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찌로고

MAGAZINE P. BY MY SIDE

  • 승인 2021-06-14 09:4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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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은요

  처음으로 아메리칸 불리라는 견종을 접한 건, 미국에서 유학하고 있을 때였어요. 생긴 건 묵직하고 우락부락하게 생겼으면서 막상 성격은 순둥순둥한 게 참 매력적이다 싶었지요. 타지 생활이 길었던 터라 혼자 사는 게 편했던 저는 자연스레 귀국 후에도 혼자 보금자리를 꾸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 찾아온 외로움은 이전에 느꼈던 것과는 다른 것이었어요. 끝이 없는 외로움과 무력함에 지쳐가던 저는 이곳저곳을 수소문한 끝에 김포에서 지금의 악동이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왜 악동이냐고요?

  많은 분이 악동이라는 이름에 담긴 사연을 궁금해하시는데요, 음, 어린 시절의 저는 말 그대로 말썽꾸러기였다고 해요. 네, 악동이는 사실 제 별명이었습니다. (웃음) 당시의 저처럼 천진난만하고 건강하게 자라주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악동이’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지요.

  솔직히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어요. 워낙 장난기가 많은 녀석이라 뭐든지 입으로 가져 물고 뜯고 하는 통에 멀쩡한 가구가 없을 정도였으니까요. 또 배변 훈련도 쉽지 않았고요.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타이르고 또 타이른 결과 어느 순간 악동이도 철이 들더라고요. 

  물고 뜯지도 않고, 아주 한 방울도 흘리지 않을 정도로 철저히 배변을 가리는 걸 봤을 땐 거의 감격스럽기까지 했다니까요. 아, 이게 바로 사랑의 힘인가? 강압적인 교육보다는 지속적인 관심, 애정이야말로 반려견과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이요? 이런저런 일들로 제 기분이 좋지 않거나 우울할 때, 존재만으로도 큰 힘이 되는 제 인생의 동반자가 되었습니다. 정말로 요 녀석은 얼굴만 봐도 제 기분을 바로 알아차리나 봐요. 머리가 복잡해 잠시 쉬려고 소파에 누워있으면 총총 다가와 은구슬 같은 눈을 똥그랗게 뜨고 절 빤히 쳐다봅니다. 기특한 녀석, 마치 위로를 해 주는 것 같지요?

악동’s favorite

  뜻밖에도 악동이가 가장 좋아하는 건 바로 ‘스파’예요. 몸에 물이 닿으면 발버둥을 치고 도망가려는 강아지도 많다고 들었는데, 악동이는 이상하게 샤워할 때조차 눈을 지그시 감고 얌전히 물줄기를 즐긴답니다. 사실 저도 스파 마사지를 받는 걸 좋아하는데, 서로 닮아간다는 게 이런 게 아닐까 싶어요.

  또 악동이는 정말 사교성이 좋은데요, 꼭 자기가 소형견인 줄 아는지 작은 친구들을 보면 낑낑대면서 좋다고 온몸으로 표시를 하는데 귀여워 죽겠다니까요. 또 공만 보면 환장(?)을 할 정도로 저를 닮아 스포츠도 무척 좋아하고요. 제가 TV로 스포츠 중계방송을 보고 있으면 꼭 옆에 와서 가만히 스크린을 쳐다봐요. 뭔가 정말로 아는 것처럼 말이에요. 요즘은 유니폼도 전부 세트로 맞춰서 함께 입고 열심히 응원도 한답니다.

  마지막으로 악동이는 캠핑 가는 걸 무지 좋아해요. 제가 아무래도 ‘집돌이’다 보니 에너지 넘치는 악동이는 많이 답답했나 봐요. 그래서 얼마 전에는 캠핑 갈 때를 대비해 커다란 차도 한 대 구입했답니다. 

  커다란 차에 악동이를 태우고 바람을 솔솔 맞으며 달리면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요. 악동이도 기분이 좋은지 냄새도 킁킁 맡고 주변 경치나 물가를 빤히 쳐다보는데, 어딘가 할아버지 같아서 정말 웃겼어요. 아, 그리고 이건 비밀인데, 글쎄 악동이가 밤에 코를 어찌나 우렁차게 골던지 깜짝 놀란 거 있죠?

이대로 쭉 함께

  끝으로, 악동이는 제게 그 누구보다 소중한 존재랍니다. 사건 사고도 잦았지만 혼자 살면서 지치고 외로울 때 항상 곁을 지켜준 건 친구도, 가족도 아닌 악동이었거든요. 그래서일까요? 악동이를 데리고 본가에 갈 때면 모든 가족이 악동이를 예뻐해 줘요. 

  특히 아버지가 악동이를 정말 좋아하시는데, 아마 악동이가 옆에서 저를 알뜰살뜰 잘 챙겨준 결과겠지요? 이제는 서로의 존재가 너무도 당연해진 우리지만, 그래도 새삼 한 가지 소원을 더 빌어봅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만 쭉 함께이기를!

글.사진 악동이 파파
에디터  이혜수

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10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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