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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C. 사랑 표현법 이해하기

  • 승인 2021-06-04 10: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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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가 7마리와 함께 산다는 소리를 들은 지인들은 하나같이 똑같은 질문을 한다. 

그럼, 남편도 고양이를 좋아해?

남편만의 사랑법

  모두의 예상과는 다르게 남편은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았다. 심지어 꽤 심각한 고양이 털 알레르기까지 있다. 그저 아내인 내게 맞춰주기 위해, 고양이와 함께하는 삶을 반강제적으로 시작하게 된 것이다. 나는 털 알레르기도 없기에 털쟁이들과의 삶이 크게 불편하지 않았고, 고양이의 매력에 빠져 오랫동안 많은 아이를 돌봐왔다. 그래서일까? 나와 결혼 후 고양이를 처음 대면하는 남편의 마음은 결코 나와 같을 수 없으리라는 사실을 망각한 채, 나와 같은 크기의 사랑을 고양이에게 주길 바라왔었다. 

  내 눈에는 언제나 한없이 부족한 남편의 행동을 보며, ‘왜 이건 안 챙겨줄까? 왜 이 부분까지 생각을 못 할까?’라고 여겼던 것이 사실이다. 허나 남편은 지금도 시시때때로 붉게 올라오는 반점과 간지러움을 약을 먹고 버텨가며 어떻게든 고양이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어쩌면, 이것은 나보다 더 깊은 남편만의 사랑 표현법이 아닐까. 물론 그 사실을 알 턱이 없는 고양이들은 매일 함께 살을 부비며 놀아주는 나를 더, 아니, 나만 졸졸졸 따라다니지만 말이다(웃음).

방법은 달라도 통하니까

  사랑 표현법이 다른 건 사람뿐만이 아니다. 우리 집 막내 단비는, 언제나 아주 적극적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보기 드문 고양이다. 심지어 하루의 대부분 시간을 사랑 표현을 하며 보낼 정도다. 내가 움직일 때마다 그림자처럼 나를 따라다니고, 휴식을 취하려고 소파에 앉기만 하면 잽싸게 달려와 품속을 파고든다. 오죽하면 요즘 단비에게 내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단비야~”, “단비야!”, “단비야 쫌!”일까. 

  하지만 단비만이 나를 사랑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안다. 멀찍이 떨어져 있어도 언제나 내게 따뜻한 눈빛을 보내는 모모. 이름을 부르면 벌떡 일어나서 달려오는 모카. 쓰다듬어주면 갑자기 애교쟁이로 변하는 고등어. 배를 만져도 발바닥을 만져도 엉덩이를 만져도 참아주는 너그러운 찡가. 등 돌리고 앉아있지만 실은 나를 매우 좋아하는 모리. 물음표 꼬리를 만들며 ‘냐옹~’을 외쳐주는 찡콩. 모두 단비만큼 눈에 띄는 방법은 아닐지라도, 나름대로 온 마음으로 내게 사랑을 표현하고 있음을 날마다 다시금 확인한다.

서로를 향해 흐르다

  육아를 하면서 집안에는 아기 장난감들이 하나둘 생겼다. 그런데 한 가지 신기한 것이 있다. 바로 고양이들이 아기 장난감을 무척이나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왜 고양이 용품을 따로 샀는지 싶을 정도로, 녀석들은 고양이 전용 장난감보다 아기 장난감에 더 열광했다. 새로운 물건이 도착할 때마다 아이들은 이미 한껏 들떠서 옹기종기 모여든다. 

  시기가 지나 아기가 흥미를 잃은 장난감들은 고양이 차지가 되고, 아직 시기가 되지 않았지만 미리 구비해 놓았던 용품들도 고양이 차지가 된다. 덕분에 우리 집 대장님 (아기의 애칭)은 졸지에 7마리의 고양이 언니 오빠들로부터 장난감을 물려받고 있다. 동물과 사람의 경계는 무너졌고, 사람 것, 고양이 것이라는 기준 역시 사라졌다. 

  우리는 그저 한 가족일 뿐. 서로에게 물려 쓰고 물려받으며, 보통의 형제들처럼 함께 지내고 있다. 진정한 의미의 가족이란 결코 종(種)에 한정되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고양이로부터 배웠다. 날마다 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며 곁을 지키는 가족. 인연을 돌고 돌아 한데 모여 우리는 그렇게 가족이 되었다.

글.사진 황류리아
에디터  이혜수

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9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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