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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P. 맨발로 만나는 산, 대전 황톳길 계족산 백패킹

  • 승인 2021-07-09 09: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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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 바람 대신 산바람 솔솔 불어오는 산 정상이  그리워지니, 힐링 명소 대전 계족산을 방문해보았다
[장소: 대전 대덕구 장동산85]


처음 만나본 산속 황톳길

 

  커다란 백패킹 가방을 메고 강아지들과 산에 올라가는 모습이 이색적인지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는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진다. 여유로운 미소로 눈인사하며 늦은 오후 산행을 시작했다. 지난 소양강 백패킹 때 진드기 사건을 겪은 뒤 지인이 보내준 해충 스프레이까지 아이들 몸에 골고루 뿌려주니 발걸음도 가볍다. 5시 무렵 산행을 시작했지만, 산 정상에 갈 때까지 해가 기다려 줄 것 같아 다행이었다. 

 

  조금 올라가니 유명한 황톳길이 보이기 시작한다. 완만한 경사도를 따라 펼쳐진 황톳길은 무려 14.5km나 된다. 특히 하산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신발을 손에 들고 황톳길을 걷고 있는 장관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이 길은 소주 회사 맥키스컴퍼니 조웅래 회장이 더 많은 사람과 맨발의 즐거움을 나눠보고자 조성한 곳으로, 전국 최초로 ‘숲 속 맨발 걷기 캠페인’을 시작한 곳이라 한다. 1~2일에 한 번꼴로 물을 뿌리고 흙을 갈아엎으며 관리를 한다는 황톳길은 정말 장관이었다.


강아지도 좋아하는 붉은 황톳길

  정상으로 올라가는 지름길이 있었지만 황톳길을 강아지들에게 더 느끼게 해주고 싶어 일부러 둘레길을 선택했다. 라임이가 황톳길로 신나게 걸으며 냄새를 맡는다. 일반 흙길도 있는데 굳이 황톳길만 고수하는 모습을 보니 좋은 건 사람보다 동물이 먼저 아는구나 싶다. 녀석 발이 붉은색으로 물들어가는 모습을 보니 피식, 웃음이 나온다. ‘그래, 이 맛에 산에 오는 거지!’


낮은 산이라고 무시하면 큰 낭패! 깔딱고개 

 

  저 멀리 나무 꼭대기가 보이는 것 같은데 계속 산을 돌고만 있는 느낌이 든다. 산행을 시작한 지도 어느덧 2시간이 되어가니 해도 저물어간다. 해가 지기 전 정상에 도착하기 위해 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어느 길을 선택했다. 달달했던 둘레길을 벗어나 산길로 들어서니 끝도 안 보이는 계단이 나온다.

 

  아이들은 잘도 올라가는데 사람만 헉헉거린다. “라임아! 기다려! 천천히 가!”를 연신 외치며 몸을 움직여본다. 계단이 끝나가는 것 같아 ‘정상이 나오려나?’ 하며 하늘을 바라보니, 아이고~ 아직도 멀었다. 완만한 숲길을 걷다가 절벽 같은 숲길을 20여 분 오르니 드디어 돌들로 쌓아 올린 ‘계족 산성’이 보인다. 그렇게 돌길을 따라 걸었더니 드디어 대전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트인 장관이 펼쳐졌다. 아! 드디어 다 왔다!


산성에서의 1박

 

  미리 도착한 지인들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였다. 불어오는 산 정상의 바람을 맞으며 땀을 식혀본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니 1박을 위한 준비를 마친 뒤, 저녁 식사를 함께했다. 어둠이 깔리니 도심의 불빛이 하나둘 켜지고 이내 멋진 대전 야경이 눈에 들어왔다. 반면 저녁 9시도 안 된 시간이지만 산엔 짙은 어둠이 깔렸다. 저 아래 도시는 잠들려면 아직도 멀었을 텐데… 자연에 있는 이 순간이 새삼 참 좋다. 지친 일상을 쉬어갈 수 있게 해주는 이 시간이 달콤하지만, 5시엔 일어나야 하니 일찍 잠자리에 들어본다.

 

  지난밤, 비가 온다는 소식을 걱정한 게 무색하게 바람만 불 뿐 비는 오지 않았다. 물론 다행이었지만, 새벽녘 나는 산에서 들려오는 야생동물 울음소리에 잠에서 깨야 했다. 그렇게 한참을 뒤척인 뒤, 깜빡 졸고 일어나니 어느새 텐트 밖이 밝아져 있다. 새벽 산행을 하는 등산객들도 하나둘씩 보인다. 1박을 끝낸 우리는 아침 이슬로 젖은 텐트와 침낭을 말리고 빌려 쓰기 전 상태로 만들고 하산을 했다.


우리를 위한 힐링 시간

  도심은 밤낮없이 늘 바쁘다. 아침부터 밤까지, 24시간이 모자란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선 마침표와 쉼표가 필요하다. 그것을 위해 가까이서 찾을 수 있는 게 자연이라 생각한다. 사랑하는 나의 강아지들은 나보다 짧은 시간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가 함께하는 이 시간은 훗날 다시 바빠질 내 일상에 보약이 되어줄 것이라고 믿는다.

 

글.사진 신채민
에디터  한소원


해당 글은 MAGAZINE P 2020년 10월호에 수록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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