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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C. 육아 육묘의 시작은 그리움이다

  • 승인 2021-06-02 09:3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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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몽이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글을 쓴다.

남들은 웃을지 모르지만, 

우리 부부에게는 자몽이가 분명한 첫째 자식이다.

그런 자몽이에게 동생이 생겼다. 

자몽이 동생의 태명은 ‘자두’였다.

그리움을 삼키며

  생후 675일 자몽이와 생후 1일 자두. 그리고 나는 자몽이와 생이별을 해야만 했다. 아기를 낳은 뒤 약 한 달 동안 조리원에서 지내며 몸조리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당시 내겐 신랑의 도움이 절
실했기에 상의 끝에 2주간 자몽이를 친정에 맡기기로 했다. 자몽이의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넘치는 사랑으로 자몽이를 보살펴 주시며, 2주간 무려 약 700g이나 자몽이를 살찌워주셨다. 역시 사람이나 고양이나 조부모의 사랑을 받으면 ‘살크업’이 되는 건가 보다. 

  엄마 아빠 없이도 자몽이는 고맙게도 잘 먹고, 잘 싸고, 잘 기다려 주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자두 사진을 보내달라할 때, 나는 반대로 자몽이 사진을 요구하며 보고 싶은 마음을 진정시켰다. 2주가 지나고 드디어 자몽이는 신랑과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나는 자두와 함께 조리원에, 자몽이는 아빠와 함께 집에서 지내며 우리 네 가족은 여전히 떨어져 사는 중이다. 자몽이의 온기가 이토록 그리웠던 적은 처음이다. 자몽이는 우리 부부의 침대에서 함께 잠들곤 했다. 그런 자몽이가 얼마 전 신랑 품에서 잠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신랑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하루빨리 집으로 돌아가서 자몽이를 부둥켜안고 얼굴을 비비고 싶다.

자몽이에게 쓰는 편지

  그리운 자몽아, 엄마는 아직도 너를 처음 만난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조그맣던 너는 담요에 싸인 채 내 품에 안겨 나를 똘망똘망 올려다 봤었지. 그 눈빛은 엄마의 가슴 깊은 곳에 그대로 남아있다. 혼자 있는 것을 유난히도 무서워했던 엄마는 널 만난 뒤 달라졌다. 네가 항상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세상 어느 것도 두렵지 않았으니까. 

  동생 자두를 품은 엄마 배 위로 너는 신나게 뛰어다녔지만, 변함없는 네 모습에 엄마는 배 위의 쿠션을 껴안으며 그저 웃을 뿐이었다. 엄마는 네 동생 자두 태교를 따로 하지 않았다. 대신 자몽이 너와 이야기를 하고, 너를 안고, 너와 함께 지냈다. 덕분에 엄마는 그 어떤 태교를 했을 때보다도 편안하게 일상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러니 엄마는 네게 더 바랄 것이 없다. 자몽이 네 존재만으로도 엄마에게 사랑 그 이상을 주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니 항상 건강하게만 지내자고 부탁하고 싶다. 건강하게 엄마 아빠, 그리고 동생이랑 백 년이고 만 년이고 행복하게 살아보자. 지금까지 함께 한 675일의 시간보다 더 즐겁고 긴 시간이 우리에게 주어졌으니, 엄마는 그 시간을 너에게 집중하며 네가 행복해할 수 있도록 하겠다.

  자몽이 네게 작은 집사이자 동생이 생겼단다. 네게 친하게 지내 달라고 부탁하기에 앞서, 동생이 네게 줄 스트레스에 미리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싶다. 엄마는 네가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거다. 그리고 너를 절대로 이렇게나 혼자 오랫동안 두지 않겠다고 약속하겠다. 

  아빠와 단둘이 집에 있는 네가 잘 놀다가도 현관문 앞으로 가서 앉아있다는 말에 엄마는 가슴이 미어지는 듯했다. 병원에서 조리원으로 가기 전, 친정에 잠시 들려 너를 만났을 때를 기억한다. 우리가 헤어질 때, 너는 현관 너머로 사라지는 엄마를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바라보고 있었지. 그런 널 보며, 엄마는 너를 주머니에 몰래 넣어서 데리고 다니고 싶다는 생각을 했단다.

  언제나 서로의 곁에 있었기에 네 존재의 소중함을 잘 몰랐다. 너와 떨어져 지내며 네가 얼마나 내게 소중한 존재인지 깨달았다. 네가 있는 집으로 돌아가면 엄마는 너와 더 많이 놀아주고 너의 부름에도 잘 대답해주며, 네가 어떤 말을 하는지 이해하기 위해 노력할 거다. 그리고 네가 엄마와 떨어져 지낸 27일의 시간을 잊을 수 있도록 많이 안아줄 거다. 육아 육묘의 시작이 너와 떨어져 지내며 생기는 그리움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단다. 이렇게 편지를 쓰며 너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조금이나마 글자에 묻어본다.

글.사진 김성은
에디터  한소원

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9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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