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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P. 떴다! 진도 삼 남매

  • 승인 2021-06-29 09:5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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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진돗개는 사나워’ 
‘진돗개는 실내에선 기를 수 없어’

무슨 그 당치도 않은 말씀!

온몸으로 편견에 당당히 맞서는, ‘개셔니스타’ 진도 삼 남매를 소개합니다!

 


진돗개가 세 마리? 

   “어떻게 진돗개를, 그것도 세 마리나 기르게 되셨어요?” 음, 어디서부터 말씀드려야 하 나 조금 까마득하네요. 점점 개를 진정한 가족의 일원으로 맞이하시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그런 흐름에서조차 우리나라 토종견들은 소외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에요.


  아직 도 진돗개를 그저 ‘집 지키는 개’, ‘밖에서 길러야 하는 개’라고 여기는 분들도 정말 많고, 때문에 평생 목줄에 묶인 채 외롭게 쓸쓸한 삶을 살다 가는 개들이 사라지지 않고 있죠. 독구, 백고, 맹고도 바로 그런 환경에서 구조된 아이들이에요. 힘들었던 기억을 딛고 가 족이 된 만큼 저에겐 모두 다 애틋하고 사랑스럽답니다.


개셔니스타 독백맹!

 

   선캡, 체크무늬 케이프, 상큼한 계절맞이 옷까지, 독구, 백고, 맹고(이하 독백맹)는 산책 할 때마다 귀여운 아이템을 꼭 한가지씩 하고 나가는데요, 이렇게 꾸미고 나가는 이유는 바로 앞서 말씀드린 혐오적 시선과 발언을 조금이라도 피하기 위해서예요. 아무래도 알 록달록 예쁜 모자를 쓰고 있거나 옷을 입고 있으면 개를 싫어하거나 무서워하는 사람들 의 태도도 조금은 누그러지거든요. 오히려 예뻐해 주시는 분들도 있고, 혹은 신기해하며 웃어주기도 하세요.


  그럴 때면 가장 몸집이 큰 첫째 독구는 꼭 예쁨을 받고 싶어해요. 마사지를 좋아하는 애 교쟁이랍니다. 둘째 백고! 다리가 짧은 웰시코기 형 몸매의 소유견인 백고는 간식이 없 으면 잘 따르지 않아요. 그런데 재미있는 건요, 간식이 없어도 독구나 맹고가 예쁨 받고 있으면 꼭 가서 자기도 예뻐해 달라 머리를 들이민다는 거예요. 질투쟁이거든요. (웃음) 날씬한 셋째 맹고는 사람들을 경계해 멀찍이서 지켜보는데요, 간식을 받아먹을 때도 조 심스럽답니다.

 

 

진돗개는 무섭지 않아요

 

  독백맹은 셋 다 모두 실내에서는 절대 배변을 하지 않는 깔끔쟁이 들인데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하루 세 번 산책을 나가 실외 배변 을 해야 해요. 일단 한 번 떴다 하면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하지만 사람들의 눈빛이 언제나 따뜻하기만 한 건 아니에요. 신기 함이나 호기심뿐 아니라 공포, 혐오에 찬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많 죠.

  독백맹도 그런 사람들의 감정을 곧잘 알아차리고 멀찍이 떨어 져서 걷곤 해요. 그냥 쓱 보고 지나치는 사람도 있는 반면, 꼭 안 해 도 될 한마디씩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이 큰 개를 집 안에서 키 워요?”, “얘 물어요?”부터 시작해서 “이렇게 큰 개를 왜 데리고 다 녀!”, “입마개를 해야지 왜 안 해! 아휴, 무서워.”까지 말예요. 누군가는 개를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알아요.

  어쩌면 그들 에겐 중대형견인 독백맹이 무섭게 보일 수도 있겠죠. 그런 점을 충 분히 알고 있기에 저 역시 견주로서 철저하게 펫티켓을 지키고 있 어요. 산책할 때마다 목줄, 배변 봉투, 인식표를 챙기는 건 당연히 기본이고요.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과 같은 어떤 질문들은 저 같 은 진도 견주들에겐 정말 큰 상처가 돼요.


행복도 세 배? 아니 삼만 배!

 

  진돗개를 반려하다 보면 심지어 경찰까지 부르는 사태가 종종 벌어지기도 하는데요, 아무리 사회 성이 좋아도 진돗개는 사납다, 공격성이 강하다라는 인식 때문에 산책할 때뿐만 아니라 애견 동반 카페, 애견 운동장, 애견 펜션 등 다양한 곳에서 ‘진돗개, 풍산개는 출입제한!’이라는 차별을 받을 때도 많고요. 그럼에도 둔감화 교육, 사회성 교육 등 끊임없이 배우고 또 노력하는 독백맹이랍니다.


  물론 힘든 점도 많아요. 아무래도 커다란 녀석들이 셋이나 되다 보니 신경 써야 할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죠. 하지만 행복도 그만큼 세 배, 삼백 배, 아니 삼만 배는 더 되게 차고 넘친답니다. 우리나라 중, 대형견, 토종견들이 차별받지 않고 당당하게 산책할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날이 올 때까지, 우리 독구, 백고, 맹고! 삼총사는 지금처럼 엄마랑 건강하고 행복하자!

 

글.사진 한아름
에디터  이혜수

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10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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