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찌로고

MAGAZINE C. 고양이로 사는 것도 힘들 때가 있답니다

  • 승인 2021-05-21 10: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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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틸다가 비만이 될 줄은 전혀 몰랐다. 점점 불어나는 몸무게에도 ‘그래, 틸다는 원래 몸집이 큰 고양이니까 그럴 수 있어. 8kg인 고양이도 봤는걸’이라고 말하며 되려 위안으로 삼았다. 하지만 훗날, 틸다는 진짜 8kg의 뚱냥이가 되고 말았다.

사랑스러운 것도 죄!

  틸다는 어릴 때부터 식탐이 많은 아이였다. 우리 집에 처음 왔을 때 틸다는 묘생 5개월 차였는데 당시 몸무게는 이미 3.5kg였다. 5개월 치고는 제법 몸무게가 나가는 편이었지만,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앞섰던 나는 틸다에게 거의 매일 간식을 줬다. 덕분에 나는 틸다와 친해지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 틸다는 하루라도 간식을 거르면 큰 소리로 ‘야아옹!’ 하며 호통을 치기 일쑤였다. 물론 간식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해봤다. 그러나 온갖 애교와 재롱을 부리는 틸다의 모습에 나는 매번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간식은 어느새 틸다의 일상 루틴이 되어버렸다.

다이어트를 결심하다

  틸다가 동물병원에 갈 때마다 선생님들께 빠지지 않고 듣던 말이 있다. “이제는 체중 감량을 해야 합니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땐 다소 당황스러웠다. 이제 겨우 한 살쯤 된 아이한테 체중 감량이 웬 말이지. 당시 나의 상식으로는 아기 때는 달라는 대로 주고, 먹겠다는 대로 먹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안쓰러우니까, 예쁘니까, 자꾸 보채니까 어쩔 수 없었다는 핑계로 비워진 밥그릇과 간식 그릇은 무한리필 되었고, 결국 나는 틸다를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뚱냥이로 만들어버렸다.

  체중이 7kg을 넘고 나서는 정말 틸다의 건강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틸다는 사냥 놀이를 할 때 조금만 움직여도 금방 숨이 차서 헉헉댔고, 높은 곳에서 뛰어내릴 때마다 쿵! 하는 소리가 났다. 그럴 때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안절부절못하며 틸다의 관절을 걱정하는 것뿐이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건강을 위해 더 늦기 전에 다이어트, 그거 하자!

쓰디쓴 첫 실패

  인터넷에 고양이 다이어트를 검색해봤다. 대부분이 자율 급식을 멈추고 제한 급식을 시작하라는 말이었고, 개중에는 사료 칼로리를 계산하는 공식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틸다의 목표 체중을 정한 뒤, 칼로리 계산 공식에 따라 하루 적정 칼로리만큼의 사료만 급여하기로 했다.

  다이어트 첫날, 무한리필 되던 밥그릇을 치우고 하루 두 번 시간을 정해 밥을 주기로 했다. 역시 쉽지 않았다. 틸다는 평소 조금씩 자주 먹는 식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식습관에도 변화를 주어야만 했다. 나는 전처럼 밥그릇이 비워지면 새로 채워주지 않았고, 아예 틸다의 눈앞에서 밥그릇을 치워 버렸다. 

  아니나 다를까, 틸다는 그런 내 단호한 모습에 적잖이 당황한 눈치였다. 눈만 마주쳤다 하면 밥 달라고 큰 소리로 칭얼거리며 자신의 배고픔을 호소했다. 사실 틸다의 다이어트는 얼마 안 가 실패했다. 

  실패의 원인에는 단지 틸다가 배고픔을 참지 못한 것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나와 언니의 과한 걱정도 한몫을 했다. 틸다의 힘들어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조금만 더 줄게’ 하며 수시로 사료를 급여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틸다는 마음 약한 집사들 덕분에 자율 급식 같은 제한 급식을 하게 되었고, 묘생 첫 번째 다이어트는 요요의 쓴맛과 함께 끝나버리고 말았다.

두 번째 시작

  첫 실패를 겪은 뒤, 틸다는 먹는 것에 대한 집착만 더 강해졌다.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올라가는 몸무게에 몇 번 더 다이어트를 시도해봤지만, 체중은 줄어들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러던 어느 날, 틸다가 자가면역질환 진단을 받았다. 의사 선생님은 사뭇 심각해진 우리에게 한 줄기 빛과 같은 조언을 해주셨다. 틸다의 질환 특성상, 체중을 감량하면 좋은 결과를 볼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한 달 동안 틸다의 현재 몸무게의 10% 감량을 목표로 잡고 다시 철저하게 플랜을 짰다. 조금씩 자주 먹는 틸다를 위해 하루 식사량을 8시간 간격으로 3번에 나눠서 주기로 했고, 간식은 사료로 대체했다. 다행히 틸다가 식탐이 많은 덕분에 간식을 사료 몇 알로 대체할 수 있었다. 그러자 드디어 틸다의 몸무게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제 진짜 다이어트를 하는구나! 다이어트 되는구나! 할 수 있는 거였구나!’ 싶었다.

무병장수를 꿈꾸며

  뒤로 약 4개월이 지난 지금 틸다는 8.2kg에서 7.3kg으로 약 900g 감량에 성공했다. 체중을 감량하면서 틸다의 몸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이젠 높은 곳도 가뿐하게 훌쩍 뛰어 올라가고 내려올 때도 사뿐히 착지할 수 있다. 게다가 전처럼 노력하지 않아도 한 번에 갈비뼈를 찾을 수 있고, SDMA 신장 수치도 3개월 전보다 더 좋아졌다. 

  물론 틸다가 너무 배고파하면 아예 굶길 수는 없기에, 간식을 완전히 끊지는 못했다. 지금은 적당히 영양 균형을 유지하며 식단을 조절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의 최종 목표는 6.5kg 이내에 접어드는 것이다. 끝까지 꼭 성공해서 건강 지킴이가 되자!

글.사진 송지영
에디터  한소원

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9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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