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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P. 불변의 법칙

  • 승인 2021-07-09 09: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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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산책을 나갔더니 평소와는 다른 아이들의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사뿐사뿐 푸릇한 풀을 밟는 소리가  아니라, 바스락바스락 마치 과자가 부서지는 듯한 낙엽 밟는 소리였다.

 

덜어내는 계절

 

  얼마 전까지 우리는 더위와 싸울 준비를 철저히 한 뒤에야 산책하러 나갈 수 있었다. 물에 적신 쿨 티셔츠를 냉동실에 넣고 15분을 기다렸고, 산책 가방에 항상 살짝 얼린 물과 물그릇을 챙기는 걸 잊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철저히 준비하고 밖에 나가도 30분 만에 기진맥진한 표정으로 집에 돌아오곤 했다.

 

  그러던 중, 어느 순간 계절이 바뀌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길바닥에 만연했던 초록색 나뭇잎은 다소 차분한 색으로 바뀌어 있었고, 머리 위 푸릇푸릇했던 나뭇가지들도 모두 빨갛고 노란 옷을 입고 있었다. 무엇보다 우리는 쿨 티셔츠나 얼린 물병 없이 산책을 하고 있었다.

 


계절갈이

 

  반바지와 반팔을 정리하면서 밤바 요다의 옷도 정리를 좀 했다. 여름철 내내 사용한 쿨 티셔츠와 쿨 머플러, 선캡을 여름용 박스에 넣어 장롱 안쪽으로 쭈욱 밀어두었다. 그리고 약간 두께가 있는 긴 팔 티셔츠와 겨울을 대비한 패딩베스트를 미리 꺼내놓았다. 한참을 혼자 옷방에서 정리하고 있던 와중, 밤바 요다가 그런 날 이해 못 하겠다는 듯이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쳐다만 보지 말고 너희도 좀 돕든가.”

 

  고개만 갸우뚱거리는 밤바 요다의 모습에 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이내 밤바 요다는 내 곁을 알짱거리기 시작했고, 나는 다시 옷 정리에 돌입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주위를 둘러보니 나 대신 지친 기색으로 누워있는 밤바 요다가 눈에 들어왔다. 웃음을 터트리며 둘러본 방 안 곳곳은 어느새 가을 그리고 겨울옷들로 채워져 있었다.

 

  함께한 계절이 이렇게 또 지나가는구나.


절대 변하지 않는 한 가지

 

  우리는 언제나 변화에 적응하며 살아간다. 사계절을 보내고 또 맞이하듯이. 날씨의 변화에 따라 생활 방식도 바뀌지만, 우리는 너무도 익숙하게 대처한다. 하지만 가끔, 그렇게 쉬지 않고 변하는 일상이 어색할 때가 있다. 그럴 때 속 편한 얼굴로 ‘왜? 간식 주게?’ 하는 표정의 아이들을 보며, 나는 결코 변하지 않을 한 가지 사실을 떠올린다.

 

  ‘세상이 바뀌고 어려운 상황이 와도, 너희를 향한 나의 마음은 바뀌지 않겠구나.'

 

글.사진 최소희
에디터  한소원

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10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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