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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C. 커피고양이, 모카

  • 승인 2021-05-26 11:3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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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름은

  나는 소중히 여기는 것엔 늘 이름을 붙이는 습관이 있다. 정성을 들여 이름을 붙이면, 그 대상에 대한 애정이 더욱 커지는 듯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우리가 처음 만난 날, 모카는 예쁜 브라운색 코트를 입고 있었다. ‘너는 모카로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외모였다. 모카라는 이름은 그렇게 지어진 것이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모카가 이름처럼 정말 커피를 좋아하는 고양이가 된 것이다.

모카의 커피 사랑

  정확히 언제부터 모카가 커피를 즐기게 된 건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내게 현장을 들킨 건 지금으로부터 약 1년 전이었다. 나는 일을 하면서 커피를 자주 마시는 터라, 늘 책상 위에 커피가 담긴 머그잔이 있다. 사건이 일어난 그날도 나는 노트북으로 일하고 있었고, 모카는 그 옆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다. 

  그런데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왔더니, 모카가 머그잔에 슬며시 앞발을 넣고 있는 것이었다. ‘뭐 하는 거지?’ 하는 호기심에, 처음엔 앞발을 넣을까 말까 고민하는 모카를 숨죽이며 지켜보았다. 고개를 갸웃거리던 모카는 결국 솜방망이 같은 앞발을 조심스레 머그잔 안에 담근 뒤, ‘커피 찍먹’을 하고 말았다.

   제법 마실 만했는지 다시 홀린 듯이 커피 찍먹을 하려는 찰나, 나는 결국 안 되겠다 싶어 와다다 달려가 머그잔을 치워버렸다. 묘생 처음 맛본 쓰디쓴 아메리카노의 맛이 입에 맞았던 걸까? 모카는 뭔가 아쉬운 듯이 계속 입맛을 찹찹 다셨다. 그 후로도 내가 커피만 마시면 대놓고 머그잔에 얼굴을 대고, 코를 벌름거리는 모카.

언젠가 너와 마주 앉아

  알고 있다. 고양이에게 카페인은 위험하다는 거. 그래서 나도 그 후로는 머그잔에 커피가 남아 있으면 실리콘 커버로 닫아 놓는 나름의 방어를 하고 있다. 커피향을 맡고 온 모카가 덮개 씐 머그잔 앞에서 ‘떼잉~’ 하는 표정으로 입맛을 다시는 모습은 귀여웠지만, 사실 미안하기도 했다. 우리처럼 뭐든 먹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실 모카는 유난히 식탐이 많으므로 더 마음이 쓰이는 게 있다. 모카에게 맛보여 주고 싶은 음식이 참 많은데, 우리만 먹을 때마다 늘 미안하고 안쓰러운 마음이 가득하다.

모카로 가득한 아침

  모카의 커피 사랑은 찐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또 한 가지. 모카는 원두 향을 기가 막히게 잘 맡고, 또 매우 좋아한다. 나는 핸드 드립을 즐기기에 홀빈 원두를 사서 수동 그라인더로 갈아 커피를 내려 마신다. 그럼 모카는 꼭 내 옆에 붙어서 킁킁 원두 향을 맡는다. 우연의 일치처럼 내가 즐겨 마시는 원두의 이름 앞에도 ‘모카’라는 단어가 붙어 있다. 

  그래서 우리 집 거실은 늘 아침마다 온갖 ‘모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풍경이 펼쳐진다. 커피를 즐기는 나와, 나의 고양이 모카. 언젠가 모카와 함께 마주 앉아 갓 내린 커피를 함께 마시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이렇게 묘한 부분까지 서로 닮아가고 있는 모습이 신기하고 또 신기하다. 지금도 내 옆에 앉아 머그잔 속 커피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귀여운 커피 포식자 모카의 시선이 때로 따갑다. 사랑하는 나의 고양이 모카야, 우리의 건강을 위해 커피는 좀 줄이자.

글 이수현
사진 최상원

에디터  한소원

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9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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