동적이기도 하고 신기했다.

꽉 믿고 있기에

  덕분에 자두는 아주 편한 육아를 하게 됐다. 아가들이 제 엄마보다 형·누나들을 더 따르게 됐다는 것이 함정이지만, 어찌 됐든 아가들이 건강하게 자랐으니 다행이다 싶다. 덕분에 집사도 계산에 없던 고양이 육아에 뛰어들어야 했지만, 자두가 그만큼 우리를 의지하고 믿는다는 뜻이기에 내심 기분이 좋기도 하다. 

  우리와 반년 정도의 시간을 함께하면서 자두는 우리 가족을 꽤 미더운 사람들이라고 생각한 듯 하다. 공동육아를 제안하는 것, 고양이가 집사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신뢰 표현이 아닐까? 오늘도 나는 자두와 아이들의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 밥을 챙겨주고, 진심을 다해 사랑을 말해 주려 한다.


글.사진 권미소
에디터  이혜수

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9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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