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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C. 바이오리듬

  • 승인 2021-05-31 10: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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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고양이에게도 시간 개념이 있고, 루틴이 정해져 있는 것을 좋아하며, 부지런히 하루를 보내면 뿌듯해한다는 이야기를. 나는 그 말에 깊이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하니에게서 특히나 그런 점을 느꼈기 때문이다!

고양이의 바이오리듬

  식탐이 강한 하니는 아침, 저녁 하루에 꼭 두 번은 나를 재촉한다. 습식 간식을 기다리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간식을 맛있게 먹고 한참 그루밍으로 단장까지 마치고 나면 놀아달라고 냥냥 울고 부벼대며 앙탈을 부린다. 일단 한번 시작하면 적어도 30분 동안 카샤카샤로 사냥놀이를 해드려야 끝이 나는데, 이걸 하루에 두 번 이상은 해야 비로소 흡족해하며 나를 더 이상 괴롭히지(?) 않는다.

  반면 폴리는 간식 조르기는 물론, 놀아달라는 응석을 부리는 법이 없다. 내가 간식이나 장난감을 준비하고 있으면 조용히 내 앞에 와서 기다리고, 애써 놀아주지 않더라도 저 혼자 펄쩍펄쩍 뛰며 열심히 축구를 한다. 또 까끄작 까끄작 꼭꼭 씹어가며 밥 잘 먹고 다시 열심히 놀다가 쉬거나 낮잠을 잔다. 

  보채지 않고 혼자 알아서 다 하는 폴리가 대견한 동시에 안쓰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이게 참, 비교 대상이 없으면 이런 마음이 안 생길 텐데 어쩐지 폴리는 늘 동생 하니에게 엄마를 뺏기는 첫째구나 싶은 것이다. 어쨌든 폴리 역시 나름의 생체시계가 잘 작동하고 있는 듯 비교적 일정한 시간에 밥을 먹고 놀다가 화장실을 가고 낮잠도 자며 하루를 보낸다.

아침형 고양이, 저녁형 집사

  폴리와 하니는 10시 반, 아주 늦어도 11시 반 정도 되면 알아서 각자 잠자리에 들고 새벽 4~5시 정도에 기상한다. 각자 편한 곳에 자리를 잡고 잠드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얼마나 기쁘고 행복한지! 반면 전형적인 올빼미형인 나는 오후가 되어야만 슬슬 기운이 솟아나고, 8~9시부터는 컨디션이 절정에 다다른다. 

  그래서 밤을 새우며 작업을 해도 전혀 힘들지 않을뿐더러 몰입도 잘 되는 편이다. 그러므로 우리 아이들의 생활패턴은 내가 아닌 이전 집사로부터 생겨난 습관이다. 하지만 가급적 밤을 새우거나 너무 늦게까지 불을 켜는 것은 지양한다. 밤새도록 불을 켜 놓으면 아이들이 깊게 잠들지 못할 것 같아, 오랫동안 책상 앞을 지켜야 할 땐 스탠드 하나만 두고 불을 다 꺼서 최대한 조도를 낮춘다.

좋은 것만 주고 싶어

  우리 가족은 모두가 아침형 인간인 터라, 본 투 비 늦잠꾸러기인 나는 어릴 때부터 한심하다는 꾸중을 참 많이 들었다. 게으른 기질이 문제인지, 아니면 내 저혈압이 진짜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침형 인간이 되자’는 내 이번 생의 큰 숙제이자 콤플렉스다. 그렇기에 우리 고양이들의 건강한(?) 습관을 그대로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더 굳건한 것일지도! 

  어쨌든 나는 내 냥딸들이 나를 닮지 않아서 너무 좋다. 혼자 잘하는 폴리는 폴리대로, 요구와 표현이 확실한 하니는 또 하니대로 각자 충실하게 하루를 보내는 모습을 보면 곧잘 무기력하게 풀어지고 게을러지는 나와 어찌나 비교가 되는지. 좋게 말하면 이 타고난 느긋함, 솔직히 말하면 나태함과 무기력함이 나의 소중한 폴리와 하니에게도 스며들까 봐 얼마나 전전긍긍하는지 아무도 모를 거다. 모름지기 엄마라면 자식한테 나쁜 건 물려주고 싶지 않으니까 말이다.

내일, 또 하루

  사실 요즘 크고 작게 골치 아픈 일들이 자꾸만 생겨서 심신이 좀 지쳤다. 그런데 사실 그런 일들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생겼다 없어졌다를 반복하며 나를 귀찮게 할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인생이리라! 내일의 내가 또 어떤 일을 겪게 될지 모르지만, 지금 내게 중요한 건 폴리와 하니니까.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12시가 다 되어가는 캄캄한 밤이라 감성이 슬슬 올라오면서 컨디션도 기분도 딱! 좋지만 설레는 맘으로 아침을 맞는 사람이 되려면 나도 작은 노오오력을 해야지. 왜냐하면 부지런한 우리 아이들이 나와 함께 하는 내일을 기대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으니까.

글.사진 장보영
에디터  이혜수

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9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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